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49화 (49/159)

49화

그날 저녁. 황 전무와 함께 신라호텔 라운지에서 김현섭 부장을 만난 박기범 차장은 식사를 하면서 스위스 건에 대해서 논의했다.

"제가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서요. 랍스터를 좋아합니다."

김현섭 부장이 말을 했다.

"그러시군요. 그러면 우리 무등그룹의..."

황 전무가 말을 꺼내자 바로 김현섭 부장이 대답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스위스의 OBS가 세계적인 투자은행이고 그 계좌를 통하면 미국증권투자도 쉽습니다. 그리고 스위스는 전통적인 조세회피처죠. 무등그룹이 미국투자를 하는데, 재경원이 허가를 하지 않는다면...."

김현섭 부장은 말을 멈추고 글래스에 담긴 물을 한모금 마셨다.

"페이퍼 컴퍼니 인수가 가장 좋습니다. 박기범 차장님이 생각 잘하셨어요. 스위스에 섬유관련 페이퍼 컴퍼니를 세우고 이를 3000만 달러에 인수한다고 하시죠."

"인수합병이라면, 복잡하지 않은가요?"

박기범 차장이 말했다.

"말 그대로 페이퍼 컴퍼니입니다. 원하시는대로 재무제표는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저희가 대행해 드리고, 실무작업은 OBS가 할텐데, 저희한테 주실 모든 비용이 7만 달러입니다."

"투자제한 지시로 묶인 3천만 달러를 생각하면 1%도 안되는군요."

황 전무가 말했다. 고개를 끄덕인 김현섭 부장은 포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 경우 해외송금 때문에 문제가 생기니...."

"맞습니다. 세무조사시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요."

황 전무의 말에 김현섭 부장은 미소를 지었다.

"쉬워요. 그냥 TT로 끊든지, 3000만 달러 인수합병 수수료로 처리하세요. 아니면 3007만 달러를 입금하면 7만 달러는 수수료로 때려박으면 되거든요."

여기까지 말을 하자 박기범 차장과 황영식 전무는 서로를 쳐다보고 미소를 지었다. 일이 아주 쉽게 풀릴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 수수료는 어떻게 되는건가요?"

"뭐 저희가 스위스의 OBS로 보내는 송금수수료. 조세회피에 관한 여러 자료, 재경원이 추가 정보를 달라고 할때를 대비해 만든 세금데이터, 재무제표 등이죠. 아마 보시면 아실겁니다."

김현섭 부장은 기분 좋게 의자뒤에 몸을 기댔다.

"식사는 제가 대접하죠. 아마 무등그룹도 이제 이런 일을 많이 하셔야 할텐데. 저희가 기꺼이 도와드리죠."

신라호텔에서의 식사 이후, 일주일 뒤, 한신은행에서 전화 한통이 왔다.

"자금팀 박기범 차장입니다."

"한신은행 김현섭입니다. 잘 지내셨죠."

"네. 반갑습니다."

"지금 당장 오셔야겠습니다. 해외송금건 때문에요."

이 말은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모든 준비가 되었다는 말과 같았다. 순간 다소 긴장을 했지만 박기범 차장은 곧바로 출발을 한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길로 곧장 황 전무에게 보고했다. 택시를 타고 한신은행 안으로 들어가자 김현섭 부장이 그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준비하신 서류입니다."

은행 VIP룸으로 들어간 박기범 차장은 김현섭 차장과 함께 일주일만에 만들어진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서류를 한번 보았다.

-Zurich & Merk Textile Company-

Founded Oct.15. 1922

Founder Hans Ackersen Merk Headquater Zurich, Switzerland Key people Dietrich Merk(chairman) Tennille Merk(president)Product socks, textile, stocking, lingerie Revenue 18.583 million(USD)Operating 3.55 million(USD)

income

Profit 2.83 million(USD)Total assets 30.650 million(USD)Total equity 10.550 million(USD)Reason for selling : retirement.

Consolidated Financial Statement 1991 1992 1993 1994(E)Revenue 14,051 16,159 18,583 21,370 Cost 12,365 14,220 16,353 18,806 O/I 1,686 1,939 2,230 2,564 Profit 1,012 1,163 1,338 1,539 Asset 26,277 28,380 30,650 33,102 Liability 129,561 145,109 20,100 21,286 Equity 8,410 9,420 10,550 11,816 L-ratio 239% 254% 191% 291%ROA 4% 4% 4% 5%ROE 12% 12% 13% 13%

"이건..."

놀란 표정으로 박기범 차장은 김현섭 부장을 쳐다보았다.

"이런 회사가 있을 리 만무하죠. 이미 수백개의 샘플이 있습니다. 다. 여기에 짜깁기 하면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 회사를 인수한다고 하면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결정나면 바로 연락주세요."

고개를 끄덕이고 회사로 돌아간 그는 황 전무에게 이 서류를 보여주었다.

황 전무는 승인을 했고 이 서류를 검토한 후, 황 전무와 함께 과천 정부종합청사로 향했다.

"재경원이 허락을 할까?"

차안에서 황 전무가 말을 했다. 운전을 하면서 박 차장이 대답을 했다.

"허락하겠죠. 스위스의 섬유기업을 인수하고, 이를 통해 수출확대, 기존 네트워크망까지 인수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수출이 증대될테니까요."

차가 과천에 도착하고 황 전무와 박 차장은 같이 들어가서 재무부 유찬세 국장을 만났다.

그리고 이 서류와 함께 기존의 주식투자는 완전히 중단했으며 인수대금은 3000만 달러~4500만 달러로 책정하기로 전했다.

"아. 무등그룹 황영식 전무님이 어째서 저를 찾아오셨나요? 옆에는 얼마전에 저를 찾아왔던 박기범 차장이군요."

유찬세 국장은 거드름을 피우면서 말했다.

"한때 저희가 주식투자를 한다는 바보같은 생각을 했는데, 마침 저희가 사세확장을 위해 섬유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죠. 특히 유럽에서 유래가 깊은 섬유회사가 매물로 나와서요."

박기범 차장이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그 말에 유 국장은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섬유회사가 매물이라?"

"그렇습니다. 스위스의 회사인데 마침 사장이 회사를 그냥 팔겠다고 합니다. 우리가 접촉을 했지요. 거기는 돈 욕심이 없어서 적당한 금액만 제시하면 회사를 넘겨준답니다."

이번에는 황 전무가 말했다. 그는 가지고 온 서류봉투를 건넸다. 유 국장이 봉투를 열고 서류를 꺼냈다.

이미 이 서류에는 스위스의 거대 투자은행인 OBS가 가치평가를 한 내역이 있었는데 인수가격은 3000만~4500만 달러 범위였다.

"그 사장이 디트리히 머크라는 사람이고, 아내가 테닐 머크인데, 이제 나이도 있고 해서 은퇴를 한다 합니다. 그래서 회사를 매각하려는 거죠."

박기범 차장의 말에 유찬세 국장이 말했다.

"그렇군요. 하긴. 이런 경우를 많이 봤죠. 경제신문에서는 보지 못했는데요?"

"스위스의 회사라 별로 주목받지 못하죠. 그리고 제가 알기로 이런 회사들은 언론에게 알리지 않고 매각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이런 분들은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거든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유찬세 국장은 서류를 하나씩 넘겼다. 그가 보고 있는 서류에는 이 기업의 회장인 Dietrich Merk는 나이도 있어서 은퇴하기 위해 회사를 판다고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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