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7화 (187/189)

새로운 이벤트

S급 히어로가 되어서 인생이 바뀌었다- 같은 일은

“와! 싸인 좀 해주세요!”

있었다.

좀 심각하게.

무슨 게임 속 NPC 프로그래밍 하는 것 마냥 ‘인간의 인내심 : A 랭크까지’ 이런 설정이라도 있는지 사람

들이 벌떼처럼 몰려들기 시작했으니까.

이전 A 랭크일 때는 동네 사람들이 와, 우리 동네에 A랭크 유망주가 사네.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겠다.

마주치면 사진이나 찍어서 자랑하자. 대충 그런 마음가짐으로 우리를 대해주고 있었지만 S가 되니까 우

리 동네 사람이 아니라 다른 동네에서도 오는 것 같았다.

히어로 하나 보겠다고 다른 구역에서 여기까지 아득바득 와서, 정규 순찰 코스도 아니고 장 보러 나가는

곳에 잠복하는 애들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예의를 지키고 다가오지 않고 그런 게 없었다. 대한민국 유일

한 S급이라는 타이틀에 눈이 돌아갔는지 우르르 몰려와서 카메라부터 들이댄다.

“악! 내 카메라!”

“아이 씨, 히어로가 이래도 되는 거야!”

쨍, 하고 염동력이 카메라 렌즈를 부수자 진상들이 목에 핏대를 세운다. 원래 세상이라면 여기서 히어로

가 팬 서비스 부족한 대역죄인이 되겠지만 이쪽 세상은 반대였다. 목에 핏대를 세우고 삿대질을 하는 아

줌마에게 곧바로 구경하던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이댄다.

“뭘 찍어, 찍지 마 씨발! 찍지 말라고!”

“지는 카메라 들이대면서!”

군중 속에서 날카로운 여성의 외침이 들려오자 카페에 있던 아저씨들아 와하하 웃으며 맞다 맞다 카메라

를 들이댄다. 당연히 찍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부서진 카메라를 들고 도로 한 복판에서 길을 막아 선 진상

들.

아무리 백주 대낮이라지만 시장과 카페와 음식점이 몰려 있는 골목길이다. 휴학을 한 대학생 무리부터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 아저씨들까지 거진 백 단위의 사람들이 있는 상황. 순식간에 수십대의 카메라에

노출된 진상들이 얼굴을 붉히며 우르르 달려나간다.

“하늘아, 괜찮아?”

“에이, 뭘 이런 걸 가지고.”

벌써 세 번째 겪는 일이었다.

S급 히어로 한 번 보겠다고 다른 동네에서 우르르 몰려오면 꼭 진상 한 두 명이 나온다. 그러면 관중들은

그 진상을 또 찍어서 자기 SNS에 박제되고, 그게 또 다른 커뮤니티로 퍼져가고, 히어로 커뮤니티에서도

순찰 업무도 아니고 일상 생활 중에 너무 들이 대는 거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고, 오히려 순찰 도중에는 업

무 방해지만 일상 생활에는 이해해 줘야한다~ 같은 반대 의견이 나온다. 거기서 또 인터넷 기자들이 퍼

가서 충격! S급 히어로의 근황? 같은 기사를 쓰다 네티즌에게 욕을 먹고.

S급 히어로 하나로 SNS부터 히어로 커뮤니티, 인터넷 뉴스까지 활활 불타며 자기들끼리 무한 동력을 이

루어 내고 있으니 참.

“후딱 사서 들어가자. 이제 외출도 못하겠네.”

“그래도 좀 지나면 잠잠해질 거야. 지금은 뉴스 때문에 사람들이 흥분해서 그런 거고.”

인터넷만 떠들썩 한 게 아니었다. 집에 틀어박혀서 HH 방송을 보다 침대에서 뒹굴고 게으름 피운 것이

채 3일이 되지 않는데 벌써 언론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S급 히어로에게 목을 매달고 있었으니까.

