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5화 (5/159)

5화

매일 그는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 그 날도 역시 은행에 가서 통장을 정리하고 오는데 누군가가 등 뒤에서 그를 불렀다.

“무등그룹 신입사원인기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한 남자의 말에 박기범은 고개를 돌렸다.

“네. 혹시 누구시길래.”

“나는 팔공그룹 신입사원이요. 장준성이라고 합니다.”

“그렇군요. 만나서 반가워요. 박기범이라고 합니다. 무등그룹 자금부에 있죠.”

“음. 통장정리 하는 모양이구만. 신입인데 매일 이런 따분한 일을 하는가 봐요.”

그는 박기범이가 불쌍하다는 듯, 자기보다 못났다는 듯 깔보는 시선이었다.

“내는 이런 일 안하지. 다 고졸 여사원들이 이런 거 하고 우리 팔공그룹의 자금부는 더 수준이 높은 일을 한답니다. 가령 재무부 은행계장을 만난다던가 아니면 상공부 계장을 만다던가. 듣자하니 그 쪽은 자금부 부장도 재무부 계장이 안 만나 준다던데. 뭐 일류그룹인 팔공그룹하고 3류에도 못 미치는 무등그룹이 만나는 사람들의 수준이 다를 수 밖에”

박기범은 기분이 나빴지만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정권의 강력한 비호를 받고 있는 팔공그룹은 거의 모든 면에서 특혜를 받고 있었으며 철저하게 외면 받는 무등그룹에 대한 말은 장준성이의 말이 100% 맞았다.

“그러시군요. 그렇게 대단한 회사에 다니신다면 월급도 많겠군요. 한 달에 얼마를 받습니까? 1월 달 급여 받았죠? 물론 설 상여가 있긴 하지만 신입사원은 상여 혜택이 없으니.”

“뭐 내는 한달에 19만 5천원을 받는데요. 거기는 얼마나 주나요?”

“나요? 22만 8천원이요. 그래요. 재무부 은행계장인지 뭔지 그 잘난 관료자식들이나 만나고 다니세요. 저는 당신보다 3만 3천원이나 더 많이 버는 우월한 존재라서 굳이 우리나라의 무능한 관료는 안 만나고 통산성이나 대장성 관료를 만나거든요. 상공부나 열심히 다니세요. 누가 보면 상공부 출입기자인줄 알겠네. 그럼 난 바빠서. 실례.”

박기범은 대충 쏘아대고 그를 쳐다도 보지 않고 회사로 복귀했다. 방금 박기범이 반박을 할 때 장준성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목격했기에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는 기쁜 마음으로 회사로 복귀했다. 그가 회사에 복귀했을 때, 김 과장이 그에게 다가왔다.

“자네 마침 잘 왔어. 일단 회의에 들어가자고.”

“무슨 회의 말씀인가요?”

“경영전략회의. 알잖아. 자금은 미래의 임원을 키우는 곳이라고. 그러니 자네도 가지. 노트 챙겨가지고 와.”

박기범은 회사에서 나누어준 다이어리를 가지고 회의실로 향했다. 이 회의실에는 경영지원실 사람들 전부와 기획실 사람들, 그리고 경영지원실 전무와 기획실 상무가 와 있었다.

“모두 왔는가?”

경영지원실 전무가 맨 윗자리에 앉아 말을 했다. 박기범은 맨 뒤쪽에 앉았다. 그는 노트를 펴고 메모를 할 준비를 했다.

“오늘 회의의 주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신군부의 등장에 대한 겁니다. 그리고 오일쇼크의 문제도 있고요. 신군부의 등장은 과연 우리 기업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건지 좀 지혜를 모아보았으면 하는군.”

경영지원실 전무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획실 부장 한 사람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칠판 앞에 섰다.

“먼저 저희 기획실 분석에 따르면 이번 신군부는 과거 박정희 정권처럼 독재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따라서 12.12는 5.16과 마찬가지고 내란이라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뭐 일본이나 미국 언론들도 그렇게 보고요. 따라서 이들 국가가 우리에게 경제 재제를 할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봅니다. 이렇게 될 경우 금리는 치솟고 내수는 더 위축되며 경제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80년도 경제성장률은?”

전무의 말에 기획실 부장은 바로 답했다.

“경제기획원에 따르면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대강 마이너스 4내지 5퍼센트로 점치고 있지요.”

“경제도 문제지만,”

이번에는 옆에 앉아있던 기획실 차장이 입을 열었다.

“이 자료는 부장님하고도 많이 논의했던 건데, 정부가 군대를 이용해 뭔가 일을 저지를 것이란 말도 있습니다.”

