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125화 (125/159)

125화

2007년 12월. 국내 증권시장의 호황과 동시에 무등그룹 역시 사상최고의 이익을 냈다. 이제 재계 5위자리는 완전히 굳혔다. 하지만 이제 사장의 지위에 오른 박기범 경영지원실 사장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그가 아꼈던 강석천 자금팀 부장이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한 것이다. 그것도 재계 5위의 대기업 자금팀 부장이라면 그래도 괜찮은 직책인데도 그는 증권사 부장으로 이직을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돈때문이었다.

"뭐 우리 무등그룹 부장 연봉도 나쁘지는 않아요. 제가 06년도에 보니까 8600만원 찍었는데 증권회사 다니는 제 친구는 차장인데 연봉이 1억이더군요. 마침 증권사에서 연봉 1억 5천에 스카우트 제의가 와서요. 아 참. 사장님. 그거 아시죠? 사장님이 면접에서 우수한 점수를 주어서 저희 자금팀으로 데려오려던 신입사원. 똑똑한데 왜 안온줄 아세요? 증권사 갔어요. 증권회사 대졸초임이 4천만원인데 우리회사는 고작 3천4백이거든요. 굶어죽어요."

이 말을 남기고 그는 이직을 했다. 게다가 2007년 7월. 강 부장이 이직하기 한달 전, IR을 여의도의 한 증권사에서 개최했다. 세계최고 수준의 섬유제조-유조선에 특화된 조선-석유화학-유전확보-탄소섬유로 이어지는 거대한 기업에 대해 증권사 애널리스트 및 펀드매니저들의 관심은 높았다.

직접 IR을 박기범 사장이 주관했었는데 이 때 우연히 IR실무를 맡은 자금팀의 신입사원 하나가 자기 팀의 대리급 직원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된다.

"대리님. 여기 와 보니까 좋네요. 제 나이 또래의 직원을 우연히 엘리베이터 안에서 봤는데 시계가 태그호이어고, 자동차 키가 미니 쿠퍼더라고요. 저는 언제 그런 시계차나. 평생가도 불가능이겠죠? 난 시게 없어서 핸드폰 시계 차는데. 히히."

"야. 우리 회사에 자부심을 가져라. 태그호이어가 뭐 대수라고."

이런 대화를 엿들으면서 그는 기분이 나빠졌다. 또한 그 사원은 자기 또래의 증권사 직원을 선망의 대상으로 매우 부러워하면서 동시에 굉장히 시무룩해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는 작년 말, 이 증권회사에 지원했다가 최종면접에서, 떨어졌고,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쓴 무등그룹에 붙어서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이 IR이후, 이 증권회사에 다시 지원해 신입으로 그해 12월에 입사한다.

어디와 비교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수한 인재들이 자꾸 떨어져 나간다는 생각에 박기범 사장은 기분이 나빴다.

"우리 회사가 이렇게 쓰레기 였나?"

특히나 증권회사로 다시 간 신입사원에게 그가 그만두기 바로 전. 사직원에 적은 퇴사사유는 박기범 사장이 그동안 사장으로 올라오면서 회사를 위해 노력한 그의 가치마저 무너뜨릴 뻔 했다.

퇴직사유(구체적으로 기술하시오)1) 급여가 너무 적어서. 이 회사 3400만원. xx증권 4500만원.

2) 너무 일만 많이 시킴. 이 회사 주당 50시간. xx증권 9-33) 희망이 없음. 21세기에 조선, 섬유?

4) 여기에서 아무리 노력해야 연봉 1억은 영원히 불가. 증권사는 언제나 가능. 나도 좀 돈좀 벌고 고급차 타보자. 증권회사 다니는 친구들에게 자격지심 느껴서 이 회사 때려친다.

이걸 보면서 박 사장은 무등그룹에 입사한지 처음으로 사장실에서 혼자 울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재계 5위의 대기업이 정작 대졸 신입사원들에게는 외면당하고 있었으며 그래도 1년 가까이 근무한 직원은 '이 회사'라고 폄하하고 있었다.

특히 연봉 1억은 영원히 불가라는 말은 적어도 이 회사에 들어온 신입사원들에게 희망보다는 절망만을 안겨주는 것 같았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은 중요한 가치의 기준이었다. 아무리 회사가 발전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월급이 낮으면 아무도 오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무리 대졸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해도 동전 몇 푼을 받으며, 그나마 월급이라고 받은 돈으로 거적때기를 걸치고 회사를 다닐 수는 없는 일이다.

============================ 작품 후기 ============================

원래 증권회사들이 돈 잘 벌죠. 저는 무능해서 증권회사 근무를 못하지만 채권평가사에서 일하면서 증권회사에서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증권회사 건물로 출근합니다만 30대 초반 대리급들도 그랜저를 타고, 40대 과장급들은 최소한 그랜저 이상을 타더군요. 이야기 하는걸 들어보면 30대 초반에 골프채 뭐가 좋은지, 골프 몇타 나오는지 이야기 하더군요.

심지어 20대 후반 직원들도 미니 쿠퍼나 외제차를 탄답니다. 저는 아직 차도 없는데.ㅠㅠㅠ. 누구 말대로 가난하니까 지하철타고 버스를 타는거겠죠. 아무리 대중교통이 잘 구비된 서울이라 할지라도요.

독자여러분들 중에 취준생이 있다면 반드시 증권회사 가세요. 제조회사도 근무했었지만(자금부서) 힘들어요. 가난하고. 증권회사가 최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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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 저를 가리켜 일베아니냐고 의심하시는 분들도 계신 줄로 압니다 . 경제발전을 찬양하면 일베인가요? 황제노조를 가리켜 황제라고 지칭 하는게 일베인가요?

우리나라 변호사 평균연봉이 8800만원이지만 현대차 생산직 노동자는 9400만원입니다. 제가 알기로 현대차 기획실이나 재경본부 부장보다 단 순생산직 급여가 월등히 많은 걸로 아는데, 이 사실을 말하면 일베가 된다니. 그럼 뭐라고 해야할까요?

조사해보니 벤츠나 BMW, 포르쉐등 독일 명차회사들보다도 현대차 노조 급여가 많더군요. 독일에서는 마이스터라고 하는 최고 명장 급여보다 쇠파이프 휘두르는 개나소나 다하는 단순 생산직 현대 노조원 급여가 월등히 많다는게 참 개탄스럽죠. 진짜 저는 자식 낳으면 공부시키지 말라고 용접이나 나사조이는거나 시켜야할까봐요. 변호사 만들어봐야 노동자만도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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