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36화 (36/159)

36화

기자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개발공사 정문앞에 진을 치고 와 있었다. 최천식 총재가 탄 그랜저가 도착하고 그가 차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트리며 사진을 찍어댔다.

"총재님. 개발공사가 입은 손실이 아주 큰데요. 무려 1조 5천억이나 됩니다. 이 손실을 어떻게 메꾸실 겁니까?"

"이거 다 국민 세금 아닙니까? 세금을 이렇게 써도 됩니까?"

아무 말 없이 손사래를 치며 총재실로 쫓기듯 들어간 그는 누군가가 이미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최 총재."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비밀자금을 관리하는 국무위원이었다.

"뭘 이렇게 일찍 왔어요?"

퉁명스레 말하며 소파에 앉은 최 총재를 바라본 그 국무위원은 다그치듯 말했다.

"마. 지금 각하께서 아주 진노하신 모양인데, 최 총재. 와 일을 그렇게 밖에 몬하는기요?

마 손실이 1조 7천억? 이기 이기 말이 되는기요? 그 돈이 다 뭐꼬? 마 대통령 각하의 비자금 아잉교? 내걸 읎애다니 이 말이 되나?"

"도쿄경제신문 기자의 말을 철썩같이 믿었던게 문제로군."

"마 그렇게 핑계 대지 마소. 어쨌거나 정부에서 구제금융으로 살려준 다카니 다행인기라요. 그리고 적당한 때를 봐서 물러나소. 다음 기회에 국회의원 공천 받으면 되는거 아잉교? 고향인 대구에서 지역구 나온다카면, 무조건 되는거 아닌교? 뭐 전국구도 좋고."

"그건 나중의 일이고. 일단은 내 선에서 뭐라도 해야겠어."

최천식 총재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서 책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자네는 그 사투리 좀 버려. 나랑 고향이 같은데 어째서 나와 자네랑 말투가 완전 달러?"

국무위원이 뭐라고 대꾸를 하기도 전에 최 총재는 전화기의 버튼을 눌렀다. 여직원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가 말했다.

"안기부 25국장 연결해."

"안기부?"

그 말을 들은 국무위원이 짧게 말했다.

"그래. 안기부. 박철원이라고 25국장 내 고교 후배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대의 전화에 연결되었다는 표시로 작은 램프의 불이 번쩍였다. 수화기를 집어든 최천식 총재는 연결된 안기부 25국장과 통화를 했다.

"어. 박철원 국장인가? 나 최천식이야. 그래. 저기 부탁이 있는데 도쿄경제신문 아마미 타카코 기자 조사해. 그 여기자가 우리 개발공사를 완전히 물먹였어."

다소 거칠게 명령조로 말을 끝낸 그는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날 저녁. 퇴근을 한 아마미 타카코 기자는 잠깐 산책을 하기 위해 서울역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1986년에 한국지부로 온 이후 날로 변해가는 서울의 모습에 감탄하며 천천히 걸었다.

검정 지프가 천천히 그녀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속력을 내 아마미 타카코 기자의 앞에 급히 차를 세웠다. 아마미 기자는 신경쓰지 않고 계속 걸어가고 있을 때 차에서 내린 점퍼차림의 남자 두 사람이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

"나니?(뭐야?)"

일본어로 아마미 기자가 말을 했을 때, 점퍼차림의 사내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억지로 차에 태웠다. 지나가는 행인들 몇 명이 있었지만 그들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납치된 바로 그 지점에 위치한 작은 가게 주인은 지프에 탄 여자가 근처에 있는 도쿄경제신문 기자라는 점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경찰에 전화하기 이전에 신문사로 전화를 걸었다.

"퇴근이다."

박기범 과장은 도장을 마지막으로 찍고 결재철을 덮으면서 기지개를 켰다. 그 때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에이. 귀찮게."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그는 전화를 받았다.

"자금팀 박기범 과장입니다."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소리는 아주 절박한 목소리였다.

"박기범 무등그룹 과장님이시죠?"

"누구세요? 맞는데요?"

"도쿄경제신문입니다. 아마미 타카코 기자가 어디론가 끌려갔습니다. 알고 계신가요?"

"뭐라고요? 끌려가다니. 어디로요?"

"저희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알려드리려고요."

박기범 과장은 다시 연락을 준다고 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는 바로 황영식 전무의 방으로 들어가 이 사실을 보고했다.

"젠장. 대체 누가?"

