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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시대-3화 (3/159)

3화

다음날, 시간에 맞춰 회사에 출근한 박기범은 둘째 날 OJT를 하면서 업무를 배웠다. 그가 두 번째로 배우게 된 업무는 각 사업본부별로 할당된 통장의 내역을 은행에 가서 정해진 시잔에 체크하고 그 내역을 장부에 기재하는 일이었다.

그 장부는 모두 정리하면 나중에 그 데이터를 가지고 회계팀에서 최종 실적 및 연차보고서를 만드는데 활용하는 것이다.

“박기범 군. 이리 와. 오늘 OJT해야지.”

황 부장이 말했다. 파티션을 사이에 두고 자금부 크기의 4분의 1정도 되는 넓이가 부장이 있는 자리였다. 얼핏보면 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손님 접대용 테이블과 서류가 정리된 캐비닛까지 고려하면 그렇게 크다고는 할 수 없었다.

박기범이 손님 접대용 의자에 앉자 황 부장이 타이프용지를 한 장 가져왔다.

“자. 본격적으로 우리 회사에 대해 알아봐야지. 물론 어제 김 과장이 잘 설명을 했겠지만 그래도.”

황 부장은 연필을 꺼내 큰 얼개를 그렸다.

“먼저 회사에 대한 구조는 김 과장이 말했을테니 일단 넘어가도록 하고, 우리 경영지원실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고.”

연필로 종이에 네모칸을 그리고 그 안에 경영지원실이라고 썼다.

“자네가 일하게 되는 자금부는 크게 말하면 경영지원실이야. 그리고 이 경영지원실은 총 4개 부서로 분류가 되지. 먼저 관리회계가 있고 회계가 있고, 자금과 법무가 있어. 먼저 관리회계부터 말을 하면,”

황 부장은 헛기침을 한번 하고 연필로 관리회계라고 쓴 칸 아래에 상세히 쓰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관리회계부서가 하는 일은 크게 세가지야. 손익관리. 효율관리. 관리손익결산이지. 손익관리는 말 그대로 전사의 손익을 관리하는 것으로 내년 매출이 얼마나 될지, 순이익 목표를 정하고 이를 위해 영업이익이나 비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수립하지. 효율관리는 원가혁신이나 예산을 어떻게 하면 낮출 수 있을지 연구를 하지. 관리손익 결산은 이 두가지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할지를 연구하는 부서야. 가령 예산통제를 해서 불필요한 비용이 나가는 것을 막거나, 즉 판관비 관리겠지. 판관비가 뭔진 알지? 판매비와 관리비. 또 원가통제를 하여 매출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부분을 줄여나가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거지.”

“그렇게 해서 회사가 더 효율화되도록 돕는 거군요.”

박기범의 말에 황 부장이 대답했다.

“그렇지. 그리고 화계부서야. 회계부서는 어찌보면 회사의 두뇌라 할 수 있어. 먼저 재무정보. 세금. 자산관리. 뭐 이런 업무인데, 재무정보라는 건 재무제표를 산출하는거야. 그래야 전사의 손익을 한번에 관리할 수 있거든. 매출이 얼마인지, 거기서 차지하는 매출원가가 얼마인지, 또 인건비가 어느 수준인지. 이 모든 데이터를 하나로 만들어야 한눈에 회사의 모든 상황을 알 수 있지. 뿐만 아니라 원가회계를 만드는 기초데이터 역시 회계부서의 일이지. 원가회계, 관리회계, 재무회계. 기본적으로 다 아는걸테고. 회사에서 말하는 관리회계와 학교에서 회계시간에 분류하는 관리회계라는 용어는 그 의미가 약간 다를 수 있지.”

“관리회계부서랑 나름 연관이 되는군요.”

“맞아. 그래서 두 부서가 업무상으로 많이 겹치지. 회계부서가 만든 재무정보를 바탕으로 관리회계는 어떻게 더 회사를 효율적으로 만들지 분석하고 그 방안을 생각해내는 거니까. 다음으로 세금은 말 그대로 세금이야. 회사가 내야 하는 세금이 부지기수거든. 법인세, 부가세 소득세 등등등 세금에 대해서 다 처리를 해야 하거든. 그에 대한 전표처리나 얼만큼 내야 할지 파악하는 거야. 마지막으로 자산관리는 회사의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지 파악하는 것이지. 그 자산관리는 먼저 회사가 보유한 매출채권이 미수가 발생하는지 조기회수가 가능한지, 그런 것들을 정리하는 거야. 그래야 회사가 받을 돈인 매출채권의 현황이 어떤지, 채권 중에 못받을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대손상각으로 처리가 가능한 수준인지 모든 것들을 파악하는 거야. 내 설명이 좀 어렵나?”

박기범은 이야기를 듣다가 살짝 졸음이 왔다. 이야기가 따분했기도 했고 학교와는 달리 일대일로 마주앉아서 종이에 써내려가는 설명을 듣고 있노라니 살짝 눈꺼풀이 감기는 것을 이겨낼 수 없었다. 부장은 이를 살짝 눈치챈 듯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말을 했다.

“아닙니다. 충분히 따라갈 만 합니다.”

그 말에 황 부장은 박기범의 얼굴을 슬쩍 보고나서 다시 설명을 이어나갔다.

“자산관리는 매출채권에 관한 것과 재고에 관한 것도 있어. 흔히 정물일치라고 해.”

황 부장은 종이에 정물일치라는 한자를 직접 썼다.

