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다음에 영어학원 등록하면 발음을 제대로 가리키는 곳으로 가야겠다. 미드 애틀랜틱 영어(Mid-Atlantic English-미국식 영어와 영국식영어를 혼합한 형태. 1930년대부터 1960년대 초까지 할리우드에서 주로 사용한 영어. 현재 미국의 극장에서 사용하는 표준영어 위주로 미국의 상류층들이 많이 사용)전문은 없나?’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팔공그룹건에 대해서 생각에 잠겼다. 대차대조표와 재무제표만 구하면 모든 게 일사천리였다. 조만간 기획실에서 자료가 오면 분석을 해볼 심산이었다. 박기범 이사는 팔공그룹의 그룹구조가 나와있는 표를 보았다.
<팔공그룹 분석도-1997년 기준>
1. 요약재무
전사매출 1조 8천억 원
영업이익 (-)2100억 원
영업외이익 19억 원
영업외손실 211억 원
당기순손실 2292억 원
2. 관계 및 자회사
1) 팔공중공업
매출액 3500억
영업이익 100억
2) 팔공특수강
매출액 1200억
영업이익 -500억
3) 팔공건설
매출액 3300억
영업이익 100억
4) 팔공기계엔진
매출액 1000억
영업이익 (-)1000억
5) 팔공섬유
매출액 5000억
영업이익-500억
6) 팔공화학
매출액 4000억
영업이익 -300억
“뭐야. 이거 쓰레기네.”
박기범 이사는 테이프를 꺼내 서랍에 집어넣고 서류를 보면서 말했다.
“뭐 이딴 식이지? 팔공건설은 개판이구만.”
팔공섬유가 500억원의 적자를 내는 것은 이해가 갔다. 어쩔 수 없는 섬유의 구조적 불황이니까. 최근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가 잘 되지 않은 것이 적자의 이유인 것은 확실했다.
문제는 팔공기계엔진이었다. 적자가 무려 1000억원. 이 회사만 없어도 팔공그룹의 적자는 상당부분 해결되는 것이다.
“류 과장. 팔공기계엔진 좀 설명해줘봐.”
박기범 이사의 말에 류 과장이 자리로 다가왔다.
“이사님. 팔공기계엔진은 저희도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뭐 듣자하니 항공기에 쓰이는 엔진이나 부품을 생산하는데 뭐 경쟁력은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팔공건설은 97년 기준으로는 이익을 냈지만 최근 미분양 사태가 속출해서 올 1/4분기에는 대규모의 적자가 확실하다고 합니다.”
“그래? 그렇다면 더 개판이군. 이 요약 재무상태표는 결국 최악이 아니라 가장 좋은 상태라는 말이겠네.”
박기범 이사의 말에 류 과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팔공그룹의 현재 상태를 감안하면 그렇죠.”
“그거 참.”
서류를 읽어내려가던 박기범 이사는 류 과장을 자리로 돌려보내고 메모지에다 뭔가를 기록했다. 일종의 생각을 정리하던 빅 이사는 시나리오를 대충 작성했다.
시나리오 #1.
-산업은행 보유 부실채권 2조원을 다 떠앉는다.
그 후, 팔공특수강, 건설, 기계엔진 매각
이유 : 무가치
시나리오 #2.
-산업은행 보유 부실채권 1조만 떠앉는다. 1조는 공적자금해결
그 후, 매각은 동일
시나리오 #3.
-산업은행 보유채권은 내버려두고 신규 적자분만 다 떠앉는다.
그 후 동일하게 매각
그는 일단 매크로 경제상황을 살펴보았다.
‘어차피 IMF위기로 다 죽어가는 마당에 팔공그룹을 인수할 여력을 가진 기업이 있나?’
결국 외국자본에게 매각할 수 밖에 없었다. 외국기업은 돈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자본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외국인이 사들이건, 내국인이 사들이건 그건 중요치 않다고 보았다.
자유시장경제시스템 아래에서 공개입찰이라면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회사에게 팔리는게 당연하다.
곧바로 상세한 데이터가 왔다. 두꺼운 책자로 편성된 상세한 재무제표를 펼쳐보았다.
만일 무등그룹이 팔공그룹을 인수할 시 필요한 건 팔공중공업과 팔공섬유, 팔공화학이다. 그가 알기로 섬유는 무등그룹이 주력이므로 더 강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중공업은 역시 간절히 필요했다. 팔공중공업의 핵심은 조선이었다.
장차 무등그룹이 석유도입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게 되면 이를 운반할 배가 필요했다. 독자적으로 유조선을 만드는 것은 무등그룹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었다.
화학은 무등그룹이 미처 진출하지 못한 영역이었다. 이 쪽을 사들인다면 시너지효과가 충분히 있다고 보았다. 건설과 특수강, 기계엔진을 없애는 이유는 별 쓸모가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산업은행에서 작성한 리포트를 천천히 읽어보았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라이벌이었던 팔공그룹을 인수하게 되는 사전 정비작업을 하게 됩니다. 현재 무등그룹은 98년 기준으로 여전히 사업다각화를 하지 못했고 1980년과 동일한 사업구조로 이끌어오게 되지만 IMF를 기점으로 섬유-석유화학-조선-해외유전을 확보한 종합 에너지 화학기업으로 커지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