투덜대는 황영식 전무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안기부 아냐? 기자를 납치하는 게 쉬운건 아니잖아."

"설마 왜 안기부에서 그런 짓을 하겠어요?"

"폴스 플래그잖아. 개발공사의 손실도 엄청나고. 자네도 그랬지. 아마미 타카코 기자를 적당히 활용하기로."

약간의 책임감을 느꼈던지 박기범 과장은 다소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자네는 퇴근을 해. 내가 야마시카와 통화하지."

"이젠 그냥 야인 아닙니까? 효과가 있을까요?"

"해봐야지.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 둘건가? 그리고 그 친구. 발이 넓어. 너무 걱정마."

도쿄 외각에 위치한 일본식 전통가옥. 드넓은 마당에 심어진 나무를 매만지며 잠시 뜰을 거닐던 야마시카 전 통산국장은 전화벨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옮겼다.

"모시모시(여보세요)"

그는 황영식 전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 황 센무(전무). 나니 데스요(뭔 일이냐?)"

잠시 통화를 하면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카. 소카. 요시. 와갔다. 신빠이 스르나.(그래. 그래. 좋아. 알았어. 걱정 말아)."

전화를 끊고 나서 그는 다시 전화기의 버튼을 눌렀다. 그가 전화를 건 곳은 외무성 한국과장의 직통번호였다. 외무성 한국과장은 야마시카의 아들이었다.

안기부 조자실에 끌려간 아마미 기자는 한국말을 아예 못한다고 잡아떼면서 침묵으로 일관했다.

"뭐야. 좀 얻어낸 거 있나?"

박철원 안기부 제 25국장이 다른 서류를 넘기면서 말했다.

"그게 잘 되질 않습니다. 아무리 일본어 잘하는 직원이 추궁을 해도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니까요. 그저 자기는 일본경제가 계속 번영을 구가할 걸로 믿고 그렇게 말했답니다."

"그래도 그렇지. 개발공사가 입은 손실이 1조 7천억 이짝 저짝이야. 너무 큰 액수라고."

서류철을 거칠게 책상에 내려놓은 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취조실로 향했다. 취조실 한쪽 벽은 커다란 거울로 되어있었으며, 당연히 밖에서 안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외국인인데다가 크게 혐의를 잡을 것도 없던 터라 섣불리 다룰 수는 없었다.

물론 조사를 하는 박철원 국장 역시 아마미 기자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개발공사와 팔공그룹이 손을 잡고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에 거액을 투자할 때 조언을 얻은 것에 불과했던 일이다.

아마미 타카코 기자가 의도적으로 거짓정보를 흘렸다면 모를까 89년 12월~90년 1월 초의 시점에서는 누구나가 일본의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그거 참. 복잡한 일이야."

투덜거리듯 박 국장은 말을 내던지고는 다시 자기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날 아침. 최천식 총재는 안기부로부터 보고서를 서면으로 받았다. 조사결과 그 어떤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같은 시각. 야마시카의 전화를 통해 아마미 기자의 납치 사실을 전해들은 일본 외무성은 급히 서울의 외무부에 사실확은요청을 했다.

이로 인해 청와대는 물론 각 정부각료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진상조사를 명령하기에 이른다.

"국장님 전화왔습니다."

여직원의 목소리가 인터폰을 통해 들려오자 박철원 안기부 25국장은 기계적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기부 25국장 박철원입니다."

말이 끝나기게 무섭게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최대한의 예를 갖추었다.

"예. 예. 알겠습니다. 당장 그렇게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화를 끊자마자 그는 다른 번호로 연락을 해 부하직원을 불렀다.

"나야. 감금되어있는 일본인 여기자 당장 돌려보내."

지시를 끝내고 그는 다시 최천식 개발공사 총재에게 전화를 넣었다.

"안기부 박철원입니다."

"오. 박 국장. 보고서 잘 봤어요."

"지금 즉시 풀어주라는 상부의 명령입니다."

"뭐야? 그게 말이 되는가?"

"일본 외무성에서 이 사실을 알고 청와대에 직접 전화를 넣은 모양입니다."

화가 난 듯한 최천식 국장은 이 말에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알아서 하라고."

취조실 문이 열리고,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들어오더니 아마미 기자에게 말했다.

"이제 나가셔도 됩니다. 다만 여기 있었다는 사실은 발설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국가 기밀이라서요."

