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90화 (90/159)

90화

"맞아요 친구가 조선소에서 일해서 거제도 갔었는데 공기도 맑고 바닷물도 깨끗하더군요. 정신나간 놈들이나 조선소 들어서면 오염된다고 하지요. 조선소보다 숨쉬는 게 더 오염물질을 내보낼 텐데요."

"백인의 똥도 달다는 작자들이 어째 더 생겨. 이젠 개고기 먹는것도 없애자고 난리라지? 그들이 숨쉴때 내뿜는 오염물질로 인해 서울 공기가 심각하게 오염된다고는 생각 못하나? 박리된 각막이 두뇌까지 침투했나봐(정상적 사고를 하지 못한다는 뜻)"

"대한민국 인구가 5천만입니다. 정신병자, 두뇌는 폼인 놈, 다 있겄죠"

그렇게 말을 하면서 박기범 이사도 식사를 했다. 보신탕이 뭐 특별한 날에만 먹는 별미라고는 하지만 박기범 이사는 자주 류준혁 상무와 함께 먹었다. 자주 먹을때는 일주일에 세번도 먹을 정도였으니까.

"이제 나도 나이들었나봐. 눈이 침침해. 물론 보신탕 먹고 나면 눈도 더 잘 보여."

수저를 내려놓고 크리넥스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류 상무가 말했다.

"지난번에는 9시에 퇴근하고 차끌고 가는데 아이고. 밤길 운전은 겁이 날 지경이야."

손사래를 치면서 하는 말에 박기범 이사는 아직 저 정도로 나이가 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해방둥이니. 벌써 54세야. 우리나이로 치면 56살이나 된다고."

"아. 상무님 생일이 석달 뒤던가요?"

이제 류 상무의 정년이 고작 6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빨리 상무에서 전무 다셔야죠."

"그나저나 자네는 이사라. 친구들보다 승진이 빠르지?"

"그럼요. 제 나이때 이사면 아주 빠른 거죠. 제가 55년생. 만으로 44살이니 차부장급이 많더라고요. 부장급도 있지만 차장급이 가장 많은 모양입니다."

"서울대 출신인데도 그래? 하긴 자네가 고작 이사라는게..."

한번 미소를 짓고 보신탕 국물을 들이킨 류 상무는 박 이사를 격려했다.

"실력있잖아. 노력해서 사장 달아. 아직 나이도 젊고 기회는 많아. 막말로 작년에 이사 달았으니 43살때인가? 그럼 48에 상무 달고 53세에 전무 달고 56세 쯤에 사장 달면 되는거야. 해 봐. 자네 실력이면 그 기간도 단축시킬 수 있겠지."

식사를 끝마치고 다시 회사로 돌아온 박 이사는 결제할 서류들을 보았다. 이제 곧 월마감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월마감이 되면 수금담당자는 아주 고역이라는 것. 가만 생각해보면 수금과 출납 담당자가 직급은 가장 낮지만 소중한 일을 하고 있었다.

정말로 회사의 금고를 담당하는 최말단에서 노력을 하고 있으니까.

자신이 승진을 하게 된 것도 수금/출납 일선에서 사고가 한번도 나지 않아서였다. 만일 오지급, 이중지급과 같은 자금사고가 터지면 승진은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수금은 사고가 나지 않는다. 돈을 두번 받으면 일단 좋은거니까. 잘못되어도 내부적으로 문제라 회계처리로 수습이 가능하다)그가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때도, 바로 이 수금업무에서 부터 시작을 했었다.

그 때는 참 번거롭기만 하고, 단순하게만 느껴졌지만 그 바탕위에서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개선을 하고, 자금의 성격을 파악하면서, 재무담당 이사라는 현재의 지위까지 올라왔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월마감이 끝나면 따로 불러 식사를 한번 하는게 도리라고 생각한 그는 본인의 승진, 기업의 발전을 같이 이끌어내는 임원이 되기로 했다.

같이 일하는 자금팀 직원들. 그들의 삶이 무등그룹과 함께 하고 있었다. 무등그룹의 번영이 그들의 번영이었다.

"자금 마감이라고 해도 일찍들 퇴근해. 그게 뭐라고. 우리회사나 당일마감을 익월 2~3일안에 끝내지. 다른 회사는 여유있어."

한번 말하고 의자에 앉았다. 이어폰을 귀에 꽃고 노래를 하나 들었다.

My baby takes the morning train He works from 9 til 5, and then He takes another home again to find me waiting for him, 쉬나 이스턴의 목소리가 쾌활하게 들려왔다.

============================ 작품 후기 ============================

이제 2000년. 21세기로 넘어옵니다. 4부가 곧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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