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화
"뭐 세 회사가 공동투자를 한다면 리스크도 줄지만 이익도 줄게 되죠. 하지만 세 회사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이익이 준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그렇죠. 그건 맞는 말입니다만..."
아직도 확신을 하지 못하는 유키치 사장에게 박기범 상무가 확신시키듯 말했다.
"가령, 킨키 상사는 휘발유와 디젤 등 연료용 석유의 공급이, 우리는 나프타 원료로서의 석유가, 인도네시아는 기술축적과 자국내 유전개발을 통한 경제활성화. 목적이 다르지요."
"좋습니다. 인도네시아 국영석유회사도 지분 일부를 넘긴다고 하니, 우리도 그렇게 하죠. 서로 3분의 1씩 투자해서 한번 잘해 봅시다."
레니 유키치 사장이 박기범 상무의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이로서 유전개발이라는 무등그룹의 원대한 발걸음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2003년 11월 14일. 도쿄에 위치한 킨키 상사 본사 19층 회의실. 기자들이 모인 가운데 킨키 상사의 레니 유키치 사장, 무등그룹의 황영식 사장, 인도네시아 석유공사 총재가 한자리에 모여 해저유전개발에 대한 조인식을 가졌다.
이 뉴스는 전세계로 타전되었고 특히나 무등그룹의 석유직배도입에 불만을 나타낸 대한석유공사는 크게 당황했다.
"이럴수가. 듯밖의 일이로군"
오연세 총재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이 소식이 들리자마자 그 전까지 대한석유공사에 의지해 원유를 공급받던 회사들도 너나 할것 없이 유전개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유전개발은 힘들지만 그만한 보상이 뒤다르기에 무등그룹도 크게 베팅을 했다.
기자회견장의 맨 앞줄에서는 키가 큰 한 갈색머리의 여기자가 박수를 치면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아마미 타카코 기자였다.
IMF이후 일본으로 다시 간 그녀는 대기자로 승진하고 본국에서 편하게 기사를 쓰고 있었다.
이윽고 열린 만찬회장. 아마미 타카코 기자는 성큼성큼 걸어왔다. 일본여자 치고는 꽤 큰 170cm의 키에 시원시원하게 생긴 얼굴은 누구에게나 호감을 샀다.
"오랜만이에요. 박기범 상무."
"이게 누굽니까? 아마미 타카코."
밝게 웃는 박기범 상무를 보며 그녀가 말했다.
"석유라. 석유."
"왜 믿어지지가 않아?"
"당연하지."
미소를 가득 머금고 고개를 살짝 가로저으면서 박기범 상무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지난 1985년엔 여기서 100억엔의 융자를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그 돈은 고스란히 서산 석유화학단지 준공에 사용되었고 나프타의 자체조달로 경쟁력을 키운 무등그룹의 섬유는 이제 세계를 지배했다.
그리고 18년 후인 2003년. 이제 나프타의 생산에 필요한 석유를 직접 조달하기 위해 유전을 개발하려는 것이다.
비록 이 거대한 경제대국의 인프라를 힘에 업기는 했지만 이러한 도전을 하는 기업이 아직까지도 많지 않다는 것은 무등그룹의 선견지명을 보여주는 것이다.
"유전개발이 어렵지?"
황영식 사장이 다가왔다. 그는 아마미 타카코 기자를 알아차렸다.
"당신은 늙지도 않아. 85년도랑 꼭 같애."
"원래 노처녀는 늙지도 않는답니다."
박기범 상무의 이 말에 셋은 한번 크게 웃었다. 아마미 타카코 기자 역시 노처녀라고 놀려도 박기범 상무가 하는 말은 오히려 재미있게 여겨졌다.
"그건 됐고, 채굴비용이 문제인데. 그건 잘 해결했어요?"
"예. 무엇보다 지상이 아닌 해저 시추라서 채굴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는데."
"잘하겠지. 희망을 빌어요. 특히나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책사업으로 이 유전에 사활을 걸고 있으니 잘하면 한번에 석유가 나오겠어. 노처녀의 정기를 모아서 내가 기원할게."
"그거 좋은데?"
박기범 상무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마미 타카코 기자는 다른 기자를 만나 정보를 주고받으러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지금쯤 석유공사놈들 아주 코가 납작해졌겠지?"
황 사장의 말에 박기범 상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테죠."
"하하하. 아무도 우리를 못막아. 그나저나 예상 비용이 1조원 정도인데 감내할 수는 있는거지?"
"물론입니다. 5년이라는 기간동안 들어가는 총 비용이니까요."
