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131화 (131/159)

131화

한숨을 내쉬면서 박기범 사장은 침울한 표정으로 황 회장을 쳐다보았다. 이날 열린 전사 경영회의에서 황 회장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보아하니 시대가 많이 바뀌었어. 올해 2010년은 21세기의 첫 10년도야. 에에. 그 배상수 이사가 말한대로 미국의 와인버그라는 헤지펀드는 소로스만큼 똑똑한 모양이지?"

"네. 우리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킨키 상사는 와인버그는 물론 그가 추천하는 수많은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 총 150억 달러를 맡기기로 했다는군요. 거기도 석유사업부와 호주 및 남미의 광산사업, 헤지펀드 투자로 새롭게 도약을 하려는 모양입니다."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배상수 이사가 말했다. 그 모습이 기특한 듯 황 회장은 대놓고 그를 감싸고 돌았다.

"우리 배 이사 같은 사람이 열명만 있다면 우리 회사는 세계 최대 기업이 될거야. 그렇지?"

미소를 가득 지으며 온화한 표정으로 배 이사를 바라보는 황 회장의 시선을 부담스럽다는 듯이 피하면서 배상수 이사는 의자에서 살짝 일어났다.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그러나 우리 박기범 사장 같은 사람 둘만 있으면 파산하겠어?"

방금 전과는 180도 달라진 표정과 목소리 톤으로 말을 던진 황영식 회장은 불쾌하다는 듯 헛기침을 했다. 인사팀 전무 겸 기획실 전무를 겸하고 있는 황선욱 전무가 입을 열었다.

"미국엔 원래 뛰어난 펀드매니저들이 많거든요. 아마 미국이 자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전부 상실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겁니다. 이미 전세계 제조업 부가가치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7%, 중국이 22%. 과거 일본이 미국을 앞지르네 이런 소리가 나올때도 미국은 25%, 일본이 18%수준이었거든요."

"맞아요. 제조업 경쟁력은 그 나라의 핵심이지요."

박기범 사장이 조심스레 입을 떼자 황선욱 전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 박기범 사장은 황 전무의 말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것을 직감했다.

"중국 따위가 미국에게 개처발리는 이유는 금융을 장악하지 못해서죠. 와인버그 같은 사람이 클릭 몇 번하면 중국이 미국에 수출해서 벌어들인 돈의 수백만, 수억만배를 그냥 버는데요."

"맞습니다."

배상수 이사도 힘을 보탰다.

"얼마전에 와인버그를 뉴욕에서 만났는데 그도 그러더군요. 미국은 새로운 로마제국이라고요. 중국은 한가구 한자녀라는 정신병자 같은 정책으로 인구가 고령화되지만 미국은 점점 젊어집니다."

황영식 회장은 배상수 이사의 말을 신중히 받아들이는 태도였지만 박기범 사장은 불만이 가득한 눈으로 그는 노려보았다.

"선진국 중 유일하게 인구가 늘어나고 고령화문제가 하나도 없죠. 미국은 영원히 고령화되지 않아요.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도 노령화되지만 복지따위는 신경도 안쓰는 미국은 날로 강해지고 인구도 젊어지죠. 그래서 와인버그는 미국이 바로 천년왕국이라고 하더군요. 천년왕국."

"그렇다면 중국에 투자하는 탄소섬유라인도 재고해야겠군. 천년왕국으로 가야지. 이럴땐 우리도 탈아입구를 해야 해. 제조업따위에 목숨거는 미련한 일본놈, 무식한 중국놈 대신, 백인과 맞먹는 지성과 품격, 수준을 가진 우리가 나서야지. 열등한 황인종족 중 유일하게 우리만이 백인의 수준이란 말이야."

황영식 회장의 말에 배상수 이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FICC를 더 강화하고, 조선사업부와 탄소섬유에 대한 투자는 줄여야 할 것입니다."

"그건 안돼."

박기범 사장이 발끈했다.

"조선은 그렇다 치더라도 탄소섬유는 포기하면 안돼. 현재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마당에 그걸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하지만 황영식 사장에 의해 진압되었다.

"박 사장. 어딜 감히?"

============================ 작품 후기 ============================

이제 배상수 이사가 무등그룹의 실세로 자리매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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