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벤트
습관적으로 입 안에서 혀를 움직여 이빨을 쓸어내려 보지만 날카로운 송곳니는 돌아오지 않았다. 뭐, 여
자에게 쾌락을 줄 때 흡혈에 의존한 적은 없어서 상관없었지만. 주도권이 돌아옴과 동시에 육체를 점검
하고, 가볍게 새하얀 가슴을 깨물어주었다.
“아, 흐앗?!”
자신의 은밀한 부위가 타인에게 깨물리는 생소한 감각 때문인지 세민이 몸을 뒤틀며 살짝 멀어지려 한
다. 하지만 삽입까지 되어 있는 대면좌위 상태에서 대체 어디로 벗어날 수 있겠는가? 새하얀 나신이 좌우
로 살랑살랑 몸을 비틀지만 그래봐야 가슴을 출렁거릴 뿐, 내 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꿈 속 세상의 여파인지 자꾸만 어떤 방식으로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증 비슷한 것이 생겨난다. 주도
권이 돌아오더라도 결국 세민의 꿈 속이라는 뜻이겠지. 그것이 내게 나쁜 것은 아닌지라 순순히 따라 주
기로 마음먹었다.
솔직히, 알아서 잘 지내니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긴 하니까.
가슴을 괴롭히는 것에서 도망치는 것을 포기했는지 매끈하게 뻗은 다리가 내 허리를 감싼다. 허리를 들
썩 거리기도 힘들 정도로 딱 달라붙어 오는 여체의 감촉을 만끽하며 느릿하게 허리를 꿀렁거린다.
살과 살이 딱 맞물려 끈적하게 움찔거리기만 하니 방 안에는 달뜬 숨소리 밖에 남지 않는다. 진퇴 운동 없
이 꿈틀거리며 뱀처럼 얽혀가고 있었다. 방 문이 열리기 전 까지는.
‘... 이건 또 뭐야.’
현관이 열리고 방 문이 열린다. 어처구니없게도 등장한 것은 교복 차림의 이소정. 학교에서 돌아오는 것
마냥 책가방을 대충 내던지고 교복 치마를 대충 풀어 헤친 상태로 침대에 올라온다. 갑작스러운 상황 변
화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지만 김세민은 반응하지 않는다.
교복 셔츠에 속옷만 입은 상태로 이소정이 침대에 올라온다. 그러더니 등 뒤에서 내 고개를 잡아 돌리더
니 그대로 입을 맞춘다. 얼떨결에 여자 둘을 상대하게 되어 조금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이해 못할 것은 아
니었다.
룸메이트에서 같이 감염되어 지하 도시를 떠돌아다니기까지, 꽤 깊은 유대감을 쌓아 올렸을 테니까. 자
기들끼리 보비는 것도 아니고 남자 하나를 돌려 먹을 수 있을 정도는 되겠지. 꿈 속이라 좀 더 개방적으로
변했을지도 모르고, 같은 고치 속에 있으니까 정신이 뒤섞였을지도 모르지.
숨이 막힐 때까지 집요하게 입을 맞춰오는 이소정. 가벼운 버드 키스 따위는 없이, 혀를 뽑아낼 것 마냥
집요하게 입을 맞춰온다. 그와 동시에 내 어깨를 잡더니 등 뒤로 잡아당겨 침대에 드러 눕게 만든다.
딱히 반항할 이유가 없어 그대로 몸을 맡기니 위 아래로 영역을 나누듯이 그녀들이 달라붙어 온다. 아래
쪽에서는 세민이 어설프게 허리를 돌리며 제 마음대로 즐기고 있고, 위에서는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소
정이 입을 맞춰온다.
문제가 있다면 꿈 속에서 느껴지는 이 기이한 쾌감이다. 두 번째로 사정감이 몰려오지만 정말 조루라도
된 것처럼 곧바로 사정이 이어진다. 어디에 힘을 주니 마니, 애국가를 부르네 마네 할 것도 없이 ‘아, 좀 쌀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이어지면 반응조차 하기 전에 사정해버리는 것이다.
