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129화 (129/159)

129화

유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크게 투자가 필요한 건 사실 조선, 탄소섬유죠. 석유유전확보덕에 돈을 왕창버니 탄소섬유는 사실 걱정 없어요. 이미 일본 도레이나 미국의 듀퐁, 독일의 바이엘보다 우리가 생산캐파, 기술력, 모두 다 앞섭니다."

"그건 좋은거야. 어쨌거나 자금 문제와 관련해서 임원들이 좀 알아야 해요."

배상수 부장이 끼어들었다.

"사장님. 한 10억 달러만 와인버그에게 맡기면 내년엔 3억 달러의 이익이 기대됩니다. 수수료 안줘도 되니 진행하죠."

"너무 많아. 시범케이스로 한 3억만 투자했으면 하는데? 나머지는 거제 조선소 도크 확장공사에 쓰자고. 안 그래도 돈들어갈게 많아.석유에서 번 돈을 지금 조선과 탄소섬유에 퍼붓고 있지만 FICC에서 쓰는 돈도 크고. 3억 으로 해. 3억까지. 그 이상은 안돼. 거제도에 신규조선소를 계속 건설해야해. 중국에 건설예정인 조선소는 어떻게 하고."

신 부사장은 뭔가 얻어낸 듯 박기범 사장을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잘 결정했어"

회의가 끝난 후, 박 사장은 배 부장을 따로 불렀다.

"배상수. 아니 배 부장. 내가 부장시절에 내 밑에서 일 배웠지."

"그렇습니다."

"내가 그렇게 임원들에게 대들라고 가르쳤나? 조선사업부 부장급들하고 싸울 수는 있지. 그런데 감히 부사장한테 말대답하는건 용납못해. 자네가 아무리 실력좋다고 해도 그 돈. 조선사업부가 밤새워 용접질하고, 고생해서 번 돈이야. 그걸 잘 운용하기 위해 FICC만든거지 대들라고, 내부분열 일으키라고 하는거 아니야. 자꾸 이러면 FICC파트 내가 해체시킬거야. 내가 만든 부서니 사장 권한으로 없앨 수 있어. 그리고 자넬 거제도로 보낼거야."

사장의 말은 그 무엇보다 위력이 있었다. 배상수 부장은 입을 꼭 다문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왜 말을 못해?"

"알겠습니다. 사장님. 명심하겠습니다."

"알았으면 가 봐. 나 말이야. 이런 사내 정치 따위로 신경쓰기 싫어. 경영총괄 본부장이자 경영지원실 사장으로서 내 일하기도 힘들다고. 후."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나마 돈버니 잘먹어서 버티지, 이젠 나도 지쳐. 그러니까 배 부장. 나 신경 안쓰게 좀 해. 점심 식사로 보신탕 먹으러 가자고. 일주일에 최소 한번은 보신탕 먹어야 힘이 나더라니까. 너무 에너지를 많이 써."

"제가 많이 힘들게 해드렸군요."

"자네만 아니어도 한달에 한번 먹었을거야."

배 상수 부장이 가장 존경하는 상사가 바로 박기범 사장이었기에 그는 고개숙여 절을 하고 사장실을 나갔다. 그는 충실한 심복이었지만 야심이 너무 컸다. 하지만 그건 박기범 사장에게 보이지 않았다.

박기범 사장과 황영식 회장의 재가를 얻어 3억 달러를 미국의 와인버그에게 송금했다. 스위스에 있는 OBS계좌를 통해 투자를 단행하기에 이른다.

역시 헤지펀드 업계에서 이름이 알려진 와인버그 답게 그 해 12월, 3억달러의 원금은 무려 7억 달러로 불어났고 수익률은 133%를 기록한다. 더욱이 수수료는 단 한푼도 받지 않았고, 이 소식이 바로 서울로 전해졌다.

"이야. 이 미국이 좋긴 좋구나. 주식 뚝딱해서 수억 달러를 단숨에 벌고. 중국이 깝쳐 봐야 미국에 비하면 새발의 피로구만."

자금팀 직원 하나가 신나게 떠들었다. 그 옆에 있는 다른 직원이 말했다.

"그것도 뭐, 그나저나 배상수 부장이 뛰어나. 어떻게 알았대?"

"그러게나 말이야. 박기범 사장님도 대단하고."

대화를 이어나가는 직원들 사이로 다른 직원 하나가 끼어들었다.

"박 사장? 이봐. 결국 배 부장이 옳지 않았나? 한 10억 투자했다면 수익으로 번돈만 10억 달러가 될텐데. 그럼 과도한 투자를 막은 박기범 사장은 엉터리라는 거잖아?"

맨 처음으로 말을 꺼냈던 직원이 대답했다.

============================ 작품 후기 ============================

2011년 기준으로 전세계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국가별 비중을 보니까 중국이 미국을 앞질렀더군요.

1980년대~90년대 초반. 일본이 잘나가서 미국을 제칠거라네 이런 분석이 지배적일 때도 미국의 제조업 비중은 22%로 일본의 18%를 크게 앞질렀죠. 그런데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고 이제 그 격차는 더 커집니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도 미국공장보다 중국공장증설에 박차를 가하고, 보잉도 신규항공기 공장을 중국에 짓는다고 하지만 여전히 금융은 미국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게 더 좋지요. 아는 후배가 모 증권사 다니는데 "호머 심슨이 아니면 7년차 1억 번다"고 한답니다.

제가 대학 4학년때 대신증권 최종면접에서 떨어지고, 모 제조기업 자금팀 다닐때도 대신증권 면접또 봤는데, 회사에서 급히 불러서 1차 면접 도중에 복귀했죠. 그래서 한주 동안 저만의 파업을 했답니다.

문서 마구 반려하기. 승인 하루 더 늦게 하기, 오늘 할일 내일로 떠넘기기를 했지요. 상위 0.0000000000000001%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두번 놓쳐서요. 한때의 객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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