밖으로 나가자 처음 여기에 아마미 타카코를 데려왔을 때처럼 검정 지프가 대기하고 있었다. 차에 탄 아마미 기자를 안기부 요원들은 도쿄경제신문 서울지국 앞까지 태워다 주었다.

"내리쇼."

차에서 아마미 기자가 내리자 지프는 곧바로 출발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밝은 햇살을 쳐다보고는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안기부에 의해서 감금된지 72시간만의 일이었다.

"안기부에서 풀어준 모양이야."

사실을 확인한 황 전무는 박기범 과장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정말입니까? 다행이네요. 고문을 당하거나 하지는 않았고요?"

"뭐 폭력을 쓰지는 않은 모양이야."

안심이 된다는 듯 말을 한 황 전무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번 일로 추방된다는군. 이제 다시는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할거야. 그건 정말로 안된 일이지."

"그렇군요."

침울해하는 말투의 박기범 과장을 보며 황 전무는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걱정 말아. 정권이 바뀌면 또 어떻게 될 줄 알고?"

"그렇게 된다면 좋겠죠. 떠나갈 때 배웅이나 해줘야겠네요?"

그 주 일요일. 아내와 함께 김포공항으로 간 박기범 과장은 공항 로비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아마미 타카코 기자를 만났다.

멀리서 박기범 과장을 알아본 아마미 기자가 의자에서 일어섰을 때 큰 키에 선글라스를 쓴 모습만으로 나이대가 젊을 거라고 판단한 박기범 과장의 아내는 남편의 팔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오호. 여기자라? 저여자구나. 키도 크고 늘씬한 일본미녀라."

하지만 마주보고 인사를 하면서 그녀의 나이를 확인한 박기범 과장의 아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강하게 움켜잡은 남편의 팔에서 힘을 뺐다.

"음 그나마 다행이다."

"그래? 어쩐지 팔에서 힘을 빼는 듯 싶다."

"겉보기에는 매력적인데. 나이가 많아? 노처녀에 폐경기야?"

"꼭 말을 그렇게 한다. 바로 앞에서."

비록 한국어 대화를 다 알지는 못했지만 아마미 기자는 대충 무슨 대화가 이어지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먼저 박기범 과장의 아내에게 인사를 했다.

"반가워요."

하지만 낮을 가렸던지 아마미 기자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운동화를 신은 발로 남편의 정강이를 연신 걷어찼다.

"만나서 반가워요."

"그만 때려. 정강이 나가겠어."

투덜대는 박기범 과장을 보며 아마미 기자는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건넸다.

"고마웠어. 뭐 추방되니 언제 돌라올지는 모르겠지만."

"잘가요. 언제라도 서울에 오면 연락 줘요."

도쿄행 비행기의 출발시간이 다가왔다는 안내방송이 들려오자 아마미 기자는 트렁크를 끌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게이트 안으로 사라졌다.

"당신도 여자 복이 있어. 뭐 캐묻지는 않을게. 저 여자랑 단백질 교환을 수십차례 했겠지. 나 만나기 전에. 그렇다 해도 상관없어. 이젠 나에게만 충실하면 되니까."

"뭔 소리를 하는거야? 무슨 소리인지 도저히 알아 들을 수가 없잖아. 뭔놈의 교환? 서로 정보교환한거 밖에는 없어."

박기범 과장은 투덜대며 아내를 데리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아내는 또 말했다.

"그래? DNA교환을 한거겠지."

"그만 좀 해. 난 결백하다고. 진짜야."

주차장에서 88년도에 산 르망에 몸을 실었다. 차를 운전하면서 라디오를 켰다.

-안녕하세요. 두시의 팝송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자 박종범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저 유명한 킴 칸스를 조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945년생인 킴 칸스는 81년 베테 데이비스 아이스로 전미 빌보드 차트 1위를 9주 연속 기록했습니다. 대단하죠. 전미 빌보드 차트 1위는 세계 빌보드 차트 1위랑 같은 말이거든요. 찌질하게 영국 빌보드니 일본 오리콘 따위와 어떻게 비교하겠습니까? 격이 다른데요.-

"이 친구 좀 아네."

라디오를 들으며 말하자 아내도 대답했다.

"난 마돈나가 좋은데. 숀 펜이 남편이잖아. 얼마나 멋져?"

"마돈나하고 이혼한지가 언젠데? 89년 9월 14일에 이혼했거든?"

