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106화 (106/159)

106화

2005년. 9월 초. 주식시장으로의 상장과 동시에 전국경제인연합회에 가입한 무등그룹은 이 날 처음으로 전경련 포럼에 초대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이날 포럼에는 박기범 전무가 참석하게 되었다.

"박기범 전무님. 고생 많으시지요?"

국내 굴지의 석유화학 기업인 엘튼 화학의 문상기 전무였다. 그는 노무담당 임원이었다.

"고생은 무슨. 보호예수에 묶여있기는 하지만 내가 가진 주식 가치만 7억원인데요. 뭘. 몇년 지나면 700억 되도록 해야지."

"이야. 부러워."

문상기 전무가 그렇게 말했다.

"고작 700억 가지고 뭘. 빌 게이츠 재산은 얼만데? 평생 가도 포브스의 억만장자 리스트에 내 이름 없다고."

"그럼 난 뭐야. 하하하."

한번 크게 웃은 뒤 박기범 전무가 재차 입을 열었다.

"그래 엘튼 화학은 어때요? 작년에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었는데, 올해는 성장좀 하려나?"

"말도 마요."

그는 손사래부터 쳤다.

"작년에 돈도 그렇게 많이 받는 생산직 직원들이 왜들 그리 파업하는지. 회사가 그토록 싫으면 그만두어야지, 회사는 다니면서 회사를 왜 욕하고 기물을 파손하는지 원. 아니. 이 나라가 민주화가 되고 민주세력이 대통령 되니까 고작 한다는 짓거리가 툭하면 귀족노조의 데모요. 대다수 언론은 귀족노조의 편만 일방적으로 들지. 대한민국 신문 중에 귀족노조를 비판하는 데가 어디있어?"

쌓인 게 많았던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하는 문상기 전무를 보면서 박 전무가 대답했다.

"그 정도야?"

무등그룹은 창립 이후 부터 노사분규를 겪지 않았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잘못된 민주화의 열풍이 노동현장까지 덮치면서 경찰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사장의 목에 밧줄을 걸어 개처럼 끌고 다닌걸 '노동해방'이라고 여기고 얼마나 전경에게 쇠파이프를 휘둘러 뇌사상태로 만들었는가를 훈장으로 여기는 자칭 노동운동가들이 정치판까지 87년 이후 지배했지만 무등그룹은 아직까지 노조 무풍지대였다.

"청와대부터가 데모쟁이들로 점령되었으니 언론들이 알아서 기는거죠. 모 신문사가 귀족노조의 전횡과 만행에 대해 특집보도를 하니까 바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있었잖아요."

박기범 전무는 이 말을 듣고 속이 쓰라렸다. 지난 2000년 지분취득을 통해 사들인 공주경제신문이 바로 그 세무조사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오남현 회장의 개인기업이기는 했지만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입바른 소리를 했다고 세무조사를 당하는 건 적어도 박기범 전무 그가 기억하는 한 전두환, 박정희 독재시절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믿어보자고 386들이 대한민국을 말아먹겠어? 이 나라가 민주세력 집권기간을 거치며 후진국으로 전락하진 않을거 아니요?"

문상기 전무는 이 말에 아주 회의적으로 반응했다.

"모르지 뭐. 어쨌거나 무등그룹도 민주노총을 조심해요. 그 세력들이 회사에 파고들면 그 회사는 아작이 나. 우리 회사도.."

문상기 전무는 귓속말로 소근거렸다.

"우리는 노조 때문에 국내 공장을 전부 폐쇄하고 중국 현지공장을 지을겁니다. 그리고 관리직만 서울에 남길거요. 노조 없는 관리직만 남기고. 울산, 광양의 공장을 조만간 폐쇄할겁니다. 지금 노조가 해외공장 증설에 반대해서 아직 추진을 못하고는 있지만 그래서 노조 몰래 투자하고 있죠. 해외 합작 법인을 내세워서요."

"노조가 가만히 있어요?"

이 말에 문상기 전무가 말했다.

"아직까지는 노조가 알아도 뭔지를 모르지. 어쨌거나 우리가 해외로 공장을 다 이동하고, 본사 관리부서만 남긴다는 걸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물어보았는데, 주가가 엄청나게 오를거라고 하더군요. 비록 중국 공장의 생산성이 낮기는 하지만 거긴 노조 파업도 없고, 국내 귀족노조 급여의 10분의 1만 줘도 충성을 다해 일하니까. 노동생산성은 국내의 절반수준이니 우리로서는 5배나 남는장사죠. 주식 사모아요."

"장담할 수 있는 모양이야?"

"그럼. 지금 우리 회사 주가가 7천원인데, 그것도 작년에 2만원 하던거 노조 파업으로 다 깨졌거든. 증권사도 알아요. 우리회사를 망하게 하는건 정작 우리 생산직 직원이라는 걸."

이 말을 들은 박기범 전무는 한번 엘튼 화학에 대해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아. 이제 회의 시작인가?"

태그호이어 시계를 쳐다보면서 문상기 전무가 대답했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전무가 되어, 회사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이 된 무등그룹의 경영지원실 전무 박기범. 회사를 망치려는 외부 노조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정부의 압력에서 어떻게 기업을 이끌까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