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134화 (134/159)

134화

이 투자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충남도지사는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하였으며 공주시장도 지방세를 대폭 인하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1주일 뒤, 기공식을 가진 전주 공장 기공식에서도 전북도지사와 지식경제부 장관은 무등그룹에 대한 세제혜택과 토지무상공급등에 대해서도 무등그룹에게 유리하도록 법적, 행정적 조치를 하겠다는 확약을 받아냈다.

이미 09년도에 3억 달러, 10년도에 7억 달러 등 총 10억 달러를 와인버그에게 맡겼기에 현명한 미국인 투자자로부터 이익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박기범 사장은 내심 와인버그가 투자를 잘못해서 무등그룹이 투자한 돈이 10% 수준의 낮은 이익을 내거나 -1% 이내의 작은 손실을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음은 FICC부서 자체를 해체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물론 자신이 전무시절에 만든 부서라 자기 손으로 없애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결자해지라고 생각을 했다.

"아니. 갑자기 이 부서는 왜?"

배상수 이사의 뒤를 이어 임시로 FICC파트장을 맡은 신영하 부장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제 용도가 다했으니까. 자네들도 원래 자금팀 소속이니 자금일이나 더 잘하라고."

박기범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뭐 없어지니 서운하기는 하지만 사실 생각해봐. 일반 기업이라면 투자관리부. 뭐 그런 거잖아. 결국 자금. 회사의 재경업무를 하는 것이지. 회사가 보유한 매출채권, 받을어음, 이런거 제대로 관리하는 셈이겠지."

"그렇다 해도 없애는 건...."

신영하 부장이 말끝을 흐리자 박기범 사장은 확신을 가졌다.

"그러니까 없애는거야. 애초에 내가 실수한거야. 흠. 강석천 부장이 자기가 증권회사 이직하고 싶어 이런거 만들라고 한게 아닌지 의심이 가. 원래 내 실수는 남 탓으로 돌려야 해."

한번 가벼운 우스갯소리를 한 후, 다시 박기범 사장이 말했다.

"증권회사에나 있을 법한 FICC부서를 굳이 수출대기업이. 제조기업이 가지고 있는건 잘못된거야. 생각해봐."

"그건 그렇죠."

"좋아. 그럼 됐어. 조직 해체하라고. FICC파트를 없애고 기존 자금팀으로 다 편입시켜. 하는 일은 어차피 다 같잖아."

FICC부서를 폐쇄하기 위한 안건을 올린 월례임원회의. 와인버그의 훌륭한 투자기법과 괄목할만한 투자이익을 생각하면서 황회장은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원안대로 했다면 돈이 꽤 되었겠지. 자네 때문에 고작 3억 달러만 투자하다니. 아까워. 인종적으로도 우수한 백인들과 유태인의 지혜를 빌렸어야 하는 건데."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짓는 황 회장을 바라보면서 박기범 사장은 딱하다는 듯 혀를 찼다.

"회장님. 그래도 그거라도 번걸 다행으로 여겨야죠. 애초에 우리는 증권회사가 아니랍니다. 여유자금을 잘 운용한 것에 불과하죠. 우리가 거래하는 은행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금리를 가장 잘 준다고 해서 모든 현금을 그 은행에 몰아넣을 수는 없잖아요."

일리가 있는 말이었기에 황 회장은 더 이상 대꾸를 하지 못했다.

"게다가 만일 원안대로 하면 그 돈 아까워서 어디 인출하나요? 사실 그 돈은 언젠가는 인출해서 써야할 몫이죠. 탄소섬유 설비투자, 조선소 설비투자. 다 필요한 돈이라는 말입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자금은 회사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한 수단입니다.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지요."

그렇다 해도 막대한 차익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여전히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황 회장을 쳐다보면서 그가 자신의 말 뜻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깝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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