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화
박 이사가 M&A에 대한 데이터를 검토하고 있을 무렵, 사회현실은 아주 급박하게 돌아갔다. 팔공그룹의 최대채권자인 하동은행을 미국 테네시 주에 위치한 테네시 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한다는 발표가 흘러나왔다.
"뭐야? 하동은행을 미국의 헤지펀드가?"
"그렇습니다."
송영찬 재경원 부국장에게 과장급 직원이 말했다.
"금산분리 원칙에 어긋나는거 아냐?"
"그렇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하동은행을 인수할 기업이 없어요. 산업은행도 부실채권을 줄일 수 있다면 좋아하겠죠."
이 말에 송영찬 부국장이 말했다.
"그래? 얼마에 사들인대요?"
"그게...."
과장은 말끝을 흐렸다.
"고작 4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합니다."
"4...4억 달러? 그게 사실입니까?"
"네. 4억 달러입니다."
송영찬 부국장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하동은행이 보유한 채권규모만 10조원이 넘는 거대은행이었다. 그러나 이제 부실채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헐값이 사들이는 것이었다.
"고작 4억이라니. 얼마전까지만 해도 자산규모가 130억 달러짜리였다고. 환율급등으로 달러화 표시 가치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이건 아니지."
과장이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하동은행이 보유한 자산에 대한 테네시 인베스트먼트의 평가였다.
Value of Hadong Bank.
Book Value Discount Market Palgong 2 trillion 90% 1800Donggil 880 bil 95% 44U-Mang 660 bil 90% 66KO Corp 1.5 tri 90% 1500Ma-gun 550 bil 90% 55Nani Group 740 bil 90% 74Total 6.33 tri 353.9 bil 하동은행이 보유한 6조 3300억원의 채권을 겨우 3539억에 사겠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4억을 쳐주는 것은 이른바 '보너스'로 좀 더 주겠다는 것이다. 몇백만 달러를 더 얹어서.
서류를 본 송영찬 부국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외환위기를 맞이하니까 멀쩡한 기업도 다 헐값에 팔리는군요."
"그래도 어쩌시겠습니까? 4억 달러도 급한 실정이니 일단 이 가격에라도 매각해야 할 듯 합니다. 무엇보다 하동은행이 가진 채권은 이제 다 부실채권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건 안돼요. 너무 헐값이에요. 아무리 우리가 달러가 한푼이 아쉽다고 해서 이렇게 싸게 팔 수는 없습니다."
송 부국장은 강하게 부인했지만 이미 윗선에서는 이 가격에라도 팔아야 한다는 논리가 나왔다. 뿐만 아니라 일주일 후, 방한한 테네시 인베스트먼트의 CEO인 라인하트 데커는 기자회견에서 비록 하동은행의 실질가치는 4억 달러지만 인수가액을 높여 6억 달러에 사들인다고 발표했다.
"6억이라. 무려 2억 달러나 더 얹어준다는 건데요."
재경원 과장이 송 부국장에게 말했다.
"그래봐야 이중 플레이 아닙니까? 4억 이나 6억 이나 헐값입니다. 너무 싸요."
"그렇다면 부국장님은 얼마를 원하십니까?"
"최소한 60억 달러는 받아야죠. 아니 세상에 아무리 팔공그룹이 부도가 났다고는 하지만 2조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에 대해 90%의 할인율을 적용한다는 건 있을 수 없어요. 무슨 소말리아나 에디오피아의 기업들이 아니고서야 90%의 할인은 그야말로 기업가치가 0이라는 말과 일치하잖아요."
그건 사실이었다. 이러한 재경원 내부의 혼선이 빚어지는 동안 라인하트 데커는 직접 재경원으로 와서 담당자들과 악수를 하고 하동은행의 M&A가 잘 추진될 수 있도록 부탁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서울 외각에 위치한 고급 요정. 라인하트 데커는 하동은행의 M&A에 대한 허가권을 쥐고 있는 송영찬 부국장, 바로 아래에 있는 과장. 그 윗선의 국장을 초대했다.
"국장님. 왜 우리가 이런 곳으로 와야 하죠?"
"송 부국장은 이런 자리가 불편한가?"
"당연하지요. 왜 이런 자리를...."
하지만 과장은 신이 난 듯 말했다.
"여기 참 좋군요. 드라마에서나 보는 고급 한옥이군요. 돈 벌면 이런 집을 하나 짓고 싶었어요."
"그런가?"
