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89화 (89/159)

89화

일요일 김포공항. 미국으로 출국하는 송영찬을 배웅하러 박기범 이사는 직접 차를 끌고 나갔다. 일가족 4명을 모두 볼 수 있었다.

"뭐 왔어? 그냥 있으라니까."

반가워하면서도 말은 반대로 했다. 그냥 알겠다고 고개만 끄덕거린 뒤 박기범 이사는 툴툴거렸다.

"너 보러 온거 아니거든? 니 애들보러왔다. 미국가면 고생할게 뻔한데. 자. 미국가면 공부 잘하고. 선물."

그는 봉투를 두 개 꺼내 하나씩 나눠주었다.

"뭐야? 세종대왕은 미국가면 힘 못써."

"그래서 벤자민 프랭클린을 가져왔지."

박기범 이사 말대로 아이들에게는 백 달러짜리 지폐를 한 장씩 넣어주었다. 이걸 본 송영찬이 말했다.

"이거 아버지가 압수한다."

"야. 니 아버지 봐라. 내 눈앞에서 뺏어가."

곧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송영찬은 비행기에 타기 위해 급하게 이동했다.

"잘가라. 양놈들 앞에서 기죽지 말고."

"내가 밟아버릴거야."

공항 출국게이트로 가는 친구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 박기범 이사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차에 올라탔다.

"뭐 잘되라고 간 거긴 하지만 조금은 쓸쓸하네. 허전하기도 하고"

무등그룹의 자회사인 무등오피스. 생각보다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것은 쉬웠다. 사업자 등록하고, 무등오피스와 거래할 다른 업체를 선정했다.

박기범 이사가 이 모든 것을 지휘하지는 않고 자금지출을 승인했는데, 이제 설립될 무등오피스는 서울시내 여러 기업들과 손잡고 폐사무용지를 회수해 다시 이를 가공, 사무용지를 만들어 공급하는 계약을 여러건 체결했다.

"아직 시작단계인데 벌써부터 성과가 좋아요."

자금지출 승인을 하면서 이를 전적으로 추진하는 기획실 류준혁 상무에게 말했다.

"그럼. 황 사장도 좋아해. 팔공인력들도 일부 보내니까. 여긴 어떻게 보면 새로운 회사야. 기존 무등직원들과 팔공직원들이 잘 융합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하던데?"

"그럼 좋은거죠. 우리 오남현 회장도 그렇고, 황 사장님도 그렇고, 다 일본식 경영방식을 고수하잖아요. 화(和)를 중시하는 그런 기업문화요"

류준혁 상무는 무등 오피스 건으로 일이 많아지고 자신의 위치도 향상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는 사용한 종이컵도 그냥 버리지 말고 한데 모아야겠어. 그걸 재활용해서 화장지나 우편봉투, 외부 발송용 회사봉투를 만들수 있을거야. 그러면 기존에 회사로고가 박힌 봉투나 우편봉투도 돈주고 사오는걸 자체 조달할 수 있을거야."

"하긴. 저희 자금도 법인카드신청서나 이런 것 때문에 우편봉투를 쓰는데 그런건 재생용지를 쓰나 상관이 없죠. 자원절약에 비용절감에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허투루 나가는 비용이 줄겟네요"

이 말에 류 상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결국 경영합리화인거지. 우리의 핵심역량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는거야. 여하튼 잘 됐어."

기쁘게 말하는 류 상무를 보면서 박기범 이사가 말했다.

"상무님. 보신탕 먹으러 가죠."

보신탕 집이라고 다 같은 것도 아니다. 그들이 가는 곳은 손님들이 식사하기 좋게 방도 따로 있는 괜찮은 보신탕집이었다. 주인이 돈을 많이 벌어 고급화를 꾀했다고 한다.

"우리가 추진하는 무등 오피스. 이게 좋아 보이기는 한데 마치 재벌기업이 다해먹는다는 비난을 받지는 않겠죠?"

개고기 수육을 한점 집어 먹으며 조심스레 말을 한 박기범 이사에게 류준혁 상무가 말했다.

"이 사람. 자네가 기반을 닦아 놓고 그렇게 말하다니. 매사에 자신감이 없어서 어떻게 하나? 지난번에도 술마시러 룸사롱가자니까 싫다고 그렇게 정색을 하고."

"술마실때 여자가 제 옆에 앉는거 별로라서요. 특히나 그 싸구려 화장품 냄새가 아주 싫어요."

"혼자 성인군자야."

수육 세 점을 한번에 집어 한번에 입에 털어넣은 류 상무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

"자유시장경제에서 법에 저촉만 안되면 다 하는거지. 이거는 여론의 눈치, 저거는 정부의 눈치. 이렇게 하면 어떻게 투자를 해? 기업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고."

"그건 맞는 말이죠."

박기범 이사가 맞장구를 쳤다.

"그거 알아? 거제도 옥포조선소. 거기가 세계최대잖아. 그거 75년도에 막 공사할때, 미국의 환경보호단체가 와서 시위했지. 조선소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로 환경파괴된다고. 그런 환경단체 눈치 살피는 바보머저리가 되어서는 안돼. 거제도 가봐. 조선소가 있지만 바닷물은 아주 깨끗해. 거제도 시민들은 조선소덕에 돈더 벌고, 환경도 아주 깨끗하다고 하지. 환경단체는 항상 틀려. 기업가가 옳아. 거제 조선소가 들어서니 환경도 더 나아지고 산업도 늘고."

============================ 작품 후기 ============================

친구인 송영찬 전 재정경제부 부국장이 유학을 가는군요.

제 친척이 거제도 사셔서 들었는데 실제로 1975년 옥포조선소를 공사할때 유럽과 미국의 소위 환경단체에서 원정시위했답니다. 환경이 파괴된다고요. 미국같이 잘살면 자연을 파괴하고 공장을 짓는것보다 보호하는게 더 이득이지만 75년 한국의 상황에서는 개발만이 살길이죠.

지금도 그렇고요. 거제도 가니까 조선소가 들어서도 바닷물은 깨끗하답니다. 결국 시민단체, 환경단체라는 것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떠드는 머저리에 물과하죠.

현대차 비정규직문제로 말들이 많았는데 한국경제신문을 보니 거기 비정규직 연봉이 5800만원이나 된다는군요. 희망버스인지 절망버스인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위해 시위하는 꼬라지가 참. 가관입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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