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금의 시대-4화 (4/159)

4화

협 조 전

-문서번호 : 영업 79-12375 작성일 : 1979년 12월 14일

-수신 : 자금팀 수금담당자

-발신 : 영업1부 한석윤 과장

-내용 : 美國輸出販路開拓을 위한 美國측 바이어 접대美國 캘리포오니아 州와 매사쮸세쯔 州, 뉴우요오크 州 지역 바이어 접대. 김포공항-목포공장 렌트카 및 식사접대 비용.

세 부 사 항

1월 5일~1월 10일 : 그라나다 렌트카 3대.(총 비용 15만원)식사비 접대 (총 비용 5만원)한국방문 기념선물(총 비용 15만원)

도 합 35만원

*예산에 대해서는 관리회계 윤상철 차장에게 허락을 받음박기범은 어렸을 적 한문 선생님이었던 아버지로부터 한문을 배웠기에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미국수출판로개척이라.’

서류를 간단하게 훑어보고 난 후 문서의 맨 위에 추가로 결재방을 찍었다. 그리고는 총무팀에서 준 그의 이름이 적힌 도장을 담당 결재란에 인주를 가득 묻혀 정성스레 찍었다. 그리고 그 서류를 바로 위 계장에게 건네주었다. 그 서류를 읽은 후 계장은 박기범을 불렀다.

“이봐요. 기범씨. 그냥 이거 나한테 주면 되는 게 아니잖아. 정말로 주어도 되는지 확인을 먼저 하는 거지. 뭐 여기 윤상철 차장님한테 허락을 받았다고 했으니 나도 별 말은 없지만 앞으로는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해요. 안 그러면 나중에 허위로 작성하고 돈 챙겨서 도망가면 어쩔 거야?”

말을 듣자하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겠습니다. 앞으로 주의하지요.”

“말이 35만원이지, 전무님 월급이 70만원이 채 안되는데 말이야. 신입사원 월급 20만원되나? 특히 우리 같은 자금은 조심해야지. 일단 알겠어요.”

박기범은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감정이 있어서 그러는게 아니고 단지 교육시키는거야. 그냥 기계적으로 일처리하나 곰곰이 따져보다 결과는 같을 수 있지만 위험을 줄여야 회사에게 도움이 되는거지.”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자리로 돌아온 박기범은 자신이 처리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9시가 다되자 김 과장이 말했다.

“기범 군. 은행 다녀와야지. 한동안은 매뉴얼대로만 하세요. 그러면 될 겁니다.”

박기범은 거래은행인 고려은행에 가장 먼저 들러 통장을 정리했다. 상당히 많은 내역이 통장에 찍혀 나왔다.

“와. 내역 정말 많네. 원래 일주일이면 통장 하나 새로 만들어야 해요. 아. 그리고 요 며칠간 새로 통장 발행할 때 법인 인감 찍어야 하는데 아직도 안가져왔어요. 다음에 통장 바꿀 때는 꼭 가져오세요.”

고려은행의 최 철 대리가 통장내용을 정리해주면서 말했다. 바삐 손을 놀려 통장을 정리하면서 여직원을 시켜 음료수를 대접했다.

“앞으로 나랑 같이 은행업무 할겁니다. 명함은 언제 나와요?”

“총무과에서 만들고 있다더군요. 명함 받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박기범은 정중하게 말했다. 최 철 대리는 계속 통장을 정리했다. 기계의 단말기가 독특한 기계음을 내면서 통장내역을 통장에 기재하고 있었다.

“지난번에 내가 은행은 재무부의 똘마니라고 한 것 기억나요?”

“네. 기억납니다. 그 말씀이 사실이더군요.”

박기범은 음료를 한 모금 마시면서 대답했다.

“똘마니라고 해도 돈은 많이 받아요. 원래 은행원들 월급이 아주 많잖아요. 돈을 만지는 곳이라 월급이 너무 적으면 고객의 돈에 손을 댈 위험이 있으니까.”

