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66화 (66/159)

66화

하지만 일요일에 그는 나오지 못했다.

토요일 오후. 황 전무는 경영지원실 부장들에게 일요일에 나오는 짓거리를 하지 말라고 말을 해서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오면 전기요금 나가니 그냥 방구석에나 처박혀 있으라는 것이다.

"에휴. 음악이나 들어야겠다."

침대에서 일어나 소형 카세트에 테이프를 넣었다.

아내와 애들은 잠시 백화점에 쇼핑을 하러 나갔기에 아무도 없는 텅빈 아파트를 둘러보면서 뭔가 신나는 음악을 듣고 싶었다.

카세트의 버튼을 눌렀다. 2~3초 뒤, 테이프의 필름이 돌아가면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Crying on my pillow, lonely in my bed Then I heard a voice beside me and she softly said Wonder is your night light, magic is your dream And as I held her, she said, see what I mean I said what?

She said oo-oo-oo wee

I said all right

She said love me, love me, love me Undercover angel, midnight fantasy I've never had a dream that made sweet love to me Undercover angel, answer to my prayer 앨란 오데이의 언더커버 엔젤이었다. 그냥 가벼운 느낌으로 듣기 편했다.

"언더커버 에인젤, 앤서 투 마이 프레이어."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가 서서히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이 음악이 끝나고 이어서 나오는 노래는 박기범 부장의 기분을 편안하게, 마치 대륙을 횡단하는 트럭커처럼 만들었다.

Come on and join our convoy ain't nothin' gonna get in our way. We gonna roll this truckin cross the USA 음악을 들으면서 그는 거대한 켄워스 트럭을 타고 인터스테이트 44를 따라 질주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커다란 카우보이 모자에 선글라스를 쓰고 트럭을 모는 트럭커. 그것도 좋았다. 아마도 국적과 문화를 불문하고 그런 상상을 해보는 사람이 많기에 이 CW맥콜의 '콘보이'가 76년 빌보드 1위를 차지했을 것이다.

"아오. 먹고 살만하면 내가 이짓하나."

한번 투덜댄 그는 책상서랍에서 노트를 한권 꺼냈다. 그가 무슨 생각이 날때마다 적어놓는 기록지였다. 회사를 들어가고 나서 적기 시작했다. 물론 나중에 그것을 다시 보는 일은 없었다.

그는 나중에 팝의 역사에 대해 책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미리 원고를 쓴다는 생각으로 뭔가 떠오를때마다 노트에다가 적고 있었다. 박기범 부장이 생각한 큰 카테고리는 다음과 같았다.

1. 아메리칸 스탠더드(1956~1964)

2. 브리티시 인베이전 (1964~1970)

3. 믹싱 에이지(1970~1977)

4. 디스코 에이지(1978~1982)

5. 아메리카나이제이션(1975~1983)

6. 신디사이저 (1980~1983)

이 중에서 신디사이저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1970년대는 특정 단어로 구분하기 어려운 시기다. 1976년부터 디스코음악이 각광을 받았고 그 절정은 1979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1979년은 팝의 역사에서 '광란의 79'라 할 정도로 디스코의 전성기였다. 그리고 치열했다. 물론 로버트 존스의 '새드 아이'같은 노래가 치열한 경쟁을 식혀주었지만.

기본적으로 70년대는 다양성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지배적인 트렌드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스코가 각광을 받았으나 1982년 로라 브래니건의 '글로리아'가 빌보드 누적2위를 기록했는데, 디스코음악이었다.

빌보드가 디스코에 의해 점령당하던 1977년 10주 연속 빌보드 1위는 가스펠에 기초한 러브송인 데비 분의 'You light uo my life'다.

아마 1970년대 빌보드 1위곡들을 분석한다면 그 어떠한 특이점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비지스를 위시한 디스코음악의 시대가 되지만, 그건 77년 이후고, 70년대 전체로는 어덜트 컨템포러리, 디스코, 락, 등이 고루 빌보드를 점령한다.

70년대와 80년대를 구분지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신디사이저의 개념이다. 일반적인 기타나 피아노 대신 일렉트릭 기타, 일렉트릭 피아노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는 시기는 이미 1960년대 중반부터 이루어졌다.

이미 전자기기의 도래는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졌다. 1970년대 초. 세계최초로 도요타 자동차가 CAD설계방식을 도입하고, 미국과 일본에서는 복사기, 팩스 등의 사무자동화가 급격하게 일어났으며, 자동차에도 트립컴퓨터, 연료전자제어 시스템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음악도 마찬가지여서 일렉트린 기타의 전자음과 더불어 컴퓨터가 악보를 대신하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어쿠스틱 기타 대신 야마하 전자악기 제품이 쓰이기는 했지만 이는 보조적인 성격이었고 앰플리파이어등과 연결하기 좋게, 대중공연시 유용하게 사용하기 위함이었지만 신디사이저와는 판이 다르다.

신디사이저. 말 그대로 합성 음악이다. 종래의 악기 대신 컴퓨터로 전자음을 뽑아서 노래를 만드는 것이다. 컴퓨터 음악이다.

그러나 기계음이면서도 수많은 대중을 유혹했다. 1982년 영국의 휴먼 리그가 'Don't you want me baby'로 전미 빌보드 1위를 차지했고, 이듬해 영국의 애니 레녹스가 주축이 된 유리드믹스가 'Sweet Dream'으로 빌보드 1위를 차지했다.

이들 음악은 처음부터 컴퓨터로 음을 합성해 노래를 만들었다. 악보에 떠오르는대로 음악을 작곡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로 작곡을 하는 것이다.

컴퓨터 산업에 있어서 세계최강국은 미국이지만 신디사이저 음악으로 세계음악시장을 휩쓴 것은 오히려 영국의 가수들이라는 아이러니가 존재하는 가운데, 음향실에서 전자음악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이 신디사이저는 음악 이외에도 영향을 미친다. 바로 컴퓨터 그래픽이다. 뮤직비디오에서 그래픽이 사용되는 빈도가 높아졌다.

여기까지 쓴 그는 일단 펜을 내려놓았다. 카세트에서는 칼리 사이먼의 'You're So Vain'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좋아하는 노래였기에 나지막하게 따라불렀다.

============================ 작품 후기 ============================

켄워스 (Kenworth) : 미국의 트럭브랜드앨란 오데이 : Alan O'Day(1940~2013) 미국의 싱어솔 라이터CW맥콜: (1928~) 미국 컨트리 가수.

로라 브래니건 (1957~2004) : 미국 가수.

데비 분(1956~) : 유명한 미국가수 팻 분의 딸로 가스펠 부문에서 유명세를 탄 가수.

유튜브에서 해당 밴드, 가수들의 노래를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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