히어로를 유별나게 대우해주며 사진도 함부로 찍지 않는 존중까지 장착된 세상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의

열기가 내 상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뉴스에서는 S급 히어로가 국가에 가져올 수 있는 무형의 이익을 계산해 특집을 내보내고 있었다. 예능 프

로에서는 소희가 인신매매 집단을 잡는 영상이나 이사벨라와 한 전투 영상을 보며 B급 연예인 히어로들

의 반응을 보여준다. 다큐에서는 S급 히어로의 기준치에 대한 내용을 다루기 시작했으며 소희 하나가 얼

마나 많은 빌런 조직을 빠르고 완벽하게 소탕할 수 있는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개인 방송 홍보는 안 해도 되겠다.”

“홍보를 할 생각까지 했어?”

“원래 이런 건 초반에 탄력을 받아야 쭉쭉 치고 나가는 거야.”

방송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소희가 조금 걱정된다는 것처럼 이야기를 돌린다. 하긴 드라마에 나가서 대

사 거의 없는 조연으로 초능력이나 뿜뿜 쓰며 CG 대역을 하는 것과 달리, 개인 방송은 시작부터 끝까지

소희가 주인공이 되어 있으니 조금 부담스럽긴 할 것이다.

그래도 뭐 어쩌겠어, 해야 하는데.

미디어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방송보다 손쉽게 소희를 알리는 방법이 있겠는가? 대부분의 요소를 따졌

을 때 개인 방송이 제일 나은거지. 영웅이란 게 그냥 가서 마왕 모가지만 썰어버리면 되는 직업이 아니다.

마왕이 혼자 강림하는 것도 아니고, 고전적인 사천왕부터 부하 군대에 인류 배신자까지 싸그리 동원해서

침략할 게 뻔한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마왕의 목을 치는 것은 용사지만, 마왕에게 용사가 도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용사의 동료들이 할 일 아니겠는가.

외계에서 침공해오는 마왕이 있다고 주장할 때 정신병 걸린 허언증 환자 취급받지 않으려면 일단 명성을

쌓아야 하고, 인류 배신자를 색출해 내기 위해서는 국경을 무시하는 세계 연합급의 권한이 있어야 한다.

히어로가 공무원 겸 비대칭 전략 무기 취급을 받는지라 이제 소희는 악마를 통한 게 아니라면 외국에 나

가기도 힘들겠지. 한국이 싫어하던, 그 나라가 싫어하던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싫어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팔자에도 없는 남캠 방송을 이렇게 머리를 맞대고 보고 있는 거지.

“얘는 내추럴이네. 뒤에 있는 운동기구 메이커도 다 다른데 손 때 묻은 걸 보니 몸에 맞는 걸로 꽉 채운 것

같고.”

“그것만 보고 알아?”

“그래도 누나가 한 때는 운동부 유망주였어.”

이번에 보고 있는 남캠은 내츄럴로 유명한 운동 방송이었다. 솔직히 HH의 히어로 방송이라 해도 방송의

90%는 수다, 먹방, 운동으로 채워져 있었으니까. 다른 플랫폼 빼도 HH 사이트에서 개인 방송을 하는 히

어로가 만 명을 가볍게 넘어가는데 그 사람들이 전부 빌런을 체포하는 방송을 하면 여기가 대한민국이 아

니라 어디 남미 카르텔에 점령된 범죄 도시겠지.

“자세 좋네, 무리도 안하고, 근육 보여준다고 엄한 짓 하다 어깨 나간 애도 있던데.”

“진짜? 그런 사람도 있다고?”

“우드득 부러졌다는 게 아니라, 방송 내내 맨날 팔뚝 자랑하면서 쇠질 하다 자세 휘어서 교정 받은 여자

히어로 있어.”

소희와 소소한 수다를 떨면서 방송을 계속 본다. 화면 속 남성, 적당히 마른 근육에 군살 하나 없는 수영

선수 닮은 히어로는 지난번 봤던 로이더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방송을 하고 있었다.

