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화
2006년 당시 코스피 지수는 횡보세였다. 전년도인 2005년도에 무려 55%나 폭등해 주가지수 1천선에 안착을 했고 1300~1400수준을 넘나들고 있었다.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은 낮았고 주로 선물환과 같은 환율리스크 축소, 안정적 자금운용을 위해 주로 국채위주로 투자를 했다.
"이거 국채 투자는 별거 아닌데."
월간 평가보고를 보면서 박기범 전무가 투덜거렸다.
"리스크가 낮으니까 수익도 낮죠."
강석천 부장은 그렇게 말했으나 박기범 전무는 말도 안된다고 여겼다.
"이봐. 그럼 워렌 버핏이나 소로스는 뭐야? 낮은 리스크로 고수익을 챙기는데. 그런 소리는 하지도 말어."
쏘아붙이듯 말하고는 서류를 쳐다보았다.
"커브는 장단기 스프레드가 좁혀지면서 플래트닝 되었다"
"네. 주가 상승하고 차익실현 매도 때문이지요."
"몇조, 혹은 몇십조의 RP자금을 운용한다면 채권투자가 중요하겠지만, 우리는 금액도 작아. 겨우 1500억인데, 채권투자로 밀기에는 힘들어. 보험사도 아니고. 일단 환율로 돈을 벌 생각하고, 채권시장 흐름을 보면서 환시도 예측 가능한가?"
"글쎄요."
"뚜렷한 성과가 나야할텐데."
초조해하는 박기범 전무를 보면서 강 부장이 말했다.
"해외채권은 어떨까요?"
"환 리스크 어떻게 하게. CRS?"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원자재 해. 원자재. 상품투자."
"알겠습니다."
이제 막 시작했기에 채권매입규모도 크지 않아서 손실도 없고 이익도 없는 상태에서 모든 포지션을 청산했다. 그리고 장기 상품선물에 발을 내딛었다.
"전무님. 원유선물에 투자하려고요."
"그렇게 해. 장기적으로 유가가 오를테니. 확보해. 중국의 경제발전으로 자원수요가 늘거야. 구리, 철광, 아연, 석유에 투자하라고."
"그런데 우리 FICC부서가 이렇게 정말 상품위주로 투자해도 될까요?"
강석천 부장이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채권에도 어느 정도 투자를 해야죠."
"봐. 증권사의 채권운용부에서 채권 엄청나게 들고 있는데 금리가 고작 몇 BP만 변해도 박살나기도 해. 금리인하를 기대하고 채권 막 쓸어담았는데 한국은행에서 금리동결이나 인상을 선언해봐. 채권은 박살나는거야. 솔직히 채권은 그다지 좋은 투자처가 못 돼."
박기범 전무는 채권투자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봐. 내가 제조기업 자금통이라서 국채선물이니 그런거 모를 줄 알어? 나 IMF때 스왑거래도 생각했었어."
과거를 떠올리면서 그가 말했다.
"최악의 경우, 무등그룹이 보유한 달러가 부족하게 되면 미국기업 한국지사에게 원화를 빌려주고, 그 미국기업은 무등그룹 미국지사에게 달러를 빌려주는 식으로 말이지. 아무튼 국채는 손대지 마. 국채선물. 말은 화려하지. 헌데 아니야. 돈이 안돼. 요즘 사람들이 커피도 많이 마셔. 그렇다면 커피 선물도 사고. 그러라고. 그렇게 돈 버는거야. 시카고 가서 커피 다 사들여."
"알겠습니다."
"진짜 요즘 뭐 국채선물도 투자하는데 몇 틱 변하면 얼마가 움직여? 채권은 재미있어. FRN도 구하는 방법 보면 재미있잖아."
강석천 부장이 물러났다. 박기범 전무는 종이에 인쇄된 여러 상품선물들의 가격을 눈여겨 보았다. 커피, 대두, 석유는 계속 값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세계경제가 좋아질수록 국제유가는 오를거야. 암. 석유가격은 오를 것이고 말고."
무등그룹은 이 날 이후 석유에 투자를 했다. 인도네시아 유전 개발에서 뭔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징조는 보였지만 아직 아니었다.
그래서 석유를 미래에도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하는건 중요했다. 다만 그 실수요 이외에 투기수요가 좀 더 보태진 것 뿐이다.
"현재 두바이유가 많이 오르고 있습니다. WTI도 오르고 있고요."
"1998년인가? 국제유가가 배럴당 고작 10달러였는데, 벌써 60달러라니."
박기범 전무가 말했다.
============================ 작품 후기 ============================
지금 부분은 약간 전문적 용어가 나와서 어려우시겠지만 양해해주세요.
원자재는 말 그대로 원자재죠. 석유나, 철 등 자원에 투자하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