-흔히 블루아이드 소울이라고 하죠. 백인애들은 눈깔이 시퍼래서 블루아이드라고 허는디, 킴 칸스가 대표적이죠. 블론디의 데비 해리는 소울보다는 펑크 락에 더 가깝죠.-

"마돈나. 마돈나."

라디오를 쳐다보며 그의 아내가 말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킴 칸스의 83년도 대표곡인 인비저블 핸드를 먼저 듣고, 이어서 블론디의 80년 노래 콜 미, 마지막으로 마돈나의 머터리얼 걸을 듣도록 하겄습니다. 전화주시면 신청곡도 받을틴디, 저 가요는 곤란해요. 남행열차는 세시의 가요 방송할 때 허세요. 이제 시작합니다.-

"마돈나 한다. 오예."

"진짜 당신 마돈나 좋아한다니까."

"난 킴 칸스는 별로야. 목소리가 너무 허스키해."

"그래도 좋잖아."

"당신 노래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가수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금발에 파란눈. 매력적이잖아."

박기범 과장이 뭐라고 대꾸를 하기도 전에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I have your photograph

I have it hanging on my wall

You neither cry or laugh

Finding it hard to forget it allOh I'm reachin' out my invisible hands

To touch you

Oh I'm reachin' out my invisible hands

To feel you

월요일 주간회의시간. 박기범 과장은 한 주 동안 해야 할 일에 대해 보고를 했다.

"자. 다들 바쁘니 빨리 빨리 하자고. 박 과장부터."

장 부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보고를 했다.

"먼저 이번주는 할게 많습니다. 늘 같지만 이번 주 계획은 첫째, 무등 미국법인 보증료 대납을 해야합니다. 그건 내일까지 외환은행을 통해 해 나가겠습니다."

"그래. 그런건 빨리 해야지."

장현주 부장이 말하자 박기범 과장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어음 만기상환, 생산직 급여, 경비지급 결제도 해야 합니다. 이번 주 수요일에 경지실 월례회의가 있고요, 요즘 신용카드 시대가 되면서 임원분들 법인카드 시스템 구축하는데 부가세 환급을 회계팀에서 해야한다고 해서요."

"공용법인카드 부가세 환급? 거 너무 어려워. 전산화도 제대로 안되는데 카드 데이터는 어떻게 조합해서 할거야? 나중으로 미뤄. 쉬운것부터 하라고."

"알겠습니다. 다음으로는 수입LC, TT결제건. 매일 있으니만큼 외환차손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각별히 쓰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 주에 우리 자금팀 영화보는 주간입니다. 뭐를 볼까요?"

"생각해보자고. 자. 다음 누구야."

다른 직원이 업무내용을 말했다.

"이번주에 지급건들이 몰려있어서요. 시공비 지급, 원천세 납부, 그외 미지급금 지급, 시공비 미수전환, 사원경비 지급, D/A네고 진행계획입니다."

"차질없이 하고. 미지급금 잘 신경 쓰라고."

회의가 끝나자 박기범 과장은 자리로 돌아가 전화를 붙잡고 일을 시작했다.

"외환은행이죠? 네. 저 무등그룹 박기범입니다. 예. 최 과장님. 그 미국법인 보증료 건. 그거 오늘 중으로 납부할까 생각중이에요. 보증료면 우리는 세금계산서 안 받아도 되나? 부가세니 그런거 필요 없어요?"

또 다시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그 시각. 최천식 총재는 전화한통을 받았다. 총재경질통보였다.

집권 민자당의 오인철 간사장과 왕유석 수석 보좌관선에서 이루어진 이번 경질은 표면적으로는 혈세 낭비에 대한 책임이었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의 비자금 운용실패로 인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윽고 정기국회가 열리고, 압도적인 표결로 정부는 또다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이 손실을 모두 메꿔준다. 팔공그룹은 막대한 투자손실로 힘겨웠지만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위기를 모면했고 대통령 비자금은 다시 국민 혈세로 충당되었기에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자신들의 세금이 허투루 사라지는 것을 두눈 뜨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게 1990년 대한민국의 현실이었다.

============================ 작품 후기 ============================

드디어 1부가 끝났습니다. 이제 2부 올라갑니다. 2부는 1993년. 문민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작합니다.

여기서 작가의 퀴즈,

1. 각 캐릭터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나 탤런트가 있다면 누굴까요?

2. 시마과장과 같은 섬씽이 왜 없을까요? 각자의 의견들을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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