“예, 누나들. 아뇨, 그건 안 돼요. 내가 운동 중에는 그런 미션 거 안 받는다 했죠?”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질 때까지 모래주머니를 매달고 스쿼트를 하던 남자가 짜증을 내며 손짓으로 누

군가를 강퇴 시키자, 채팅창에선 돈 내고 포상을 받는다며 낄낄거리며 그 사람을 비웃는다.

그 모습을 보니 확신할 수 있었다. 나와 소희는 둘이서 방송을 하니 조금 방향은 다르겠지만, 이 사람의

방송이 가장 모범적인 롤 모델이었다.

과도한 노출도 없고, 돈 받고 빵뎅이를 흔들거나 고간을 털어 대지 않는다. 그 때문에 인기 랭킹에서는 조

금 아래에 있지만 히어로를 위한 운동법을 아낌없이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한 사람으로 남녀를 불분

하고 인기가 있었다.

노출이 심한 남캠의 시청자 95%가 여자라면, 이 사람의 방송 시청자는 적어도 7:3에서 6:4까지 남녀, 아

니 여남 성비가 균등하게 맞춰져 있었다. 거기에 십 만원씩 내고 뭘 시키려다 욕을 먹고 쫒겨나도 지지하

는 팬 층이 워낙 견고하다 보니 여론도 나빠질 생각을 않는다.

멀쩡하게 운동하는 방송에서 왜 남창 짓을 시키려다 돈을 날리냐, 그런 성희롱성 후원을 한 년이 병신년

이다~ 같은 마인드가 남녀 모든 시청자들에게 단단히 박혀 있다고 할까?

양질의 정보, 넓고 두터운 팬 층, 맹목적인 믿음. 완벽한 롤 모델 아닌가.

“그래서, 이 사람처럼 방송하자고?”

“거창한 건 아니고 누나랑 나랑 번갈아서 운동하면 다른 한 명이 보조하면서 채팅창 보고 수다 떨고 하는

거지 뭐. 아니면 누나도 돈 받고 춤추게?”

“미쳤어? 내가 창피해 죽기 전에 울 엄니가 와서 나를 때려 죽일 걸?”

“말 잘할 자신 없으면 입 다물고 운동만 해. S급이 3대 몇 치는지 보여주기만 해도 한 달 방송 분량은 나

올 걸?”

“그래...? 그냥 말없이 방송 해야겠다. 난 말 안하고, 니가 말 다 하는 방향으로 갈까?”

“어이구, 과묵한 신비녀 컨셉을 잡고 싶어?”

가볍게 말해도 소희의 인상이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이 부분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나중에 마왕

부하들 나왔을 때 같은 인류한테 정치질로 공격당하는 것만큼 스트레스 받는 게 없거든.

그런 고구마 같은 상황 때문에 마왕군 대비는 커녕 인류끼리 배신자 색출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느니, 소

희가 창피해서 몸 비트는게 백배 천배 낫다.

[작품후기]

연재가 많이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연중은 아니고, 지난 번 후기때 말했던 남녀 역전 성좌물을 한 번 써보고 있습니다.

수강 신청이니 치과 진료니 좀 스트레스 받는 일도 있었고, 애초에 취미로 쓰느라 큼직한 뼈대만 잡고 시

작한 소설이라 이어 붙이는 게 좀 힘들긴 하네요. 그래서 필력 상향 겸 숨 돌리기로 성좌물을 쓰고 있습니

다. 성좌물은 1편 당 5천자씩 조금씩 쓰다 9월에 동시 연재 할 것 같네요.

한 가지 확실한건 결말까지 구상은 해 놓은 작품이니 약속대로 절대 연중은 하지 않습니다.

그런 주제에 연재 속도는 장담을 못하니 참으로 죄송할 뿐입니다.

※ 연중하는 것도 아니고, 신작만 올린다는 것도 아닙니다. 두개 번갈아서 올리는데 곧 학기가 시작되니

연재 속도가 많이 느려진다는 뜻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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