국장이 껄껄 웃었을 때 미닫이 문이 열리고 190cm가 넘는 장신의 라인하트 데커가 모습을 드러냈다.
"반갑습니다."
한국어가 아주 유창한 그는 고개를 숙여 먼저 인사를 한 후 자리에 앉았다.
"한국어를 잘하시는군요."
"네. 주한 미군으로 복무한 적이 있었거든요."
국장은 감탄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름이 아니라 부디 하동은행 M&A건을 잘 해주십사 하고 부탁드립니다."
"헌데 어디서 이따위 것을 배웠나요?"
"이봐. 송 부국장. 무슨 버릇이야 이게?"
국장이 꾸짖었을 때 라인하트가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왜 이런 곳으로 초대한거요?"
"사실. 제가 잘 모릅니다. 한국에서 귀하신 분들은 이런 자리에서 모셔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잘못 배웠군."
기분이 나빴던지 얼굴을 찡그리고 있자 라인하트는 고개를 돌려 큰 소리로 말했다.
"컴 인 플리스."
이 말과 함께 미닫이 문이 열리고 한복차림의 젊은 여인들이 여섯명이나 들어왔다. 순간 기분이 나빠진 송 부국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과장이 뒤쫓아왔다.
"부국장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구두를 신고 밖으로 몇걸음 걸어나왔을 때 과장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과장님도 봤죠? 저 라인하트란 자식. 대체 우릴 뭘로 보는 건지. 제깟놈들이 돈을 좀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이따위 짓거리를 할 수는 없어요."
"들어갑시다. 이런다고 해결되지는 않아요. 이미 하동은행은 테네시 인베스트먼트가 사들일텐데요."
"뭐요? 내가 허락할 것 같습니까?"
송 부국장은 황급히 요정 밖으로 걸아나가 이미 대기하고 있던 택시에 올라탔다.
============================ 작품 후기 ============================
하동은행은 외환은행을 모델로 했고 테네시 인베스트먼트는 론스타를 모델로 했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송 부국장은 산업은행과 오히려 의견이 같습니다. 테네시의 할인율 기준은 한국기업들과 은행의 부실채권은 말 그대로 부실이고 '가망도 없으니'거의 0원에 사가겠다는 뜻이죠.
일시적으로 어려워서 파산한 기업을 90%나 할인해서 사면 나중에 큰돈 법니다.
저는 밀턴 프리드먼과 하이예크의 신봉자라서 외국자본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IMF때처럼 헐값에 넘기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잘못이라고 봅니다.
정부는 시장질서의 왜곡을 막아야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끼어드는건 휘발유들고 불속으로 덤비는 꼴이죠.
대개의 경우 정부는 일을 제대로 못합니다. 원숭이를 그 자리에 앉히는 것보다도 못할 정도죠.
이번에 태안에서 고교생 5명이 죽은 사건. 제가 졸업한 고등학교인데, 교육부, 여성가족부, 안전행정부 연관 정부부처 모두 뒷짐지고 있답니다. 안행부는 여성가족부 일이라 하고 여성가족부는 죽은애들은 남학생들이니 내 알바 아니다.
교육부는 여가부과 안행부 지침대로 움직였다. 살인사건은 일어났는데 범인이 없는, 무슨 밀실사건 미스테리입니까? 대한민국 정부라는게 하는 짓이 맨 그모양이죠.
기대도 안합니다. 차라리 원숭이 세마리가 교육부-여성가족부-안전행정부 장관하는게 더 나을겁니다. 우리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서. 원숭이는 생각이라도 할줄 알거든요.
대한민국의 정부는 1999년 씨랜드 화재로 유아원생 20명이 몰살당한 때와 하나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세력은 복지국가를 외치며 세금을 더 걷어 정부는 살찌우자는데 대체 그 사람들은 뭘 보고 사는지 의구심이 나네요.
일못하고 엉터리, 책임만 떠넘기는 정부에게 세금을 주기보다 굶겨서 정신차리게 해야죠.
만일 삼성같은 민간기업이 정부를 대신한다면 벌써 재발방지책까지 완벽하게 나왔을 겁니다. 공무원들 월급만 받고 일하는 척 하기로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죠.
저는 우리 한국인의 DNA나 인종이 일본민족이나 미국인보다 열등하다고는 보지 않지만 이런 일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민족은 일본민족이나 미국민족보다 열등한가 봅니다. 인종의 우월함과 열등함은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우생학을 부활시켜야할까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