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105화 (105/159)

105화

-검찰은 지난 2003년 재보궐선거때 선거법 위반혐의를 발견하고 최천식 보수당 국회의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였다. 그러나 이를 미리 눈치 챈, 최 의원은 자택을 떠나, 법무부가 출국금지조치를 내린지 30분 전에 공항으로 출국했다.-여기까지 글을 읽고 났을 무렵,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네. 박기범 상무입니다."

황 사장의 전화였다.

-나야. 잠깐 내 방으로 와-

전화를 끊고 그는 급히 사장실로 향했다. 방 안으로 들어가자 황 사장이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기사 봤어? 최천식이가 검찰조사를 받는다던데."

"저도 방금 봤습니다. 게다가 일본으로 출국했다죠? 어 참."

"그 친구....자네 83년에 일본에서 경협자금 받을 때 그 친구가 말썽이었지. 팔공그룹만 감싸고 돌았으니까. 뭐 검찰이 조사를 한다니 뭐라도 나올거야."

이렇게 대답한 황 사장이 잠깐 시선을 모니터로 돌렸다. 그러다가 다시 말을 했다.

"최천식 국회의원의 집에서 물방울 다이아몬드 등 귀금속과 함께 그 동안 뇌물을 받은 비밀장부를 발견했다는데?"

"잘됐군요."

이렇게 말하고 다시 자기 방으로 향한 박기범 상무는 기분 좋게 자기 의자에 앉았다. 선거법 위반,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천식 국회의원은 3백만 달러가 든 돈가방과 20억원 어치의ㅡ 귀금속을 챙긴 후, 도쿄로 날아갔다.

사태가 잠잠해질때까지 머물러있을 예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속한 보수정당은 이를 정치적 공세라고 밀어붙였으나 실제로 재무부공무원 시절부터 받은 뇌물장부가 연이어 터지면서 이 논의도 결국 잠잠해졌다.

수십원을 들고 도쿄로 잠적한 최천식 의원은 결국 일본 경찰에게 체포되었고 국내로 압송되어왔다. 이 광경은 텔레비전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었고,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함과 동시에 징역 7년형을 받게 된다.

"이야. 저 무소불위의 관료가 감옥엘 간다는게. 참 신기해."

호텔에서 식사를 하면서 황 사장이 말했다. 그는 박 상무와 자주 식사를 했다.

"아 참. 회장님께서 그러시는데, 이제 우리 회사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해야할 때가 온 것 같아. 그래서 조직개편도 하고 말이지."

"조직개편이요?"

박기범 상무가 말했다.

"물론. 자네도 전무로 승진할테니 걱정은 말고."

"전무요?"

"그래. 그리고 나는 회장으로, 오 회장은 명에회장이 될거야. 그리고 경영지원실 사장으로는 아마 무등오피스 대표이사로 있는 류준혁 전무가 올거야."

"언제부터죠?"

"상장하면 즉시. 그러니 전무 달고 싶으면 상장을 빨리 하라고. 상장요건은 다 갖추어져있으니 뭐 서류작업만 하면 되니까. 어려울건 없을거야."

아직 비상장기업인 무등그룹이 이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다는 것은 새로운 기회였다. 막대한 상장차익은 물론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계속 발전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류 전무도 사장을 해야지. 자네도 실력은 있지만 상무가 사장되는건 좀 그래. 아무리 능력제라고는 해도 고생한 전무를 먼저 사장에 앉혀야지. 능력, 능력 하지만 그렇게 치면 무능하거나 나이들어 능력발휘를 못하면 뭐 다 죽어야 하나?"

한번 그렇게 대답하고는 스테이크를 입에 가져가댔다. 하지만 박기범 상무의 귀에는 자신이 전무가 된다는 것만 들어왔다.

'내가 드디어 전무라니. 전무. 전무. 전무.'

신입사원으로 1980년에 입사한 이후, 사반세기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대한민국의 발전과 더불어 그 역시 이제 사장을 코앞에 둔 전무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날따라 세게최대도시인 서울의 야경이 아름답과 호화롭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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