허리가 움찔거리며 멋대로 정을 토해내자 으흐윽, 하고 숨 넘어가는 탄식이 들려온다. 그제서야 이소정
의 입술이 비켜나며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제 멋대로 연약해지고 민감해진 육체 때문인지 고작 몇 분 단
위의 입맞춤도 버거울 지경.
내 가슴을 만지작 거리던 이소정이 슬그머니 움직여 내려가자, 몸을 부르르 떨며 사정을 받아낸 김세민
이 슬그머니 내 위에서 비켜선다. 끈적하게 뒤섞인 혼합물이 주륵 흘러내리지만 신경 쓰는 사람도 없었
다.
다만 다른 여자의 애액이 섞인 것을 사용하기는 싫었는지 이소정의 옆에 물티슈가 생겨난다. 두세장을
뽑더니 티슈 통을 그대로 김세민에게 던져주더니 그대로 내 물건을 닦아내기 시작한다. 가랑이를 쩍 벌
리고 애액과 정액을 닦아내는 음탕한 모습과, 차가운 물티슈가 내 물건을 감싸고 문지르는 감촉에 아랫
도리가 주저 없이 벌떡 일어난다.
만족스럽다는 듯 흐음, 콧소리를 낸 이소정이 그대로 내 위에 올라탄다.
꿈 속에서는 딱히 대화가 필요 없었다.
뱀처럼 얽혀오며 피부를 마찰시키는 것에서 쾌감을 얻던 김세민과는 달리, 이소정은 격렬한 것을 원했
다. 내성적인 모범생과 외향적인 날라리의 차이라고 봐야 할까? 자연스럽게 여성 상위 자세로 올라탄 그
녀가 내 배에 손을 올리고 격렬히 떡방아를 찧기 시작한다.
찔꺽거리는 소리가 음란하게 방을 가득 채운다. 이소정의 확연히 커다란 가슴이 눈 앞에서 위 아래로 출
렁거리고 있으며 옆에서는 분비물을 다 닦아낸 김세민이 팔에 엉겨 붙어 내 손가락으로 자위를 시작한
다.
침대가 출렁일 정도로 격렬하게 움직이는 이소정과 팔뚝에 매달린 김세민 때문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
촉. 온 몸이 두 여자에게 휘감겨 온갖 감촉을 만끽하니 지칠 줄도 모르고 빠르게 사정감이 몰려온다.
어차피 참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긴다. 다시 한 번 기이할 정도로 짜릿한 쾌감이
등골을 벌벌 떨리게 만든다. 쾌감이 증폭된 것은 나뿐만이 아닌지 내 위에서 열심히 움직이던 이소정이
철퍽 주저 앉는다. 허벅지에서 느껴지는 벌벌 떨리는 그녀의 엉덩이.
한 번 사정하면, 두 명이 자리를 바꾼다. 남자고 여자고 사정 한 번에 오르가즘 한 번. 남녀의 차이를 생각
하지 않는 단순 무식한 교환이었다. 이 또한 꿈이라서 가능한 일이겠지.
※
세기도 귀찮을 정도로 두 사람의 상대를 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시야가 제한되어
있었다. 습관적으로 혀를 움직여 앞니 쪽을 쓸어보니 뾰족하게 튀어나온 송곳니가 느껴진다.
그제서야 시야를 가리고 있는 것이 풍만한 이소정의 가슴이요, 몸을 움직이기 불편한 이유는 등 뒤에서
부터 김세민이 끌어안고 있기 때문이란 것을 깨달았다. 꿈에서 깨어났어도 우리는 아직 고치 속에 있었
고, 내가 잘라낸 부분은 아물기라도 했는지 빛이 한 점도 들어오지 않는다.
“음... 5분만 더...”
