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104화 (104/159)

104화

"박 상무."

오 회장이 박기범 상무를 불렀다.

"네. 회장님."

호텔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포크를 잠시 내려놓았다.

"우리가 석유를 도입하는데 있어서 문제가 뭐야? 석유공사하고 최천식 국회의원아닌가?"

"그렇죠. 국정감사에서 석유같은 중요한 에너지는 공기업이 일괄적으로 도입을 해야 한다는게 논제가 돼놔서요."

밥맛이 뚝 떨어진다는 듯 입꼬리를 찡그리면서 오 회장은 나이프를 신경질적으로 내려놓았다.

"죄송합니다. 어쨌거나 국회의원이 괴롭히니 대응할 방법이 쉽지는 않은 것이 실정입니다. 제 입장에서도 정부가 기업을 위해 뭔가 라이트 업을 해주는 것은 바라지도 않죠. 라이트 아웃만 안하면 다행인데."

오 회장은 창밖을 한번 내다보았다. 서울의 야경은 아주 멋졌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1958년. 그가 이 회사를 처음 세웠을 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이후 1960년 회사를 광주광역시에서 서울로 옮겼을 때도 대한민국은 가난했다.

때마침 일본에 살던, 그가 일제시대때 주인으로 있던 일본인이 나일론판매권을 주는 덕분에 나일론제품으로 큰 돈을 벌고 이후, 원료를 사온 후 이를 가공해 미국에 수출하는 방법으로 또한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었다.

70년대 들어 한국의 수출1위 품목이 섬유가 되자 무등그룹은 게속적인 섬유수출공세를 펼쳤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1966년.

미국지사를 만들고 미국의 중상류층 집안을 조사하며 어떤 섬유가 인기인지 간파해냈고, 프랑스에도 68년에 지사를 만들어서 프랑스 섬유제품을 능가할 수 있는 섬유제품개발에 주력했다.

그 덕분에 1973년 등장한 무등그룹의 MD스타킹은 프랑스산 고급 스타킹 가격의 80%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인기를 끌었고 76년에는 프랑스산 스타킹이나 브래지어보다 가격을 25%이상 더 받아도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되었다.

1971년. 원료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평소 안면이 있었던 미국의 잭슨 오일로부터 나프타를 70년도 평균 가격으로 6년간 공급받을 옵션계약을 오일쇼크 직전인 1973년 9월에 체결한다.

이후 오일쇼크로 원료비용이 급등할 때 무등그룹은 경쟁력을 유지했고 원료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도산한 우량 섬유기업들을 헐값에 사들일 수 있었다.

1980년에는 당대 최고의 몸값을 받는 슈퍼모델들을 포섭해서 미국 전역에 광고를 할 계획까지 추진했으나 이럴 경우 소요비용이 무등그룹의 자금사정으로는 힘들고 때마침 불어닥친 2차 오일쇼크 덕에 중단된 것이다.

만약 이것이 게획대로 추진되었다면 섬유계의 벤츠로 부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이 회사는 재계 9위로 급성장하면서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 될 정도로 거대해졌다.

"이거. 이거. 쯧쯧쯧"

입맛이 없다는 듯 입을 굳게 다문채 오남현 회장은 창밖만 바라보았다.

외무장관은 집에 돌아가자 마자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 법무부 장관이요?"

이튿날, 아침에 출근한 박기범 상무는 뉴스를 인터넷에서 찾다가 깜짝 놀랐다.

-검찰. 최천식 국회의원 자택 압수수색. 선거비리 연루.(1보)

"아니. 이 사람. 우리 석유개발을 막으려던..."

호기심에 기사를 검색해 읽어나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