"5년이라"
고개를 가만히 끄덕이면서 중얼거린 황 사장에게 박기범 상무가 한마디 덧붙였다.
"뭐 보통 5년이면 석유가 나온다는군요. 인도네시아 측도 가장유망한 광구를 선정했고 킨키 상사도 해외유전개발에서 많은 노하우가 축적된 곳이거든요. 원래 일본 종합 상사들이 자원에 많이 눈독을 들이지 않습니까?"
그것은 사실이었다. 일본이라는 경제대국이 꾸준한 발전과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의 안정적 수급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이미 60년대 중반부터 종합상사들은 호주, 남미로 날아가 자원개발에 전력을 기울였고 몇몇 기업들은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트리기도 했다.
킨키 상사도 그 중 하나였다. 칠레 구리광산에서 대박을 내고, 동남아의 여러 해저유전 개발에서도 성과를 냈지만 최근의 경영악화로 무등그룹과 힘을 합한 것은 무등그룹에게는 더할나위없는 기회였다.
"믿고 투자하자고. 뭐 석유만 나오면 국내 정유사들에게도 원유를 팔 수도 있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양만 확보하고 나머지는 다른 고객에게 넘겨도 되지. 방법은 많아"
============================ 작품 후기 ============================
앞으로 비정규직/노조와의 전쟁 등을 다루고 싶으나 너무 거대해져서요. 그리고 무등그룹의 노조는 회사에 아주 친화적입니다. 제가 전에 근무한 회사가 그랬거든요. 사장보면 얼굴에 침뱉고 쇠파이프 휘두르는 현대차와는 차원이 다르죠.
한국경제신문을 보니까 드디어 현대차 노조의 만행이 나왔답니다.
“얼마나 더 챙겨야 하는지….”
노조는 올해 임단협안을 통해 정년 61세 연장과 기본급 13만498원 인상, 당기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8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측 요구 사항이 모두 현실화된다고 가정하면 1인당 연 1억원 상당의 임금을 추가로 받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차 직원의 평균 연봉이 9400만원인점을 감안하면 현대차 생산직은 올 한 해 평균 2억원 이상의 임금을 받게되는 셈이다.
학계에서도 노조를 비난합니다. 다 이유가 있지요. 사측은 어떻게든 직원들 다 잘살게 해주려고 하지만 그걸 가로막는게 노조지요. 이러다가 정몽구 회장과 월급을 똑같이 달라고 할까봐 걱정이네요.
안방도 장담못할 경쟁 상황 속 규제·죽창시위에 발목잡힌 현대차과연 미래 먹거리 준비할 수 있나 조동근 < 명지대 교수·경제학,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mail protected] >
세상에 벼락같이 찾아오는 일은 없다. 모든 일에는 전조가 있다. 위기는 절정에서, 기회는 바닥에서 온다. 그런 점에서 최고의 실적은 역설적으로 ‘감춰진 재앙’일 수도 있다. 기업이 잘나간다고 여겨질 때 ‘위기관리’가 더 절실히 요구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정말 경제성장이 진리는 진리입니다. 나사나 드륵드륵 조이는 단순 기능공 연봉이 2억인 나라가 대한민국 이지요. 오죽하면 대한민국은 고등학교때 공부를 못할수록 돈을 더 번다고 하지 않습니까?
제가 볼 때 이번에도 노조가 그들의 요구사항을 100% 들어주고 현대차 사측만 불쌍하게 끌려다니겠죠. 오죽하면 대졸 사무직 현대차 직원보다 고졸 생산직 직원의 급여가 많다고 하지 않습니까?
현대차 임원이 되면 연봉이 1억 5천인데, 생산직 노조는 평균급여가 이제 2억이 된다고 하지요? 임원되는 놈만 병신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현대차 본사 부장급 관리자들이 생산직 전환하려고 몰린다는게 이해가 갑니다.
뭐 노조가 또 승리하겠죠. 그리고 소나타는 기본형이 7천만원. 아반떼는 5천만원으로 시작하겠죠. 그 가격이면 벤츠를 타지 누가 소나타를 탈까요? 이래서 노조라는 건 언제나 악마와 같은, 히틀러와 동급인가 봅니다. 조금도 회사를 생각하지 않지요. 그럴거면 왜 그 회사에 가는지. 당장 때려치지.
참고로 실제 일본은 60년대부터 해외자원개발에 뛰어들었죠. 주로 이토추, 마루베니, 미츠비시 상사였답니다. 그래서 이들 기업은 지난 2008년도에 수조엔의 이익을 냈는데 해외자원덕분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