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95화 (95/159)

95화

기획실은 이날부터 각종 경제지, 신문, 주간지, 월간지 등을 몽땅 뒤져가며 킨키 상사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상무님."

금요일 퇴근시간. 모처럼 5시 정각에 퇴근하는 박기범 상무를 붙잡고 강석천 과장이 다가왔다.

"오늘 금요일인데."

박기범 상무가 중얼거렸다.

"내가 생각하는 그거 아니지?"

"글쎄요. 상무님이 생각하시는게 뭔지는 모르지만 킨키 상사건입니다."

태연하게 말한 강석천 과장은 박 상무의 눈치를 살폈다.

"내 그럴줄 알았어. 일찍 못들어간다는 소리 같아서."

강석천 과장은 종이를 하나 건넸다.

"현재 킨키 상사가 인도네시아에서 석유개발중입니다. 그런데 자금난으로 왕성하게 추진을 못하고 있어요."

"그 정도의 기업도 자금난이라니. 어쨌든 손잡고 조인트벤처하자는 소리 아니야?"

이 말에 강 과장은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실행안은 제가 몰라서...."

'어떻게 하려고?'라는 질문이 들린다면 답을 할 수 없기에 말을 흐렸다. 이를 안 박 상무가 말했다.

"내게 맡겨. 황 사장님하고 말해보도 추진하지. 기획실은 그 안을 내 책상에 놓고 가. 월요일 아침에 볼게."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일찍 들어가. 그리고 나 좀 살려줘. 나도 집에 일찍 들어가자. 우리 형님은 퇴근해서 집에 오시면 5시야."

강 차장이 부러움이 섞인 말투로 탄식을 내뱉었다.

"외국계인가봐요?"

"학교 선생님. 중학교는 4시 반에 끝나잖아. 고등학교는 야자하느라 맨날 11시 퇴근이지만. 나보다 늦게 가지."

박 상무는 급히 발걸음을 옮겨 지하철 역으로 달려갔다.

무등그룹은 2000년 1월부터 오남현 회장의 지시로 부장급 이하는 9-5. 이사급 이상 임원은 8-5, 매달 둘째 주, 마지막 주에만 토요일 근무를 했다.

원래는 임원, 직원 상관없이 8-6였지만, 2000년 이후 전사적인 근무시간 단축 지시로 인해 시간을 줄여나가고 있었다.

일을 하다보면 동일하게 저녁 8시에 퇴근을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데, 직원들이 느끼는 감정은 달랐다. 마치 세시간이나 일을 더 한다고 여겨서이다. 그 전에는 두 시간 정도 잠깐 일을 하고 집에 간다고 생각했겠지만.

아직 주 5일제가 정착되지 않았지만 평소 일본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오남현 회장은 일본이 1987년 주 5일제를 도입한 이후로 근로시간이 급감하는 것을 보아왔고, 급기야는 미국보다도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며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이었다.

때마침 정부에서도 주 5일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2005년 이후, 대기업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5일제 도입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무등그룹의 시범적 주 5일제는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박기범 상무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에게 생겨난 버릇이 있다면 주말에는 어지간하면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일만 할 수 없다.

물론 밤에 잠만 자고 낮에는 일만 할 수도 있으나 결국은 보다 풍요롭게 살고자 함이다.

대한민국이 미친듯이 수출을 하는건 결국 수입을 하기 위함이다.

자동차를 타려면 석유를 수입해야 하고, 더 높은 생활수준을 위해 외국에서 소비재, 산업재 등을 사와야 한다. 돈을 버는 것도 결국 소비를 위함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자신과 같은 임원들, 전문직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로 걸어가고 있을 때 벤츠 한대가 그의 앞을 지나갔다.

"전무 달면 저거 한대 사야지."

혼자 중얼거린 그는 벤츠를 꼭 갖기로 마음먹었다.

전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고급차인 벤츠. 부와 명예의 상징인 이 차를 갖는다는 건 자신의 성공을 나타내는 지표였다.

============================ 작품 후기 ============================

참고로 제 아버지가 교사이신데 항상 제가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 저보다 먼저 와 계셨습니다. 그래서 거짓말을 못하죠. 다행히 어릴때 PC방 놀러가도 크게 뭐라고 안하셔서 저는 좋았습니다만. 그 때 스타와 레인보우 식스가 PC방을 휩쓸었지요.

아. 이제 상무를 단 박기범 상무는 오랫동안 살았던 영등포를 떠나 강남으로 이사갑니다. 비록 50평 아파트는 아니지만 강남의 27평 아파트로 갑니다. 슬하에 자녀가 하나라 넓은 집이 필요없었던 것이고 본인도 부동산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지금(2013년) 기준으로 하면 선진국 중에서 미국이 가장 일을 많이 합니다. 연간 1800시간인데 일본은 1740시간 수준으로 차이가 나지요. 독일이나 프랑스는 더 작아서 1500~1600시간이라고 합니다.

박기범 상무도 이제 벤츠를 구입할 정도로 여유가 생기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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