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130화 (130/159)

130화

"그래. 듣자하니 일각에서는 신동철 부사장의 말을 무시하고 모든 돈을 와인버그에게 맡겼어야 했어. 쓸데없이 조선산업따위에 투자를 하다니."

"박 사장도 이제 한물 갔군."

비웃듯이 말을 했다.

"배 부장. 임원 되겠는데? 이야. FICC부서가 이렇게 실적이 좋다니. 박 사장 책임져야겠어."

서서히 흘러나온 박기범 사장 퇴진론은 곧바로 경영지원실에도 전달되었고 박 사장의 귀에도 흘러들어갔다.

"뭐야? 어떤 놈이 그 따위 망발을 해?"

화를 벌컥 내면서 소리를 지르는 박 사장을 보면서 인사팀 황 전무가 말했다.

"올해 초에 그대가 배상수 부장의 10억 달러 투자안을 깎아서 3억으로 줄였는데, 누가 좋아하겠어? 듣자하니 조선사업부 신동철 부사장도 아마 거취가 불분명하다고 하던데."

"신동철이 왜?"

의아해하는 박기범 사장을 그가 쳐다보았다.

"아니. 우리는 무조건 5년마다 평가하잖아. 이사도 5년 누적실적으로 평가하고 전무급도 마찬가지고. 근데 신동철 부사장이 부사장으로 오른지 고작 2년 만에?"

"황 회장도 서서히 마음이 바뀌나 봐. 배상수 부장이 잘하니까 거기에 마음이 쏠리는게지."

"황형. 한번 생각을 해봐. 조선사업, 탄소산업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야, 그리고 그 이익을 가지고 FICC부서가 이익을 내는거지. 목적이 뭔데? 수출기업인 우리는 그저 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선물환이나 선도환 잡고, 기껏해야 스트래들이나 스트랭글 말고 선물옵션 거래는 하지도 않는데?"

"음. 그나저나 전사적 분위기는 이제 조선은 한물 갔다. 탄소섬유도 한물 갔다. 석유. 즉 에너지 사업부와 FICC를 주축으로 한 금융을 남기자는게 지배적이야."

"당치도 않은 소리. 우리 기업의 수익구조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그 따위 망발을 하는거야? 조강지처 버리고 잘되는 놈 봤어?"

여전히 씩씩 대면서 박 사장은 불만을 토로했다.

"생각해 봐. 와인버그 한테 투자하자는 그 안은 훌륭했어. 바보같은 신동철 부사장. 쓸데없이 조선사업에 돈을 투자하지만 어때? 조선경기 불황으로 그 돈은 완전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린 셈이 되었어. 신 부사장도 이런 치명적 실수는 책임을 져야 할거야."

인사팀 황 전무의 말은 진리였다. 일주일 후인 2010년 1월 첫째 주에 발표된 무등그룹 인사발령에서 신동철 조선사업본부장 겸 부사장은 조선경기 불황과 지나치게 과도한 회사의 자원을 낭비했다는 책임을 모두 떠안고 사표를 낸다.

신 부사장이 사표를 낸 그날, 배상수 부장은 이사로 승진을 했고, 황영식 회장은 FICC의 유능한 투자안과 향후 기업의 성장을 위해 조선사업부를 정리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넌지시 주었다.

"박 사장. 지금은 21세기야. 선진국은 뭘 만드는 미련한 짓따위는 하지 않아. 증권회사나 투자은행, 투신권 보라고. 그들은 뭔가를 창조하지. 파생상품 만들고, CRS, IRS, CDS, 등등등 창조를 하지. 수준이 달라."

"하지만 회장님. 그렇게 금융업에 전력을 다 한 영국은 소득이 35,000달러고, 여전히 제조업에 충실한 일본은 43,000달러입니다. 뭔가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창조능력이지요. 안 그렇습니까?"

"글쎄. 와인버그에게 10억이 아니라 100억 달러를 맡겼다면 1년만에 또 다른 100억 벌겠지. 그까짓 유조선. 이따위거 만들어거 100억 벌어?"

============================ 작품 후기 ============================

2008년 이후, 일본 엔화가 강세였는데, 당시 일본의 경제상황이 상대적으로 유럽과 미국보다 나았다는 점, 세계최고 수준의 제조업능력, 막대한 대외자산이 엔화강세를 띄게 하였지요.

실제로 2007년 46000달러나 되는 생활수준을 자랑한 영국은 08년 위기의 직격탄으로 35000으로 추락했고 이제 겨우 37000달러로 회복되지만 일본은 07년 34000달러에서 12년 48,000달러로 생활수준이 급격하게 향상됩니다.

뭐 학문적으로는 어떠네 해도 현실적으로 돈을 많이 주고 안정적인 좋은 직장은 금융업이고 별볼일 없는 나쁜 직장은 제조업이죠. 증권회사다니면 어쨌든 돈도 잘벌고 잘먹고 잘살고 근무시간도 짧지요.

저는 채권평가업이라 하루 12시간씩 연 3천시간을 일하지만요(8시 30분~2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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