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화
"어서들 오세요."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불쾌한 듯 이들을 대하면서 제일 먼저 한국전력 담당자에게 말했다.
"현재 한국전력이 인도네시아 전력망 개선사업을 추진중인데 우리 정부는 이를 일본의 라이벌인 신주쿠 전력에 배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니. 그건 약속과 다르지 않습니까? 원래 신주쿠 전력은..."
"정부 결정입니다."
외무장관은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 오늘부터 한국으로 수출되는 천연가스 물량과 원유에 대해 수출금지를 결정했습니다."
순식간에 한국석유공사 담당자의 얼굴이 굳어졌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한국으로의 석유수출은 중단합니다. 석유를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나라에게 석유를 줄 수는 없지요. 게다가 동남아시아 산유국들이 한국에 대한 석유수출 중단을 고려하는 모양인데, 사우디나 이란에서 계속 사다가 쓰세요."
그리고 나서 외무장관은 대사를 쳐다보았다.
"이제부터 인도네시아가 추진중인 거대 건설 프로젝트에서 한국기업은 무조건 입찰에서 제외됨을 통보해드립니다. 이미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 한국기업은 무조건 아웃입니다."
"장관님. 왜 갑자기 그런 결정을 내리신 것이죠? 왜요?"
"정부 방침입니다. 우리 인도네시아는 한국을 신뢰하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이럴수가."
장관은 허탈한 듯 한숨만 내뱉었다.
한국은행 뉴욕 사무소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는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맨하탄 크레딧의 국가신용도 평가 담당자였다. 그를 만난 한국은행 뉴욕 사무소장은 이 사람의 말에 충격을 받고 급히 서울로 이 사실을 전했다.
"한국은 현재 국가가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기업을 괴롭히는 모양인데, 신용등급 하락은 너무나 당연하고, 아에 정크본드 수준으로 추락시켜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제2의 IMF가 오기를 바란다면야."
사실 이 신용평가기관을 움직이는 것은 킨키 상사였다. 황 상무가 전경련 친구들의 힘을 빌리려고 할 때 박기범 전무는 킨키 상사의 레니 유키치 사장과 통화를 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유전개발비를 지원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는 즉각적인 효과가 있었다. 유전개발을 통해 회사를 회생시키려는 킨키 상사는 한국 국세청 때문에 자사의 사업이 방해받는 것을 걱정했기에 유키치 사장은 박기범 전무와의 통화가 끝나자마자 급히 자회사인 맨하탄 크레딧으로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어째서 국세청이 세무조사 강도를 약하게 했지?"
류준혁 사장이 말했다.
"그러게요."
시치미를 뚝 떼면서 박기범 전무가 대답했다.
"하긴. 인도네시아를 건드린 셈이니까요. 게다가 킨키 상사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죠. 국세청이 잘못 건드린 거 아닐까요?"
"그래도 앞으로 조심해. 신문에 함부로 글을 기고하지는 말라고. 회사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라 주주들이니까.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겠지."
"명심하지요."
류준혁 사장의 말에 대답을 하고 그는 사장실을 빠져나갔다. 전무실에서 그는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고 서서히 문상기 전무의 말에 따라 엘튼 화학의 주식에 관심을 갖기로 했다.
한때 2만원을 호가하던 이 주식은 노조 때문에 7천원대로 급락을 했다. EPS(주당순이익)은 850원, 그래서 PER가 8~9 수준, BPS(주당순자산)은 25000원 수준으로 PBR배율은 0.3수준을 오갔다.
이 정도라면 저평가 된 주식이 분명했다. 가치투자의 창시자인 벤저민 그레이엄이 말한 그레이엄 공식에 집어넣는다면 이 회사의 가치는 850 X 25000 X 15(PER X PBR)의 값에다 루트를 씌운 수준이다.
엑셀에서 입력하자면 =(850*25000*15)^0.5였다. 15는 그레이엄은 원래 PER가 15를 넘지 말고, PBR은 1.5배 이하라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는데, 일반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들처럼 이익이나 재무제표 분석능력이 떨어지므로 최대한 보수적으로 투자를 할 필요가 있었다.
어쨌든 지금 수준으로도 엘튼 화학의 내재가치는 17800원 수준이었다. 산다고 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실제로 그레이엄넘버 http://en.wikipedia.org/wiki/Graham_number 를 가지고 투자를 할 때 기준으로 삼는다면 좋으실 겁니다. 저의 경우는 개인적으로 투자를 하는데 이런 방법으로 투자해서 최대한 저평가 된 종목을 고르고 있습니다. 저는 주식하시는 분들이 아시는 차트는 하나도 몰라서 이런 숫자분석으로 매매합니다.
저는 2011, 2012, 다 코스피 대비 수익률이 앞섰죠. 2011년에 14%(코스피 -12%), 2012년에 27%(코스피 9.3%), 2013년 8월 9일기준으로 16%(코스피 -7%)개인투자자는 최대한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하는 기법으로 가야 승산이 있어요. 물론 뛰어난 기업분석능력이 있으신 분은 그 전략을 쓰지면 되지만 저는 최대한 저평가주 투자로 가고 있답니다.
아마 이렇게 분석하셔서 투자하시면 용돈 좀 버실거에요. ㅎㅎㅎ기업 소설에서만 얻을 수 있는 묘미라고 볼 수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