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135화 (135/159)

135화

1935년생인 황영식 회장은 이제 나이가 75살이나 되었다. 물론 여전히 이 나이대에도 왕성한 기업활동을 하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워렌 버핏이 그러했고 (1930년생), 조지 소로스(1930년생), 잉그바르 캄프라드(1926년생)도 있었다. 다만 황 회장이 그릇된 선택을 하지는 않을까 걱정은 되었다.

"FICC부서가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하니 이제는 없애고 기존 자금팀에 흡수시켜야죠."

회의 주제로 돌아가기 위해 박기범 사장이 던진 말에 임원들이 일부 술렁였다.

"그래도 많은 이익을 내는데요?"

한 임원의 말에 박기범 사장이 말했다.

"솔직히 내가 만든 부서라 없애자고 말을 하는게 그렇지만 제대로 한건 별로 없어요. 본래 목적은 조선사업부가 수출대금 수령할때 환위험 줄이려고 선물환 잡고 하던걸 본사 자금팀에서 대행하겠다는 것이지. 그리고 현금 대신 채권으로 조선 수주 대금을 줄때, 금리향방 몰라서 채권에서 손해보면 안되잖아. 그런거 대비하려는 목적인 것이지."

다른 임원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전에 강석천 부장이 물러나고 배상수 부장이 맡았을 때 2008년도 금융위기도 미리 예측해서 달러 콜옵션 매수, 코스피 폭락을 예견하고 매도포지션을 걸어서 몇천억 벌었잖아요. 박기범 사장님이 부장시절을 보는 것 같어."

자신을 띄워주는 말 같아서 기분이 좋았지만 결국 FICC를 없애지 말라는 말과 같았다. 일단 이익을 내는 부서를 함부로 없애기도 쉽지 않았고 더욱이 박기범 사장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다는 사내비판도 있어서 조심스러웠다.

거기다 2010년 5월 부터 그리스에서 시작된 채무위기는 무등그룹으로 하여금 FICC부서에 대한 폐지를 보류하게 만들었다.

"그리스가 망하다니. 유럽이 다 쓰러지는 모양이야."

기획본부장 겸 인사팀장인 황선욱 전무가 말했다. 커피를 한모금 마시면서 박기범 사장을 쳐다보았다.

"유럽이라는 동네가 복지니 무상급식이니 이 따위 짓거리나 하던 동네니 안 망하고 배겨? 지난번에 노량진을 갔는데, 거기 포장마차나 노점상들 에쿠스타고 출퇴근해. 그런데 세금 내나?"

"TV보니까 경제학자라는 사람들이 서민들도 세금낸다고, 소주한잔해도 부가세, 기름넣으면 유류세라는데?"

이 말에 황 전무가 발끈했다.

"그런 난 뭐야? 소득세도 억대로 떼여, 강남에 있는 꼴랑 58평 아파트도 재산세 물지, 나도 부가세 많이 낸다고. 그러니 나같은 사람 털어서 세금한푼 안내는 그러면서도 나보다 더 넓고 비싼 집에 사는 노점상들 자식들에게 공짜복지 퍼주자는 거잖아."

그를 달래듯 박기범 사장이 말했다.

"그래서 그리스가 망했지. 스웨덴이 복지운운하는데 볼보인가? 자동차회사? 중국업체로 넘어갔더라고."

"볼보가? 스웨덴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가?"

박 사장의 말에 놀라면서 황 전무가 대답했다.

"복지복지하더니. 복지천국 스웨덴이 파산을 했군."

그렇게 둘러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스 사태도 있고 유럽국가들이 전부 다 하나같이 엉터리야. 미안하지만 FICC를 없애는건 좋은 생각이 아니야."

"솔직히 크게 상관은 없잖아. 다른 기업들은 자금부서나 재무, 재경부서에서 늘 하는 일을 우리는 굳이 쪼갠거잖아. 의사결정시에 도리어 발해가 될지도 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말이야."

그 말에 황 전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단 둬봐. 그리고 자네가 이런 개혁을 시도하려 했다는 것 자체로도 배상수 이사도 함부로 자네를 어쩌지 못하겠지."

============================ 작품 후기 ============================

황선욱 전무도 연봉이 억대니 세금도 억대로 떼이지요. 지금 대화가 이어지는 시기는 2010년입니다. 이 때면 PIGS(Portugal, Ireland, Greece, Spain)이라 해서 빚더미에 올라가고 복지펑펑 쓰다가 줄줄이 부도가 난 국가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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