“재무부보다도 많이 받으시나봐요.”

그 말에 최 철 대리는 큰 소리로 웃었다.

“당연하죠. 재무부 은행국장월급의 두 배를 내가 받아요. 하지만.”

여기까지 말하고 그는 목소리를 갑자기 낮추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월급만으로 살지 않지. 각 은행들의 접대, 뇌물, 퇴임후 임원자리 보장 등 다양한 수단으로 챙기죠. 그래서 그 사람들 처음에는 은행원보다 작은 집에서 별볼일 없이 사는 것처럼 보여도 10년만 참으면 우리는 잘해야 중산층, 그들은 못해도 중산층이지. 뭐 관료라고 거지처럼 살란 법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말을 했을 때 통장이 모두 정리가 되었다. 정리된 통장을 최 철 대리가 내밀자 그것을 받고 인사를 한 후에 고려은행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른 삼국은행 등 5개 은행에 더 들러 통장을 정리했다. 정리해야 할 내역이 많아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언제 다 정리하지?”

문득 그는 은행의 통장내역에 찍힌다는 것은 은행의 컴퓨터에 모든 금융거래내역이 기재가 되어있다는 뜻이므로 이 내역이 회사의 장부에 자동으로 반영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은행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컴퓨터를 우리 회사도 쓴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거야. 그렇게 되면 나 같은 수금사원은 보다 편하게 일을 할 수 있겠지?’

혼자 생각에 잠기며 그는 정리가 된 통장들을 가지고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하나하나 통장내역들을 맞게 장부에 하나하나 옮겨 적었다. 각 통장에 맞는 장부번호가 기재된 타이프 용지에 타자기로 적어 넣는 것이다. 타자기를 사용하다 보니 편한 점도 있었지만 불편한 점도 분명히 있었다. 무엇보다 틀렸을 경우 수정하는 게 시간이 상당히 많이 소모되었던 것이다.

서류를 작성하다보니 시간이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회사 지하에 위치한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다시 올라온 그는 오후 3시에 재확인 할 때까지 계속 수금처리를 했다.

3시 정각이 되자 다시 은행을 한 바퀴 돌아다니며 그때까지 들어온 통장내역에 대해 장부에 기재를 했다.

기재를 다 끝마치자 시간은 무려 6시. 퇴근시간에 딱 맞추었지만 아직도 퇴근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책을 펴 놓고 그가 공부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학습을 해 나가며 OJT용지에 오늘 한 일들에 대해서 기재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OJT 리스트

1. 오늘 한 일은 무엇인가?

은행에 가서 전체 수금계좌를 정리하고 그 내역을 장부에 반영하였는데, 은행의 전산망과 회사의 장부를 컴퓨터로 연결하여 모든 데이터를 한번에 작성할 수 있도록 하면 많은 노력이 줄어들고 실시간으로 입금내역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의사결정 속도가 지금보다 훨씬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는 여기까지 적고 다시 책을 폈다. 그가 읽어야 하는 책은 기업의 재무와 자금과 관련된 책인 ‘기업 재무와 자금의 이해’라는 두꺼운 책이었다.

어제는 대충 훑어보기만 했지만 오늘은 이 책의 1장을 전부 학습할 예정이었다. 책의 1장은 기업에서 말하는 자금은? 이라고 하는 주제였다.

다들 퇴근을 했지만 그는 책을 쭉 읽어나갔다. 자금에 대해 심도 있게 배울 수 있는데다가 기존에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았던 부분까지도 접근할 수 있기에 보다 흥미로웠다.

============================ 작품 후기 ============================

-회사의 부서설명은 제 경험입니다. 국내모 중견기업의 경영지원실 자금팀 소속이었고 실제 했던 일. 실제 윗분들에게 교육받은 내용들입니다. 실제 해당 부서의 직원들이 많이 듣게되는 내용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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