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108화 (108/159)

108화

다시 확인을 하려는 듯 힘을 주어가면서 말했다.

1996년. 우연히 시위에 휘말려 인연을 맺게 된 배상수 과장. 한 때 노동자의 천국을 꿈꾸며 과격투쟁으로 나라를 뒤엎으려고 했던 학생운동의 총무를 역임했기에 혹시나 하는 눈빛을 박기범 전무는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직장생활 9년 동안, 이제 과장으로 승진을 하면서 배상수는 누구보다도 회사원의 마인드를 가지고 열심히 일을 하는 성실한 직원이 되었고, 이제는 직속상관인 박기범 전무가 말을 하기도 전에 미리 대비하는 충실한 과장이 되었다.

"문제없습니다."

"좋아. 그래도 모르니 인사팀 황 상무랑 애기라도 한번 해봐. 지금 다른 회사들은 아주 심각한 모양이야. 엘튼 화학도 그렇고."

"엘튼 화학이요?"

"그래. 노조 때문에 난리도 아니래. 들리는 소문으로는 국내공장을 폐쇄하고 중국으로 이전할거라는데."

"그러면 거기 주가가 무지하게 오르겠군요. 노조 디스카운트만 없다면 주가가 주당 몇십만원은 할겁니다."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말이지."

알겠다는 듯, 가 보라고 배 과장에게 말을 한 후, 의자에 앉아서 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생각을 해보았다.

그는 국제전화를 걸어 아마미 타카코 기자와 통화를 했다. 직후, 영어로 원고를 작성해 인터넷으로 보냈다.

바로 다음날. 도쿄 경제신문 인터내셔널 판은 박기범 전무의 칼럼을 크게 싣었다.

여기로부터 기사를 제공받는 로이터, AP등은 이 칼럼을 워싱턴 포스트, 뉴욕 타임즈, USA투데이 등 세계 여론의 향배를 좌우하는 권위있는 신문들에게 일제히 보냈다.

[386의 대한민국 희망은 있는가]

1987년 6월 항쟁 이후, 민주화를 이룩한 대한민국은 오늘날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다.

하지만 민주화가 너무 빠르게, 준비할 새도 없이 오다보니 냉철한 사고력으로 따지기보다 목소리를 키우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것, 열심히 일하기보다 데모만 하면 된다는 천박한 민주화인식이 한국국민들의 머릿속에 자리매김한 듯 하다.

최근 한국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냐는 여론조사에서 '경찰을 폭행하는 쇠파이프 든 노조', '무법천지'라는 항목이 1,2위에 랭크되었다는 스위스의 여론조사기관의 발표에 창피함을 느낀다. 물론 이를 반박하는 사람들도 있다. 쇠파이프를 사랑한다면.

원래 정부는 공정한 법질서를 수호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이를 잘 지키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경찰에게 화염병을 던져 잔혹하게 살해한 살해범 7명이 민주투사로 둔갑되었다. 이런게 민주화인가?

이런 정권아래에서 과연 법이 지켜지고, 자본주의적 질서가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

어쩌면 한국인들에게는 87년 민주화가 너무 설익은 것인지도 모른다. 민주주의를 받아들일 역량도 안되면서 급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노조는 일은 안하고 파업만 한다. 그리고 돈은 많이 달라고 한다.

오죽하면 임원을 바라보는 관리직들도 단순 생산직이 되어 노조에 가입하기 위해 전환신청을 하는 것이 한국이다.

열심히 일을 하여 급여를 높이는게 아니라 쇠파이프를 얼마나 잘 휘두르고, 얼마나 많은 경찰과 시민을 폭행,살해하여 공포를 유발해 월급을 올리는데 혈안이 되어있는게 2005년 대한민국의 노조의 현실이다.

그리고 정부도, 이 나라를 손아귀에 넣은 386들도 수수방관한다. 대학때 데모만 하다가 정치권에 입문하니 눈에 보이는것도 없고 열심히 일을 해 경제대국을 이룬 사람들은 그저 -방관자, 침묵만 하는 바보-로 치부한다.

그들 386이 데모할때, 정치권에 입문하여 장관입네, 국회의원입네 하고 다닐때, 그들이 비웃는 세대는 국회의원이 고급차를 탈 수 있도록 세금을 냈다.

납세자를 비웃는 정치인만큼 미련한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미련한 정치가들, 그저 목소리만 크고 무력만 쓰면 모든게 해결된다고 믿는 국민들.

10년 후 이 나라가 이웃 일본처럼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인가? 아니면 저기 아프리카의 이름없는 찌꺼기 국가로 전락할 것인가? 1인당 생활수준이 4만 달러를 웃도는 일본의 길을 갈 것인가? 소말리아나 이름도 없는 아프리카처럼 100달러, 하루에 1센트로 연명하는 국가로 전락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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