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109화 (109/159)

109화

이 칼럼이 나오고, 국내 언론은 해외 언론을 참고해서 다시 싣는 것처럼 신문에 싣었다.

반응은 뜨거웠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고자 하는 국민들은 환호했지만, 폭력에 의존하는 사람들, 이 나라의 상위 1% 기득권층은 이 기사에 강한 불만과 적대감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떠들썩하게 다루어진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무등그룹 본사에 처음보는 낮선 사람들이 수십명이나 들어왔다.

"누구요?"

경영지원실 직원 하나가 묻자 정장차림의 낮선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국세청에서 나왔습니다. 세무조사를 해야 해서요."

이 말에 그 직원은 전무실로 급히 와 이 사실을 전달했다. 박기범 전무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뭐야? 젠장할. 말이 되는거야?"

하지만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는 국세청에서 세무조사에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봐요."

박기범 전무가 담당 직원 중 가장 직급이 높아보이는 사람에게 말했다.

"우리 회사는 7년 연속으로 국세청으로부터 성실납세로 표창까지 받았어요. 그리고 정기세무조사는 5년에 한번인데, 그것도 작년에 받은데다가 상장까지 해서 금융감독원, 거래소, 회계법인으로부터도 모두 인가를 받았고요. 세무조사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는데 왜 이러는거요?"

"우리는 명령대로 할 뿐입니다."

차갑세 말을 던진 국세청 직원을 뒤로한 채 박기범 전무는 허탈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경영지원실 사장인 류준혁 사장이 다가왔다.

"우리는 모범납세기업 상까지 받았어. 대체 왜 이러지?"

이 말에 다른 국세청 직원이 말했다.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시나요? 자요."

세계 여론의 향배를 좌우하는 미국의 권위있는 신문인 뉴욕 타임즈에 실린 박기범 전무의 글을 보여주었다.

"청와대를 건드리다니. 당신은 목이 몇개야?"

이 신문을 받아든 류준혁 사장은 박 전무의 어깨를 툭 쳤다.

"나 좀 보지"

사장실로 들어가면서 박 전무가 문을 닫자 마자 류 사장은 화를 냈다.

"당신 뭐야? 당신이 무슨 애국지사라도 돼? 이따위 기사를 왜 쓰는 건데? 그리고 누구 마음대로 신문에 글을 쓰래?"

"전경련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이라서요."

"그렇다면 사전에 나한테 말을 했어야지. 자네는 전무야. 전무야. 이 회사의 고위 임원이고, 자네는 개인이기 이전에 이 기업을 대표하는 임원이라고. 아에 개인적인 글이 아니라 기업의 이름을 내세운다면 한번 더 생각을 했어야 하는거 아니야?"

맞는 말이었다. 박기범 전무는 너무 정의감만 앞세워서 회사의 규범이나 지켜야 할 사항들을 너무 소홀히 하지 않았나 후회했다.

"죄송합니다."

"이미 저렇게 국세청이 날뛰니, 오늘 주식시장은 어떻게 할거야? 주가가 이 여파로 내려가면 안된다고. 일단 내가 국세청 표창 받은걸로 주가 하락은 대응하고, 홍보팀에게도 말을 해놓을테니, 일단 자네는 빠져. 결자해지라고 하지만 이런 경우는 예외야."

그날 오후, 전사 긴급회의가 소집되었다. 류준혁 사장의 주최로 시작된 이 날 회의는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대응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박기범 전무가 일을 만들었는데, 수습을 어떻게든 해야 해. 국세청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으면....아니지. 그건 의미 없고. 다행히 오늘 주식시장에서 우리 무등그룹의 주가는 오히려 올랐어."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전해졌지만 증권가에서는 무등그룹의 국세청표창기록을 신중하게 받아들여서 주가하락은 일어나지 않았다.

"기업의 목적. 이윤창출이지. 기업의 주인은 바로 주주야. 우리는 단 하루라도 주주의 이익을 침해해서는 안돼."

"그렇다면."

기획실 상무인 인사담당 황 상무가 말했다.

"요즘 논의가 되는 CSR을 활용해아죠."

"그게 뭔데?"

류준혁 사장의 말에 황 상무가 대답했다.

"정신병자들이 떠는 헛소리입니다만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전문가보다 이상한 시민단체들이 되도 않는 헛소리로 떠드는게 더 먹히잖아요."

"그건 그렇지."

황 상무가 말을 이어나갔다.

============================ 작품 후기 ============================

이제 CSR까지 물고 늘어지네요. 실제로 이런 일이 많았지요.

직원들은 뼈빠지게 봉사하고 임원들은 사진만 찍고 집으로 고고씽.

사회에 기부한답시고 회사돈을 기부하는데 회사의 주인인 주주의 의견도 묻지 않았죠.

기부하려면 개인돈으로 해야지 회사돈으로 기부하는건 배임행위지요.

오너가 개인주머니로 돈 떼먹나 주주 돈을 기부한다는 핑게로 빼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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