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113화 (113/159)

113화

"이 주식 하나로 형제들이 다 부자가 됐군."

고향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그는 중얼거렸다. 박기범 전무는 이 돈으로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벤츠를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문상기 전무 역시 주식으로 돈을 크게 벌어 강남의 50평대 아파트를 구입하였다고 했다.

"뭐 열심히 일을 한 보상이겠지 뭐."

자신도 열심히 일을 한 덕에 돈을 벌었고, 문 전무 덕분에 6억 4천의 평가이익을 벌었다. 전무라는 직함을 달고 그가 받는 연봉이 3억 2천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2년치 급여였다.

가만히 잔고를 확인해보면서 그는 다른 생각에 잠겼다. 그가 50년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돈을 벌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강남의 27평 아파트, 2000cc급 중형차 한 대, 5억 정도 되는 예금과 주식계좌에 있는 7억이었다. 그것도 엘튼 화학으로 갑자기 번 돈이다.

그러니 그와 같은 연도에 태어난 빌 게이츠 같은 걸출한 위인에 비한다면 정마 작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듣기로 무등그룹 정도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회사가 미국에 있다면 전무급의 급여는 최소한 다섯배라고 했다.

어찌보면 약간 평등주의에 물들어서 능력있는 사람이 엄청난 보상을 받아가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잘못된 민족성, 그런 인식 때문에 우리나라가 정체되어있지 않는가도 생각해보았다.

"이야. 빌 게이츠 처럼 한 50조원 벌려면 얼마나 주식을 잘해야 되는거야?"

주식의 귀재라는 워렌 버핏이 2005년 현재 재산이 420억 달러(42조원)이나 되니 이제 겨우 1~2조를 기록하는 대한민국의 재벌은 국내에서만 갑부지 해외에 나가면 거지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속좁게 재벌을 가지고 뭐라고 하는 바보짓 보다는 저렇게 수십조의 재산을 가질 수 있도록 재벌을 키우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래야 나도 연봉 32억 찍을 거 아니야?` 10배."

누군가에게 말하듯 중얼거렸다. 어차피 아파트를 사거나 하는 부동산 투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27평 아파트면 세 가족이 살기에는 충분했다.

아내를 데리고 아파트 근처의 메르세데스-벤츠 매장에 찾아간 그는 벤츠 S500을 큰마음먹고 구입했다.

임원이 되면 1%의 금리로 2억원까지 주택구입자금을 빌려준다. 그 중 1억을 보태 벤츠를 사고 매달 월급에서 갚아나가기로 했다. 그러면 안되지만 이 정도의 예외는 있어야 하는 법이다.

1962년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실시된 이후 4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무렵,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에서, 가난한 학교 선생의 둘째아들로 태어난 박기범 전무는 이제 벤츠 S500이라는 최고급차를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잘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의 대기업 전무라고 해봐야 미국이나 유럽의 대기업 전무에 비하면 별거 아닌 수준에 불과했다.

급여도 미국이라면 임원이 되면 기본적으로 수백만 달러에, CEO가 되면 몇천만 달러의 연봉도 가능하다.

동양권의 한계일 수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세계 2위의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의 CEO연봉은 포드나 GM의 CEO연봉의 수십분의 1을 받아가는 수준이다.

능력에 따른 풍족한 보상을 싫어하는 이상한 주자학, 유교 문화가 내재된 동양의 특징이라고 보았다.

한국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평등주의가 내재된 DNA덕분인지 급여는 노력여하에 비하면 작았다. 무등그룹의 차부장급들 연봉이 7천만원에서 9천만원 사이이니 임원 연봉이라고 해봐야 그다지 큰 수준도 아니었다.

어쨌든 가난한 집 아들이 노력해서 한국사회에서 중산층 반열에 오르고, 벤츠를 탄다는 것은, 미국인이나 일본인, 스웨덴인 못지 않은 풍요로운 생활수준을 영위할 정도로 풍요로워졌다는 점이다.

지난 1968년. 박기범 전무가 13살 때, 일본에 살던 어머니의 고등학교 친구가 한국으로 놀러왔을 때, 방마다 에어컨이 있고, 컬러텔레비전을 거실, 안방에 구비해놓고, 가스오븐렌지로 요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그는 언제 우리나라가 이렇게 높은 생활수준을 영위할까 부럽기도 했고 샘이 나기도 하였으나 이제는 많이 쫓아왔다.

(컬러TV방송시작 연도 - 미국 : 1953년. 일본 : 1961년. 우리나라 1981년)환경보호론 자들이나 지구온난화같은 허튼 헛소리를 신봉하는 바보들은 어떨지 모르나 대한민국의 석유소비량은 급증했다.

1980년 하루평균 53만 배럴의 석유를 소비했으나 (당시 미국은 1700만 배럴, 일본은 500만 배럴, 영국은 170만 배럴의 석유를 사용했다) 2004년에는 230만 배럴로 급증했다.

더 많은 석유를 자동차의 연료탱크에 넣고, 더 많은 천연가스를 화력발전소에서 태우고, 더 많은 석유화학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온실가스니 허튼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문제는 우리나라에 적용할 문제는 아니다.

그가 알기로 미국은 1960년이나 2005년이나 석유소비량이 큰 차이가 없으니까. 비판하려면 그런 나라에게 책임을 물어야지 이제 석유좀 태우는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의무감축대상이니 이따위 허튼 개수작에 놀아나는 정치권과 시민단체로부터 대한민국 국민의 생활수준과 산업계의 생존권을 사수하는 것도 전무로서 국가를 위해 마땅히 해야할 책무라고 여겼다. 이제 그의 결정에, 말 한마디에 회사의 생존과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걸려있다.

그런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동시에 가진 그는 벤츠의 운전석에 몸을 싣고, 2006년을 위해 달려나가기로 마음먹었다.

============================ 작품 후기 ============================

제가 어릴때 할머니께서 그런 말 하셨죠. 할머니의 고등학교 일본인 동창들이 과거에 많이 우리나라 놀러왔다고요. 93년에도 한번 오셨는데 일본과자가 매우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것도 귀하다고 할머니는 아껴서 드셨던 기억이 나네요.

우리나라 CEO의 연봉이 아주 낮습니다. 매출액 10억 달러대의 회사의 경우 미국, 독일, 영국 기업에 비하면 아주 낮아요. 물론 우리보다 더 경영자의 연봉이 낮은 나라가 딱 하나 있죠. 일본입니다.

도요타 CEO가 1억엔 정도 받아간답니다. 그렇게 낮아서야 원. 원래 사장 급여가 높아야 직원들도 두둑히 받아가는 법이랍니다.

환경보호론자들. 입만 살았죠. 에어컨 포기할 수 있나요? 자가용 포기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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