“그건 무슨 소리지?”

전무의 질문에 그 차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는 한번 좌중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서류를 보면서 답했다.

“이 자료는 외국의 자료지만 현재 이 신군부는 유신세력과 연관이 되어있으며,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불고 있는 민주화바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3월달 대학 개강 시즌과 맞물려 민주화열풍이 강하게 분다면 신군부는 군을 동원해 강경진압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미국측 분석입니다.”

“어디 분석이지?”

“우리 회사가 매년 2만 달러를 주고 자료를 제공받는 워싱턴 DC소재, 국제전략기획연구소의 자료입니다.”

“거기 데이터는 신뢰를 해도 돼. 그렇다면 강경진압이 서울은 아닐 텐데. 그럼 다른 도시인가?”

“거기까지는 그쪽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도 파악은 쉽지 않습니다. 다만 기존에 우리나라에 있던 지역차별이 있기 때문에 부마 지역보다는 다른 지역이 더 유력할 거라고도 합니다. 물론 본보기 차원에서 부마지역을 칠 수 있지만 거기보다는 대전이나 전주, 광주, 수도권의 길목인 천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군요.”

차장은 말을 끝마치고 도로 자리에 앉았다. 이번에는 자금부 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을 했다.

“역시 올해도 쉽지 않습니다만 금리는 크게 기대할 것이 못됩니다. 다만 신군부의 동향인데, 역시 우호적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면 전두환이라고 하는 신군부의 실세도 대구경북에 바탕을 두었고 하나회라고 하는 군부 내의 사조직도 다 그 지역이거든요. 아마 지난 박정희 정권시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겁니다. 역시 우리는 그저 수출에 주력하고 더 내실을 키워 금리와 대출로 괴롭히는 국내 은행과 재무부를 상대하지 않고 해외 차입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이야 쉽지, 우리 같은 후진국의 기업에게 누가 대출을 해주겠냐고? 그나마 산업은행이 빌려서 특혜융자를 해주는 거지. 아니면 은행들이 빌리거나. 좋아. 황 부장. 그럼 플랜이 뭔가?”

“일단 현재로서는 현행금리라도 좋으니 대출을 받고 조만간 일본에 지사를 설립해 현지차입으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역량을 위해서는 일단 매출액을 늘리고 영업이익을 크게 신장시켜야 합니다. 그러려면 관리회계에서 전사 손익분기를 낮추고 비용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합니다.”

작년에 관리회계와 자금부서의 부장을 겸임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는 차기임원감으로 꼽히는 무등그룹이 아끼는 인재였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일본에 진출해서 뭐라도 해보고 싶지만 그건 현재로서는 무의미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조 단위의 매출액이라도 올려야 뭐라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무엇보다 영업과 생산 분야에서 성과를 올려줘야 합니다. 우리는 경영지원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백오피스니까요. 프런트 오피스가 잘해줘야 백오피스도 뭔가 성과를 내지 않겠습니까?”

“역시 어려운 문제군. 그러나 해야 할 것들이지. 좋아.”

잠시 말을 멈춘 전무는 황 부장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았다.

“헌데 말야. 물론 영업과 생산 같은 분야를 프런트 오피스라고 하고 경영지원 및 기획, 인사, 총무는 백오피스라고 하지만 그런 구분은 결코 우리의 역량이 제한되어있다던가 하는 핑계로 쓸 수 없어. 프런트가 이끌어야 백이 받쳐주는게 아니라 백오피스가 밀어줌으로서 프런트를 밀고 나가는 거지. 자전거를 보라고. 뒷바퀴가 앞바퀴를 끌지. 후륜구동 자동차처럼 말이야.”

전무의 말에 황 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말을 황 부장이 충분히 이해했다고 판단한 전무는 다음 부서를 지명했다.

“좋아. 다음 관리회계부은?”

이 말에 관리회계부 윤상철 차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사손익증대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비용절감입니다. 그래서 30만 원 이상 물품대 지급 건은 현행 3개월 어음인데 10만 원 이상으로 그 한도를 축소하여 조금이라도 이자수입을 늘려나가고자 합니다. 이 부분은 자금부와 좀 더 상의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장과 본사에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기료 절감, 종이사용절감 등 비용최소화를 통해 판관비를 절감하여 손익증진에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실무진들의 간략한 발표가 끝나자 전무는 전무용 소파에 몸을 깊게 기댄 채 두 손을 모으고 뭔가 고민을 하는 듯 했다.

