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아이. 맛있어. 이 맛있는걸 왜 프랑스 새끼들은 못먹게 하고 지랄들일까? 아니 지들이 백인이고 눈 파랗고 머리카락이 금발이면 지들이 법이야? 신이야? 왜 남의 나라에게 이래라 저래라야. 푸아그라는 더 잔인하다만.”
“원래 그렇죠. 우리나라도 보면 백인의 똥은 달다는 작자들이 바글바글하니 원.”
박기범 이사가 대답하면서 식사를 계속했다.
“그렇게 남의 나라에게 감놔라 배놔라 하는 프랑스놈들이 나치에게 짓밟힌걸 보면 속이 다 후련하단 말이야. 독일은 우리한테 뭐라고 안하거든. 히틀러가 파리를 폭파시켰어야 하는데 말이야. 히히히.”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면서 그는 식사를 계속했다.
“산은이 갖고 있는 부채가 2조라.”
우물거리면서 류준혁 상무는 중얼거렸다.
“이걸 4600억으로 메꿀수는 없어.”
“솔직히 우리입장에선 1800억밖에 들지 않잖습니까? 초창기 달러 투자금이 1800억 수준이니까요. 나머지는 투자로 벌어서 4600억으로 불렸으니 실제적으로 우리가 부담하는건 1800억이니까요.”
“그건 그렇지. 헌데 그 킨키 상사를 통해 지원받는 거 난 좀 별로인 것 같은데?”
차입에 부정적인 류준혁 상무의 말에 박기범 이사는 수저를 내려놓았다.
“아니. 어째서 그렇습니까?”
“당연하지. 1조 5천억을 빌린다고 해보게. 이자가 비록 1%라고는 하지만 150억이야. 현재의 상태에서는 그 돈도 힘들어.”
“너무 엄살 떠시는 거 아니에요? 단기차입금 이자가 얼만데요. 솔직히 우린 1조 정도 빌려서 대출을 해줘도 된다고요. 어차피 차익거래만 해도 앉아서 돈법니다.”
“종금사들이 그랬다가 망했지.”
한입 떠먹으면서 류 상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농담을 건넸다.
“자네 80년. 처음 회사 입사했을 때 기억나나?”
그 말에 슬쩍 고개를 들어 류 상무를 쳐다보았다.
“회사월급이 적다고 종금사나 증권사 입사지원했잖아. 그 때 황 부사장님. 그 땐 부장님이셨지. 거기 갔다가 들켜서 혼나고.”
“한땐 그랬죠. 솔직히 우리 회사 월급이 너무 작다고요. 증권사나 종금사는 부장연봉이 1억인데 재계 11위인 무등그룹은 고작 5500만원이라는 게 말이 돼요? 저야 이사 달아도 고작 7500만원. 증권사 이사는 수억대. 언제 1억 달죠?”
투덜대는 듯한 말투였다.
“상무 달아.”
류준혁 상무는 가볍게 말했다.
“보라고. 종금사들 망해서 그 잘난 고소득자들 전부 길바닥에 나앉았는데. 그걸 보고도 그렇게 말해?”
“몇달 뒤면 다 취직될 텐데요 뭐.”
“그 금융권을 동경하는 말투. 그만 두지.”
류준혁 상무는 수저를 들었다.
“지금은 M&A나 생각하라고.”
식사를 거진 다 먹었을 때 쯤 류준혁 상무는 아주머니를 불러 수육 한접시를 더 주문했다.
“또요? 너무 많은데요?”
박기범 이사의 말에 류준혁 상무가 말했다.
“오늘은 개고기가 무척 땅기니까 그냥 먹자고. 실컷 먹고 일하면 되는거 아닌가?”
류준혁 상무는 그렇게 말하고 수육 한접시가 오자 게걸스럽게 젓가락을 들고 고기를 집어먹었다.
“M&A는 차츰 생각하라고.”
“그러려고요.”
박기범 이사도 고기를 집어먹었다.
“개고기 먹고 마누라한테 힘좀 써야지.”
“전 일하느라 힘을 다 쓸거 같네요.”
약간은 성적인 농담을 던졌다.
“자넨 내가 볼 때 밤에 힘을 못쓸 거 같애.”
“아니 어째서요?”
그 말에 박기범 이사는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애가 딸 하나지? 그걸로 보면 알 수 있어. 난 애가 넷이니까. 정력이 좋다는 거겠지.”
“아니 그럼 50년대엔 애를 대여섯씩 나았는데.”
박기범 이사는 키득거리면서 말했다.
“그때 사람들은 힘이 장사였겠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고기를 집어먹었다.
“산업은행을 설득하면 되겠네요. 그게 현재 상황에서는 가장 중요하니까요.”
“그렇지.”
짧게 류준혁 상무는 대답했다. 식사를 끝마친 후 회사로 돌아오면서 담배를 하나 입에 문 류준혁 상무는 주위를 돌아보면서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쩌다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이렇게 몰락했을까?”
“상무님. 너무 그러실 필요없어요. 이건 기회라고요. 관 주도의 저효율적 경제구조에서 민간주도의 고효율체제로 전환하는 거죠. 아마 더 발전할겁니다. 아마 10년 뒤엔 1만 달러를 넘어서서 2만 달러시대를 열텐데요 뭐.”
“자네 말대로.”
류준혁 상무는 담배를 보도블럭에 내던지고 구두로 비벼끄면서 말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상무님은 좋아하시는 영화가 뭔가요?”
“좋아하는 영화?”
“예. 보면서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이 있다거나 삶을 비추어보는 그런 영화요.”
류준혁 상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 작품 후기 ============================
백인의 똥도 달다는 작자들 : 복날이 되면 개는 우리의 친구, 개먹는 나라 No라고 하면서 동물 사랑을 외치면서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푸아그라 No, 빕스 앞에서 불쌍한 소 No라고 안하는 정신나간 인간들을 가리켜 쓰는 표현입니다.
실제로 백인 국가들 가운데 스위스는 개고기 먹는데 프랑스도 찍소리 못합니다. 독일어권에 게르만족이거든요 눈이 파랗고 금발인. 원래 백인끼리는 비난안해요. 1956년. 일본 도쿄로 올림픽 개최지가 선정되자 회를 먹는 야만인이 성스러운 올림픽을 어떻게 개최하느냐고 유럽에서 욕했죠.
64년 일본이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자 다들 박수쳐대고 서로 스시나 회를 못먹어서 안달이 났었죠. 나라가 부강해지면 문화도 격상됩니다. 우리가 백인국가에 일본같은 부자나라가 되어보세요. 뉴욕의 월드포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보신탕이 고가에 나올겁니다. 서로 개고기 못먹어서 난리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