“말 그래도 장부와 실재가 일치해야 한다 뭐 그런거지. 자네도 회계를 배웠다면 알거야. 선입선출이냐 후입선출이냐. 그런거. 일일이 재고조사를 해서 실지로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재고가 얼마나 되는지, 그것에 맞게 장부에 기입이 되어있는지 조사하는 것도 회계부서의 일이지. 만일 창고에 있는 제품은 100개인데 장부에는 110개가 기록되었다면 뭔가 잘못된 거잖아. 늘 그걸 맞추어야 하는 거지. 또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기도 하고. 공장의 가치가 100억인지 아니면 110억인지 정확하게 산출해야 재무제표상에 더 회사의 실상을 반영한 숫자가 기록되지 않겠어?”

“오. 상당히 중요하군요.”

“그럼. 중요하지. 생각해 보라고. 자네 집에서 말이야. 부모님이 금전출납부 기록하잖아. 안 그래?”

“네 맞습니다.”

“그 때, 아버지 월급이 100원이야. 공과금내고 뭐하고 다 했더니 남은게 10원이야. 그런데 주머니를 뒤져보니 5원 밖에 없다면 뭔가 잘못된거지. 누가 5원을 가지고 눈깔사탕이라도 사먹었다고 집이야 그렇게 간주하면 되지만 회사라면 어떡할거야? 어느 직원이 500만원 그렇게 해먹고 퇴사하면 문제가 되거든.”

황 부장은 경영지원실의 업무에 대해 계속 설명을 해나갔다. 그만큼 경영지원실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은 강조하는 듯 했다.

“우리 자금부서는 크게 지급과 수금, 금융기관, 투자관리로 나뉘어. 우리 회사는 상장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주식을 담당하는 부서가 없지. 지급은 말 그래도 회사가 내주는 돈이야. 송장에서 물건을 산 뒤에 물건대금을 주는 그런 역할인데, 중요한건 오지급이 없어야겠지. 두 번 지급한다거나 엉뚱한 사람에게 준다거나 하는 거. 또 회계부서에서 세금계산을 하고 국세청에 실지로 납부하는건 우리가 하는거야.”

말을 하다가 입이 말랐는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자기 책상위에 놓인 컵에 담긴 물을 한잔 마시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수금은 회사의 전용계좌로 받는 돈을 장부에 옳게 기재를 하는 것이고. 금융기관업무는 은행을 통한 여신업무야. 금융기관으로부터 단기차입을 하거나 뭐 그런 거지. 투자 관리는 신규공장 설립이나 설비 투자시에 과연 돈을 투자하는 것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파악하는 거야. 또 외환이 있지. 달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환전시기를 조절할 건지 등이고, 신용리스크를 평가해서 우리 무등그룹이 거래하는 기업이 정상적인 회사인지 부도위험이 있는 건지 아는 역할이야. 그래야 부실기업과는 거래를 하지 않겠지.”

황 부장은 일장 연설을 하고 그 내용을 대충 타이프용지에 적었다. 그리고 앞면에 잔뜩 쓰여지자 뒷면에다가 계속 내용을 이어나갔다.

“법무팀이 남았지. 거긴 간단해. 부실채권이 생기거나 할 때 회수하도록 법적인 조치를 하는거야. 거래처에서 문제가 생길 때 거래중단을 각 영업본부에 하달하기도 하지. 이 모든 것의 목적은 결국 위험. 즉 리스크를 줄이는 거야. 리스크를 줄여야 회사로서는 단 한푼이라도 절감하고 돈을 못 받게 되는 것을 막는 거지. 그렇게 해야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지.”

30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황 부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야기를 해주고 싶지만 그러기엔 내가 할 일도 있거든. 일단 자네 자리로 가서 일 해. 배워야 하고 그리고 자네한테 인수인계를 해야 하지 않겠어.”

그는 수금업무를 하고 있었지만 회사의 수금담당자가 아이를 가지는 바람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던 것이다. 개략적으로 며칠 정도 업무를 가르쳐주고 퇴직을 할 심산이었으나 생각외로 복잡한 일은 없었다.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에 은행을 돌고 통장내역을 정리한 후에 그 내용을 장부에 기재하면 되는 것이다.

일단 아침 9시에 은행에 가서 은행입금내역을 확인하고 회사에 와서는 장부에 기재를 하며, 기재가 끝난 다음에 오후 3시가 되면 다시 은행에 가서 그 동안 적힌 내역을 전부 재확인한다. 뿐만 아니라 들어온 어음내역도 확인을 하고 나서 기장을 하는 것이다. 그의 책상에는 회사의 각 수금통장별로 늘 들어오는 내역이 적힌 리스트가 있었다.

이를테면 고려은행 통장은 이 회사의 중공업사업부의 금액인데 물품대금을 받는 업체가 정해져 있었다. 가령 A업체의 경우 매월 15일에 입금을 시켜주기 때문에 이때 금액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후 기재를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간혹 리스트에 없는 금액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경우 그 내역을 총무부서나 회계팀에 통보를 해주게 되면 내역을 파악해서 알려주게 된다. 그렇게 수금처리를 하는 것이며, 만에 하나 확인이 월말까지 안될 경우 그 금액은 전부 선수금처리를 하고 그 선수금 처리된 금액은 나중에 수금확인이 될 경우 협조전을 진행하여야 했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전표들에 대한 수금처리 확인 및 선수금금액의 수금처리 요청에 관한 문서가 많이 오고 있었다. 그 문서에 대한 처리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였다. 아침 8시부터 일일업무보고를 10분 동안 간략하게 보고를 했다. 그리고 바로 업무에 투입이 되었는데, 첫 일은 회사금고에 있는 돈을 업무상 좀 빌려가겠다는 내용의 협조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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