“임원들 용 자동차도 팔아야겠군. 내 코티나라도 팔면 당장 백만 원이라도 융통이 될 텐데, 그렇게 된다면 좀 낫겠지.”

그는 좀 더 생각을 한 후 대답했다.

“전무님도 참. 누가 그 고물차를 백만원이나 주고 사겠어요. 하하하.”

황 부장이 장난스럽에 웃으며 말하자 전무도 따라 웃었다.

“그렇다고 고철상에게 넘길 수는 없지 않겠어?”

적당히 웃고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그는 다시 심각한 표정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어쨌든 올해 80년도 경영환경은 심각할 것이라는 거군. 일단 나부터도 더 판공비를 절약해야겠어. 그리고 신군부의 동향이 심상치가 않아. 우리 회사는 알다시피 전라도 기업이라 가뜩이나 엄청나게 불이익을 받았는데, 이러다가 자칫해서 팔공그룹에게 우리 기업을 넘기라고는 하지 않을지 걱정되는군.”

“그런 문제라면.”

기획실 상무가 대답을 했다.

“물론 상공부나 경제기획원에서도 기업의 과잉투자문제를 운운하고는 합니다만, 이미 우리는 기업에 대한 특혜융자도 없고, 수출위주라 함부로 다루기는 어려울 겁니다. 자동차와 같이 CKD(Complete Knock Down : 반조립제품)로 조립 생산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되겠지만 저희는 수출이니까요. 아마 과잉투자를 문제삼아 산업합리화라는 명목으로 강제 인수합병을 시켜도 최근에 과잉투자로 몸살을 앓는 중공업이 문제가 될 겁니다. 우리는 중공업이라고는 해봐야 자동차 실린더 부품이고, 주력은 섬유라서 큰 문제는 안 될 듯합니다.”

“그 말을 믿어도 되겠지. 다만 걱정이 돼서.”

전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일단 이 내용들을 간략하게 사장님께 말해야겠어. 좋아요. 다들 돌아가서 일들 봐요. 새로운 80년대는 우리 무등그룹이 새로이 도약하는 시대로 만들어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전사적 차원에서 브레인 역할을 하는 경영지원실이 큰일을 맡아야 하고.”

“그럼 기획실은 뭡니까?”

자리에서 일어나며 기획실 상무가 말했다. 둘 다 같이 한 부서에서 있었기에 잘 아는 터라 전무는 유쾌하게 말을 받았다.

“기획실은 눈이야. 정확하게 보고 데이터를 주면 두뇌가 분석하는 것처럼. 눈이 없으면 두뇌가 자료를 분석할 수 있겠어?”

말을 간단히 끝낸 후 전무는 급히 회의실을 빠져나가 사장실로 향했다. 나머지 직원들은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

“과장님. 오늘 팔공그룹 자금부 신입사원을 만났는데요.”

“그래? 갑자기 왜.”

서류를 들추면서 별 흥미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 친구가 자기는 상공부 국장들 만나러 간다고 허세를 부리더군요.”

“오. 그래?”

그 말에 김 과장은 서류를 덮고 박기범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그래서 제가 무능한 상공부 따위는 안 만나고 우리는 대장성이나 통산성 정도를 상대한다고 했거든요. 너무 화가 나서. 저희 무등그룹을 무시하는 게 정도가 지나쳐서요.”

“흠. 한 성깔 하는군.”

김 과장은 박기범의 말에 짧게 답하고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자네의 발언은 너무 경솔했다고. 물론 그 심정 모르는 건 아니야. 헌데 그런 말이 행여나 상공부 국장에게 흘러 들어가면 우리는 손해라고. 뭐 신입사원이 한마디 했다고 해명하면 돼. 솔직히 신입사원이 뭘 알겠냐고. 그냥 열 받아서 욱했다고 하면 되지만 앞으로는 절대로 관료들이 어떠네 이러지 마.”

“알겠습니다.”

“괜히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쓸데없이 오해를 사면 좀 그렇잖아. 무능한 관료들이 설쳐대는 이 나라에서 말이야.”

그는 여기까지 말하고 대화의 주제를 살짝 바꾸었다.

“그래. 그 팔공그룹 개자식한테 뭐라고 했어?”

“그 친구 월급이 19만 5천원이더군요. 제가 22만 8천원이니 더 많이 받는다고 했죠. 저는 그 친구보다 더 돈을 많이 버는 우월한 존재라 상공부는 안 만나고 통산성을 만나러 간다고요. 그러니 그 친구 얼굴이 아주 볼만 하던데요?”

