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112화 (112/159)

112화

"좀 사둘까?"

그는 자신의 은행계좌에서 8천만원을 인출해 증권회사의 계좌에 입금시켰다. 그리고 주식가격의 변동에 상관없이 하루에 천만원씩 8거래일 동안 사들였다.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서서히 뜸해졌고 급기야 도중에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국세청 직원들이 철수하던 날, 박기범 전무는 회사를 떠나는 국세청 직원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결국 또 정의가 승리를 거두었군."

가볍게 말하면서 인터넷 음악 사이트를 통해 그가 좋아하는 엘튼 존의 1976년도 빌보드 1위곡을 하나 들었다. Don't go breaking my heart'였다.

"그래. 내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말라고."

7천원에서 8천원 사이를 오가는 엘튼 화학의 주식을 지켜보던 박기범 전무는 조용히 주식을 매집했다. 금액적으로도 꽤 많이 사들였다. 8천만원 정도 사들였고 명절때 고향에 내려가서 형제들에게도 조금 사 두면 최소한 한두달치 용돈이나 기름값은 벌 거라고 말했다.

이미 문상기 전무를 통해 중국 생산공장이 96% 완료되었고 한국공장설비를 모두 폐쇄하는 것이 확정되었다고 직접 들었다.

"이제 11월 1일자로 공장이 폐쇄됩니다. 국내공장 설비는 없어도 아무문제 없어요. 이미 추석 이후부터 중국공장이 가동될겁니다. 그러면 국내공장은 존재의미가 없죠. 처음에는 노조원들이 파업하고 생떼 쓰겠지만 몇달 지나면 잠잠할테고 그 때 국내 설비를 전부 뜯어다가 중국으로 보내면 되는 거죠. 두고보세요."

이 이야기를 추석이 다가오기 1주일 전에 들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박기범 전무는 주식을 사모았던 것이다. 확실한 정보이니 만큼 형제들에게도 알려주는 편이 좋다고 여긴 것이다.

추석 이후,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엘튼 화학의 주식이 오르기 시작했다. 언론사들은 중국 단동지역에 완공된 신규 공장은 국내 캐파의 두배 수준이고 따라서 해외진출을 통해 중국시장에의 진출을 꾀할 수 있고 무역마찰을 사전에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약속된 11월 1일로 다가갈 수록 주가는 올라 10월 말 종가 기준으로 9700원까지 상승했다.

박기범 전무의 평균 매입단가가 75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29%의 수익을 올린 셈이고 금액으로 치자면 투자원금 8000만원에 미실현 이익이 2320만원이나 되었다.

그리고 11월 1일. 민주노총에 가입된 엘튼 화학의 노조원들은 회사로부터 해고통지를 받게 된다. 국내공장은 전부 페쇄되고 서울에는 본사 관리팀만 남는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놀라서 공장으로 달려온 노조원들은 아무도 없는 공장을 보고 놀랐다. 공장 관리팀들도 전부 본사로 철수한 뒤였기 때문에 기계설비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11월 1일. 이 소식이 주식시장에 전해지자마자 주가는 크게 오르기 시작했다. 증권 TV에 초대된 국내 최대 증권회사의 애널리스트는 회사의 최대 위험요소인 노조가 사라지면서 이 회사는 탄탄대로를 달릴 것이라고 말했고, 이윽고 노조 때문에 투자를 꺼리던 외국계의 매수세가 미친듯이 밀려들었다.

그날 하루에만 상한가를 기록했고 무려 3일 연속으로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11월 한달동안 하루평균 10%씩 주가가 상승해 11월 30일 종가기준으로 79000원까지 상승했다.

그가 매입한 시점에서 부터 따지면 무려 953%의 수익을 낸 셈이다. 주가가 미친듯이 오르는 11월 한달간, 엘튼 화학의 해외이전은 성공리에 끝났다.

전년도에 과격한 파업을 주도한 노조원 13000명은 전원 해고 되었고 공장은 즉각 폐쇄된데 이어, 중국공장은 한국보다 무려 다섯배나 높은 생산성으로 일시적인 한국공장 폐쇄에 따른 손실을 일주일만에 복구했다.

비록 12월 들어 시민단체라고 하는 이상한 무리들이 남의 회사 일에 끼어들고, 몇몇 노조 간부들이 극단적인 행동을 함으로 정치권이 움직이면서 주가는 최고점인 8만원을 12월 1일에 찍고 서서히 내려가더니 그해 말에는 5만원대로 추락했다.

이상한 시민단체와 노조, 정부의 간섭으로 멀쩡한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셈이었다. 물론 박기범 전무는 최고점 근처에서 모두 팔았고 평가이익만 6억 4천만원을 거머쥘 수 있었다.

중학교 교사인 그의 형도 주식을 고점에 매도, 형수님 몰래 가용할 수 있는 용돈이 아닌 아파트를 한대 사고, 형수님한테도 고급승용차를 사 줄 수 있는 돈을 벌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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