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122화 (122/159)

122화

결전의 날인 2006년 10월 4일. 출근한 박기범 전무는 자기 의자에 앉아서 어떻게 전략을 짜야할지를 고민해보았다.

로젠바움에서 무등그룹에 대해 엉터리, 혹은 매도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게 되면 이 석유건을 터트려서 막아버기로 했다.

9시 정각. 주식시장이 열리고 활발하게 거래가 되기 시작했다. 무등그룹의 주식은 주당 10만원에 거래가 되고 있었다. 전일 대비 변동폭은 0.2%. 생각보다 등락폭도 적었다.

"미국 증시 상황도 있지만 별로 움직이질 않네요."

주가 차트가 나오는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강석천 부장이 말했다.

"그럴테지. 아직 매도 리포트는 나오지 않았지?"

이렇게 말을 하고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IR 박정수 부장에게 말했다.

"박 부장. OBS계좌를 통해서 주식을 매입할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난 잠깐 내 방에 다녀오지."

박기범 전무는 급하게 뛰어가 자기 책상으로 향했다. 그는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된 HTS프로그램을 켜고 무등그룹의 주식을 무려 10억원 어치 매입할 준비를 했다. 순간 증권프로그램의 뉴스란에 속보가 하나 떴다.

-로젠바움. 무등그룹 매도의견

이 소식과 함께 무등그룹의 주가가 급전직하했다. 순식간에 주가가 5% 하락하여 95000원에 거래가 되고 있었다.

"좋았어."

그는 급히 밖으로 나갔다.

"전무님."

박정수 부장이 얼굴이 사색이 되어 박기범 전무를 불렀다.

"주가가 5%나 빠졌습니다."

하지만 박기범 전무는 낯빛하나 변하기 않았다.

"그래? 일단 OBS를 통해 주식을 사들일 준비를 하라고."

"이야. 주가가 8%나 빠지다니. 어라. 8.5, 9. 9.5."

한번 씨익 웃은 후 말했다.

"10% 빠지면 사들여. 힘겨루기 간다."

주가가 10% 빠지는 순간 박정수 부장이 이끄는 IR팀은 일제히 주가를 사들였다. 다시 전무실로 달려간 박 전무 역시 10억원 어치 주식을 매입했다.

강력한 매수물량이 나왔기에 주가는 10% 하락에서 8% 하락으로 저점대비 2%가 올랐다.

"뭐지? 이건?"

조니 박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어디선가 매수물량이 들어오는 모양인데요?"

"그래봐야 지금 대차잔고 물량만 해도 8% 이익인데. 좋아. 대차물량 더 늘려. 공매도 더 늘리라고. 현재 선물시장에서 무등그룹 주가 선물 풋옵션 매수 얼마지?"

"3500억 매수했습니다."

이 말에 조니 박이 외쳤다.

"그렇다면 콜옵션도 매도해. 현재 아직물량 없잖아. 신규로 5000억 매도해. 풋옵션도 기존 3500억에서 1500억 더 매수하고."

고개를 끄덕인 직원이 달려가 즉각적으로 주문을 체결했다. 무등그룹의 주가가 떨어지면 돈을 벌기 위한 계획이기 때문에 헤지를 하기 보다는 콜옵션 매도, 풋옵션 매수, 공매도 잔고 확대를 계획했다.

"헌데 조니. 헤지는 안하나? 잘못하면……."

"괜찮아. 헤지할 필요가 뭐가 있어? 여기 한국 주식시장은 아직도 먹을게 많아. 여전히 허접하고 빈 곳이 많다는 것이지. 걱정 말라고. 미국의 선진 금융기법앞에서 무너지게 되어있는게 한국과 일본이야. 멍청한 원숭이들 주머니 터는건 일도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그는 계속 시황을 지켜보았다. 스위스 OBS 계좌를 통해 계속 매수주문이 나갔고 주가는 8% 하락에서 6% 하락으로 또 변했다.

이를 지켜보던 박기범 전무는 가만히 모니터만 보고 있었다.

"전무님. 외국계. 그러니까 로젠바움에서 강력한 대차물량과 함께 선물도 매도하고 있습니다."

그걸 파악한 박기범 전무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콜옵션을 매도하는 바보도 있나? 풋을 사면 콜을 사서 헤지를 해야 하지 않나?"

"교과서대로라면 그렇죠."

자금부장이 말했다.

"헌데 현실에서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더군요."

"그래? 어쨌건 계속 물량 확보해. 나도 10억 샀으니까."

"전무님. 그럼 석유는 언제?"

"저 놈들이 대차물량을 더 쏟아내면."

예상대로 였다. 강력한 매수물량을 지켜보던 로젠바움의 조니 박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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