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102화 (102/159)

102화

2003년 11월 18일 화요일 아침. 대한석유공사의 스폰서이기도 한 최천식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무등그룹의 석유유전 개발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석유는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민간기업이 함부로 건드리기에는 위험합니다. 마땅히 석유공사가 사와서 불만없이 배분하거늘, 일 개 민간기업이 추진하는건 옳지 못합니다. 뭐 하나 잘못디어서 타격을 입으면 국익과 국민경제에도 큰 손실이지요."

IMF의 상흔이 사라지지만 여전히 그 기억이 새로웠기에 함부로 기업이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서였는지, 국회는 금 방 들끓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석유개발이 힘들어. 같이 사진찍고 조인식은 가져도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틈이 하나도 없다니 원"

갑갑한 마음에 이제 대학 교수로 근무하는 송영찬을 만났다.

"석유공사의 반대가 너무 심해. 게다가 국회에서도 민간기업이 과욕을 부리는게 아닌가 하고 청문회도 열려고 하고. 뭔가 좋은 수가 없을까?"

박기범 상무가 애타게 말했다. 이것이 무산되면 기업의 수직계열화 전략에 타격을 입는 셈이다. 잠시 고민에 잠기던 송영찬 교수가 입을 열었다.

"너 지난 1983년 일본 경협자금 건 기억나니?"

"갑자기 그건 왜."

뜬금없는 질문이라는 듯 박기범 상무가 대답했다.

"당시 고집불통인 재무부를 박살낸건 통산성이야. 말 그대로 이이제이. 더 쉽게 말하자면 2차 대전 당시 독일과 소련이 피를 많이 흘리면 흘릴수록 미국은 쉽게 유럽을 장악할테니 좋은거지."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박기범 상무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의 의미를 깨달은 듯 송 교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인도네시아 석유공사. 거기 총재를 만나서 이야기 해봐. 게다가 내가 알기로 인도네시아의 국가 프로젝트거든. 그러니 인도네시아 정부를 움직일 수 있지. 킨키 상사도 마찬가지고. 일본정부 입장에서는 석유자주개발율과 원유의 안정적 확보가 걸렸으니 가만히 있겠어? 경제산업성이 움직일테지."

"경제산업성?"

놀라서 되묻자 송영찬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과거의 통산성이야. 내가 미국에서 공부할때, 경제산업성의 이노무라 다카하시 석유국장이 특강을 했었지. 그 사람 친구가 나랑 같이 공부했는데...지금 인도네시아 정부 고위관리일거야. 일단 내게 맡겨. 내가 한번 경제산업성을 움직여보도록 해주지."

"며칠 걸리겠지만 이번 달을 넘기지 않도록 하지."

송영찬 교수는 친구를 안심시켰다. 약속대로 그가 움직였다. 집에 도착한 그는 인도네시아로 전화를 한통 걸었다.

"장관님. 주 인도네시아 대사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여직원이 낭랑한 목소리로 말하자 외무부장관은 전화를 받았다.

"아. 오 대사. 인도네시아는 어때요."

가벼운 인사말로 시작했지만 내용은 점차 심각해졌다.

-장관님. 인도네시아 정부가 현재 국회에서 추진중인 무등그룹 석유건과 관련해서 항의를 해왔습니다. 지금 인도네시아 외무부장관을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현재 무등그룹이 일본의 킨키상사, 인도네시아 국영석유공사와 손잡고 추진하는 해저유전 탐사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국가프로젝트입니다."

"국가프로젝트?"

-네. 국책사업이지요. 따라서 인도네시아 정부도 지켜보고 있어서요. 내년 초에 대통령도 동남아 순방을 하실텐데, 문제가 될까봐 걱정입니다-

"외교마찰도 우려된다는거요?"

-자칫 동남아 국가들로부터 신규 자원개발에 대한 보이콧을 한국 기업이 당할 수 있죠. 한국기업이 일본기업과 인도네시아 정부와 손잡고 추진하는 걸 한국정부가 반대한다? 한국정부를 믿지 못한 다는 말이 나오면 곤란하지요. 이 분위기가 지속되면 한국산 철 강, 자동차에 대해서도 보복관세를 매긴답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갈 석유물량을 일본으로 돌린다고도 하고요. 우리만 손햅니다-이 내용을 전화로 들은 외무장관은 깜짝 놀랐다.

"아니. 정부에서 반대한다니. 난 처음듣는 소리인데?"

-모르셨습니까? 대한석유공사와 최천식 국회의원이 나서고 있는 사안이랍니다.-

"대한석유공사요? 아니 거기가 왜?"

외무장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저야 잘 모르지만 여하튼 국회에서도 민간기업이 너무 리스크가 큰 사업에 뛰어드니 자제를 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서요. 동남아 순방때, 분명 말이 나올겁니다. 자세한건 모르지만 이 석유개발건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신경이 곤두서 있답니다.-대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장관은 알겠다고 말을 한 외무장관은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오연세 대한석유공사 사장의 직통번호로 바로 걸었다.

"네. 오연세 사장입니다."

"오연세 사장님? 나 외무장관입니다."

"아이고. 장관님께서 어인 일로."

큰소리로 웃음을 머금은 오연세 사장은 소파 뒤로 몸을 기댔다.

"무등그룹과 관련되어서 아는게 있어요?"

"거기는 왜요?"

시치미를 뚝 떼며 말했지만 외무장관은 바로 용건을 말했다.

"최천식 국회의원하고 같이 좀 만납시다."

============================ 작품 후기 ============================

지난 101화에 노조의 더러운 만행을 고발하자 엉뚱하게도 회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틀린말은 아니죠. 노조에 굴복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자동차 값을 바가지 씌우는 것이죠. 노조가 지나치게 고임금을 받아가니 결국 비정규직을 쓰는거죠.

현대차 회사측은 비정규직을 어떻게든 잘해주려고 하고 그걸 가장 반대하는 세력이 노조라죠? 정규직만 잘살자. 뭐 간단합니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 망해도 잘먹고 잘살겁니다. 대한민국 최상위 1%에, 세금으로 먹여살려달라고 쇠파이프 휘두르면 정부도 굴복할테죠.

무등그룹처럼 노력해서 돈을 벌어야지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방식은 이제는 안될텐데 아직도 그 짓거리를 한다는게 참. 우리가 무슨 소말리아도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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