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화
그 시각. 여의도에 위치한 로젠바움 증권회사. 조니 박은 일본시장과 한국시장을 총괄하는 아시아지역 매니저였다. 그는 박기범 사장이 본 대로 부유한 집안 출신이었다.
어지간한 대기업 차부장급 중간관리자들의 연봉보다 많은 연간 수업료를 내야 하는, 대통령이나 장관, 대기업 사장단의 자녀들만 다니는 명문 초등학교 출신에 미국 동부지역의 명문 중고등학교에, 아이비리그 출신인 조니 박.
그에 비하면 빈민가 출신에, 가난한 공립학교 선생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박기범 전무. 조니 박은 인터넷을 통해 본 박기범 전무의 프로필을 보면서 콧웃음을 쳤다.
"이번에 무등그룹과 킨키상사 주식을 공매도 해야겠어. 10월 3일까지 무등그룹과 킨키 상사에 대한 매도 의견을 담은 상세한 리포트를 작성하고, 4일 아침에 터트려야겠어."
다른 직원이 말했다.
"무등그룹은 실적도 좋고, 현금도 많은데, 쉽게 건들기는 쉽지 않을텐데요."
"그렇지도 않아."
조니 박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어차피 우리 외국계가 매도 의견을 내면 한국 주식시장은 흔들리게 되어있어. 그리고 무등그룹은 석유개발에 돈을 퍼붓지만 아직 한방울의 석유도 없어."
"그 박기범이라는 전무말이에요. 경영지원실 전무. 나름 대단한 사람 같아서요."
"뭘 대단해. 그래봐야 빈민가 출신인데. 나 처럼 아이비리그를 나오지도 않았어. 그 사람 뭐 인맥이나 있어? 그 친구 연봉 얼마일거 같애? 나처럼 LA에 5백만달러짜리 저택에 벤츠를 타나?"
대수롭지 않게 비웃고는 간단한 전략을 짰다. 매도의견을 내 주가를 폭락시킨 후, 다시 사들여 이익을 얻고자 했다. 대략 15%정도 하락시키도록 공매도를 때린 후 다시 사들여 주가가 원래대로 복귀하면 간단히 생각해도 30%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어차피 우리가 이런걸 하는걸 모를걸? 그리고 안다 해도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해."
조니 박은 당당하게 말했다. 킨키 상사와 무등그룹. 이 두 회사의 주식에 대해 공매도를 해 수익을 얻기로 했고 이를 위해 미국 본사에서 대략 5조원 가량을 빌려와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맞아."
박기범 전무는 직접 자금팀으로 찾아갔다.
"스위스 OBS계좌 잔액이 현재 얼마야? 10억 달러 정도 되지 않나?"
"그 정도 됩니다만."
자금부장의 말에 그가 말했다.
"그 돈 외국인 투자 식으로 해서 우리 회사 주식을 매입할 준비 하도록 해. IR 박정수 부장하고 논의하고. 아마 그 자금을 활용해 주식매입을 해야겠어."
"그러면 자사주 매입인가요?"
"아니겠지. 명의는 OBS니까 금감원이나 외부에서는 스위스 자본으로만 보일거야. 혹시 모르니까 박 부장과 논의하고,"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