둘 다 잠이 덜 깼는지 몸을 부비거나, 목덜미를 우물거리며 귓가에 속삭여오는 바람에 다시 물건이 우뚝
솟아오른다. 물론 앞뒤로 비벼오는 나체의 미녀들은 강렬한 유혹이었지만 강제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소희 방송은 어쩌지?’
서울을 공격했다 박살이 나야 하는 아퀼라는 지금 좀비가 되어 저택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을 테니까. 하
다 못해 굴라로 변했으면 몰라, 2차 파동 때 변이를 하면서 기괴한 괴물로 변해버렸다. 사람들 앞에 내보
이면 히어로 vs 빌런이 아니라 납량특집이나 19세 고어물에 나올 생김새로.
책임 없는 쾌락의 시간이 끝났으니, 이제는 쾌락 없는 책임의 시간이 다가왔다. 섬 하나가 완전히 감염된
상황. 차라리 전부 죽었으면 빌런간의 영역 다툼이라는 결론이라도 내리겠지만, 섬 안에 있는 모든 초능
력자들은 감염이 된 상태로 배회하는 상황.
솔직히 말해서, 처리하기 정말 귀찮았다.
초능력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 보니 그냥 방치할 수도 없었다. 천사도 악마도 있는 동네인데 한국 말고
이탈리아나 유럽 연합 쪽에 있던 천사들이 조사해서, 아 이거 어떤 흡혈귀 새끼가 한 짓이구나~ 하고 밝
혀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협회에 대놓고 ‘흡혈귀로 변신하는 능력’ 을 등록한 내가 제
일 귀찮아 지겠지.
밑작업을 좀 해서 섬을 통째로 뭉개 버릴까, 아니면 일반인들을 제물 삼아 악마를 부를까? 섬을 통째로
지워버리면 협회의 추격 때문에 소희에게 지장이 생길까 무섭고, 악마를 부르자니 천사들이 게거품을 물
고 난동을 피울까 봐 걱정이 되는 찰나.
“아이 씨, 존나 시끄러워...”
앞에 있던 이소정이 깨어나 몸을 뒤튼다. 내가 자를 때와는 다르게 자연스럽게 고치가 열리고 그녀가 그
틈바구니로 쏟아져 내리듯 기어 나간다. 졸지에 알몸의 미녀가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기어다니는 장면
을 구경하고 있으니, 다시 한 번 그녀가 입을 연다.
“좀, 입 좀 닥쳐, 바하아암...”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펴던 이소정이 중얼거리자, 복도에서 그에엑 그어억 하던 소리가 뚝 멈춘다. 인간
으로 돌아왔다고 능력이 사라진 건 아닌 건가?
“음,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그러게?”
고치의 틈바구니로 눈이 마주친다. 알몸으로 호화로운 저택 응접실 바닥에 주저 앉아 있는 알몸의 여성
과, 기괴한 살덩이 속에 혼자 옷을 입고 있는 남자, 그리고 그걸 또 등 뒤에서 껴안고 있는 다른 여자. 누가
봐도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이긴 했다.
“걔 좀 깨워줘요. 맨날 늦잠 자는 거 걷어 차도 자고, 이제 유령으로 변해서 걷어 차지도 못하고. 아닌가,
또 사람으로 변했으니까 걷어찰 수 있나?”
고치의 틈새로 나가자 내게 기다고 있던 김세민도 앞으로 푹 고꾸라지며 밖으로 빠져나왔다.
[작품후기]
무당 같은 건 아니고, 동네에 되게 큰 교회가 있는데 자기가 거기 다닌다고 공사비를 주면 예배 때 기도를
해준다고 주장하던데 참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윗집 베란다 세탁기 쪽에서 누수가 있어서 조치를 취했다고 연락을 받은 어머니와 업체분이 믿고 시멘트
를 발랐는데, 알고 보니 조치를 취하지 않고 세탁기 전원만 꺼버렸대요. 그래서 시멘트 위에 물이 차서 공
사를 다시 하고... 진짜 인생 살면서 이런 사람이랑 엮이면 안되겠구나 싶은 일주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