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91화 (91/159)

91화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라는 테러집단은 드디어 미국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비행기 테러를 감행한다. 이로 인해 아무 죄없는 민간인 3천여명이 사망한다.

생각해보라. 그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일하던 청소부 아주머니, 경비원 아저씨, 고장난 전등을 수리하는 수리공 청년까지도 잔혹하게 살해한 테러였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테러였다. 전세계 모든 국가와 인종, 종교를 초월해 분노했고 특히나 자유, 인권, 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며, 민주주의의 병기창으로서 활약한 정의로운 국가 미국.

여기에 대한 테러는 자유세계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에 대한 테러와 마찬가지였다. 전세계 여론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이후 미국은 알카에다의 본거지인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병한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항일무장투쟁과 알카에다의 테러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정신나간 작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달랐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항일무장투쟁 운동가들이 당시 도쿄의 기차역이나 초등학교에 폭탄을 던지지는 않았다.

민간인에 대한 살상과 군인 같은 전투원에 대한 살상도 구별못하는 멍청한 인간들과 같은 국적이라는 것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2년 후, 2003년.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이라크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고 바그다드를 폭격하며 한국에도 군대 파병을 요구한다.

"상무님."

경영지원실 상무실에 강석천 과장이 들어왔다. 기획실 소속인 그는 지난 1993년. 서울대 사학과 박사과정을 밟았으나 교수임용에 실패해서 회사로 들어왔다. 차기 임원감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총명했다.

"강 과장. 기획실 친구가 왜 경지실로 오는거야?"

장난스럽게 말을 한 박기범 상무에게 그가 대답했다.

"저희 기획실로 경영지원실의 통제를 받잖아요."

그랬다. 경영지원실 최고책임자는 기획실도 통제를 했다. 그만큼 박기범 상무의 어깨는 무거웠다.

"무슨 일이야?"

"상무님. 이라크 전쟁 말입니다."

"뭐 미군이 조만간 바그다드를 함락시킬 거라며? 뭐 미국이 당연히 이길테고. 그러면 이라크의 석유도 미국이 통제할테니 국제유가가 더 내려가고 좋지 뭐."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박기범 상무는 말을 내던지며 소파에 앉았다. 박 상무는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하고 철저한 친미국가로 바꿀 것이며 이 경우 국제유가의 폭락으로 이어져 그만큼 한국경제에 더 좋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죄송하지만 상무님. 상무님의 분석에 대해서 의구심이 있습니다."

"그래? 뭔데? 궁금한거 있으면 말해봐."

"제가 사학과 출신이잖아요. 그래서 박사도 받았고요."

"자네가 서울대 사학과 박사였었나? 맞아. 그렇지. 박사학위. 난 없으니 한번 믿어보자고."

강석천 과장은 박기범 상무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상무님. 2차 세계 대전 때 미국이 이겼잖아요."

"그렇지. 자유, 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수호하는 전쟁이었으니까. 그래서 전후에 독일과 일본이 철저한 친미국가로 전향한거 아니야? 그게 옳잖아. 솔직히 그건 사실이고. 소련. 그 잔혹한 사회주의 공산국가가 얼마나 인권을 탄압했어? 개인의 자유를 억압했고. 미국은 아니었지. 그러니 이기는 거지."

"그건 사실이죠. 인류의 역사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가니까요. 그리고 그것을 추구하는 세력이 반드시 승리하게 되어있지요."

강석천 과장도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이는 사실이었다. 지구상의 모든 국가들은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

"상무님. 제가 볼 때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패배로 끝날 것 같아요. 그래서 이라크를 점령해도 결코 이라크의 석유를 장악하지 못할겁니다."

============================ 작품 후기 ============================

강석천 과장의 분석이 맞았죠.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결코 환영받지 못했죠. 하지만 아프가니스탐 침공은 전세계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독일, 프랑스 등 나토 회원국도 군대를 보냈죠. 명분이 있었으니까.

저는 2003년 이라크 전쟁때 미국이 부러웠습니다. 이제 전세계의 석유도 장악하는구나 하고요.

아직도 알카에다 하면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가들과 동일시하는 머저리들이 있지요. 흔히 음모론 제기자들이 WTC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무슨 세계 금융을 장악하고 3세계를 괴롭히는 첨병이라고 말들 하는데, 거기도 구내식당이 있을 것이고, 거기서 일하는 요리사, 조리사가 3세계를 괴롭히나요? 저임금에 시달리는 빌딩 청소부 아주머니도 죽였는데 그들이 뭔 금융을 장악하나요. 결국 민간인 학살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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