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화
2009년 3월 말. 경영지원실 대회의실에서 열린 임원회의. 2008년 말 발생한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조차 무등그룹은 건실하게 버티어냈다. IMF때의 경험을 살려 또 다시 달러 투기로 수천억의 이익을 냈기에 자신감도 충만한 상태였다.
"진짜 금융위기는 위기인가봐. 다우지수가 6500? 14000을 넘나들던 지수가 반토막이야."
박기범 사장이 먼저 운을 뗐다.
"그러게. 이것도 기회아닌가? 외국의 경쟁력있는 기업을 헐값에 살 수 있겠어."
조선사업본부장인 신동철 부사장이 말했다. 그는 최근의 조선호황으로 많은 돈을 벌도록 해준 공로로 부사장까지 올라갔다. 게다가 그는 이 말을 힘주어서 말하며 FICC 파트장인 배상수 부장을 쳐다보았다.
"FICC파트는 어때? 작년에 환율로 이익은 많이 낸 걸로 아는데."
신 부사장으로 대표되는 조선사업부와 자금팀 내부의 FICC파트는 갈등이 많았다.
FICC파트장인 배상수 부장이 이끄는 무등그룹 FICC팀은 조선사업부를 우습게 아는 걸로 유명했다.
이 팀에서 높은 실적으로 내는 걸로 유명한 신영하 대리는 채권투자를 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거제조선소 보수비용을 빼다가 채권투자를 했고, 이 때문에 박기범 사장은 화가 잔뜩 난 조선사업부와 영업이익률도 낮은 조선업에서 돈을 빼 FICC에 밀어주자고 주장하는 배상수 부장을 조율하느라 진땀을 뺐다.
"많이 벌죠. 미련하게 용접질이나 하는 것과 수준이 다르니까요."
"그만들 해. 여기까지 와서 싸우는거야? 난 분란은 용납못해. 신부사장. 그만 싸워. 그리고 배 부장도 어딜 감히 부사장한테 말대꾸야? 겨우 부장주제에 어딜 감히."
따끔하게 호통을 친 박 사장은 회의를 주재했다.
"금융위기로 유동성 문제도 제기되는데, 일단 FICC, 조선, 탄소섬유, 석유화학, 다 중요한 사업부야. 여유자금을 어디에 배분할지 다시 점검해야겠어."
"사장님."
배상수 부장이 말했다.
"뉴욕에 기반을 둔 와인버그 인베스트먼트가 수수료 없이 자금운용을 해주겠다고 해서요. 한 10억 달러만 투자하면 높은 이익을 낼 수 있을 겁니다. 그 사람 연 30%의 수익을 25년 넘게 낸 뛰어난 헤지펀드 매니저입니다."
"그건 안돼. 거제 옥포 조선소가 지금 노후화되어간다고. 도크도 새로 다시 건설해야 하고. 무엇보다 중국 산둥성일대도 조선소를 추가로 지어야 해. 대우조선해양보다 도크가 낡아. 이래가지고 신규수주는 어떻게 해?"
박기범 사장은 따끔한 어조로 말했다. 이 말에 탄소섬유본부장인 유정수 사장이 말했다.
"탄소섬유도 지속적인 투자가 요구됩니다. 다행히 우리 사업부는 지금 필요없죠. 이미 이익 확보가 되어서 공주-전주 일대 신규공업단지에 투자는 계획대로 됩니다. 이미 다 정해졌고. 탄소섬유는 아주 잘 나가니 대규모 장치산업인 조선사업부에 투자를 하는게 지금 상황으로 보면 옳겠죠."
이 말에 신부사장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유 사장을 쳐다보았다.
"사실 앞으로 선박도 강철대신 탄소섬유로 만든다면 연료절감, 안전확보등을 기대할 수 있죠. 선박에서도 탄소섬유 비중을 높여나간다면 우리 무등그룹은 세계를 지배할 겁니다."
============================ 작품 후기 ============================
이제 전통적 제조업과 금융업세력과의 내분이 이루어집니다. 훌륭한 투자기법으로 이익을 내는 FICC부서는 조선과 탄소섬유를 무시하고, 조선과 탄소섬유는 FICC는 백안시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