“잘했어. 그나저나 자네 통산성이 친구야? 통산성 운운하게? 어쨌거나 그 배짱 하난 마음에 들어. 팔공그룹자식들은 잘난 거 하나 없으면서 우리를 깔본단 말이야. 다음에 또 만나면 어떻게는 뭉개주라고.”

“명심하겠습니다. 과장님.”

박기범은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그는 밀린 일을 처리했다. 심각한 불황을 맞이해 회사가 어려움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낭보가 바로 전해졌다. 통장을 정리하는 와중에 외환은행으로부터 5백만 달러의 달러화입금내역이 확인되었던 것이다.

“5백만 원?”

하지만 다시 보니 달러화 마크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깜짝 놀라서 그는 김과장의 책상으로 달려갔다.

“과장님. 저. 여기 외환은행 통장을 보니 무려 5백만 달러가 있어서요. 아무리 목록을 찾아보아도 특별히 저희에게 이렇게 큰 돈을 입금해 줄 회사가 없어요. 대부분의 회사들은 50만 달러나 30만 달러 정도라 서요.”

“좋아. 일단 이 통장에 대한 수금처리는 일단 하지 말도록. 내가 확인을 할테니. 이 통장 내역은 내가 수금처리를 하지.”

“알겠습니다.”

김 과장은 박기범을 돌려보내고 짐작이 가는 여러 부서에 전화를 걸었다. 그가 일단 전화를 걸고 잠시 끊었을 무렵, 김 과장의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네. 경영지원실 자금부 김 과장입니다. 뭐라구요? 네. 네. 미국의 포드 자동차가 안전벨트를 우리 제품으로. 그래서 무려 5백만 달러? 어. 그거 우리 수금사원이 방금 확인했어요. 내가 회계부하고 말해서 장부에 달아놓지요. 그건 회계하고 말해야 할 것 같아요. 전사 손익하고도 관련이 있으니까요. 네. 네. 전무님께는 바로 보고 드릴게요.”

전화를 끊은 뒤 김 과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즉시 부장에게 달려갔다. 이 사실을 보고한 후 부장역시 전무실을 찾아가 이 사실을 알렸고 이 뉴스는 회사 전체로 퍼져나갔다.

“5백만 달러라니. 대단하군. 섬유사업본부가 모처럼 큰일을 해냈어. 미국 포드자동차에게 나일론 안전벨트를 팔다니.”

“그러게. 그 큰 코를 가진 양키들이 본격적으로 우리 제품을 사용한단 소리일 텐데.”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며 기획실 직원들이 나누는 대화를 박기범은 우연히 들었다. 그 사실을 자신이 가장먼저 확인을 했다는 것이 기뻤지만 더 귀를 기울여 기획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도 자동차를 본격적으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면 잘 될까? 미국에 사는 이모의 말씀을 들어보니 미국 부유층은 벤츠나 뭐 그런 독일산 자동차를 타고, 미국의 중간계급이나 서민계급은 일본자동차를 선호한다는군. 그래서 미국 차의 경쟁력이 없대. 섬유는 우리가 장악했지만 부가가치 면에서는 자동차가 섬유보다 크게 앞서지.”

“듣자하니 일본기업들은 미국에 상장도 한다면서. CP는 얼마든지 발행도 하고.”

이 말에 박기범은 귀를 쫑긋세우고 그들의 말을 들었다.

“79년도일걸? 소니가 뉴욕주식시장에 상장했지.”

“일본놈들. 이제 세계경제를 먹어치울 모양이야. 그래도 그게 나아. 경제전쟁은 승리자와 패배자 모두 이득이야. 어차피 경쟁력이 없는 산업이 붕괴되고 수입으로 대체를 하면 그 절감된 돈으로 다른 경쟁력을 키우면 되지.”

“맞아. 전투기와 항공모함을 사용한 무력 전쟁보다는 상품과 서비스로 승부를 하는 자본주의적 방식이 더 어울려. 그리고 서로에게도 아주 좋지. 우리나라도 국제무역으로 이렇게 경제대국이 되어있지 않던가.”

이들 기획실 직원들은 여기까지 말을 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겨 기획실로 들어갔다. 빅기범은 뉴욕주식시장에 상장되었다는 말 역시 깊게 뇌리에 박혔다. 그는 학교에서 배운바에 의하면 기업은 주식의 발행과 채권의 발행을 통해 자본을 조달한다.

“책을 봐야겠어.”

그는 책상 한구석에 놓인 책꽂이에서 ‘기업 재무와 자금의 이해’라는 책을 꺼내들었다. 책을 펼쳐 ‘기업의 자금조달’이라는 항목을 찾아보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