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벤트
자그마한 창 밖에는 미동도 없는 아름다운 밤하늘이 벽지처럼 깔려 있고, 은은하게 좋은 향이 나는 기숙
사 방 안에서는 두 남녀가 서로를 그윽하게 바라보며 분위기를 잡고 있었다. 로맨틱한 첫날밤의 교과서
적인 이미지라 해야 할 까.
학생 둘이 쓰는 기숙사 방에서 이런 은은한 아로마 향 같은 게 날 리 없으며,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달과
별과 구름이 미동조차 없을 리 없지만 무슨 상관일까.
이 곳은 꿈 속인데.
수줍은 듯 허리춤만 수건으로 감싸고 나온 김세민의 새하얀 나신을 바라본다. 학생 때에는 한 손에 폭 잡
히는 A컵이였을텐데, 꿈 속이라고 보정이 되었는지 손에 꽉 차는 B컵의 가슴이 물방울을 똑똑 흘리며 부
드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목욕을 하고 나와 젖은 피부가 자연스럽게 말라 물기가 없어질 시간. 그 동안 우리는 침대에서 손을 잡고
아주 조금씩 가까워 지고 있었다. 느긋하다 못해 복장이 뒤집어 질 것 같은 느릿한 속도. 내가 원해서 하
는 것이 아니다 보니 더욱 안달이 난다.
‘각성의 여파 때문인가... 주도권이 전부 김세민 쪽에 있네.’
남의 꿈에 들어가 멋대로 활개치기만 하다가, 이렇게 옴짝달싹 못하게 될 줄은 몰랐지. 남자에 익숙하지
않던 소희를 엉성함이 섞인 느긋함으로 표현한다면, 지금의 김세민은 느긋함이 아닌 사고 정지의 수준이
다.
덜덜 떨리는 손이 뻗어오니 자연스럽게 세민의 수건이 스륵 흘러내린다. 이불도 수건도 전부 치워버리고
조금씩 다가온 그녀에게 밀려 침대 위에 다소곳하게 드러 눕는다. 목욕물에 따끈하게 뎁혀진 매끈한 피
부가 맞물리며 비벼지는게 감질나면서도 기분이 좋다.
벌벌 떨리는 손이 뺨에서 목덜미를 지나, 가슴으로 내려오나 싶었지만 등 뒤로 돌아간다. 위에 올라 타서
한 손으로 내 뒷머리를, 다른 손으로 등 쪽을 칭칭 감싸 안는 자세. 이게 세민의 잠재적 성적 욕망인가?
떡정이 무섭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닌지, 나를 놓칠까 무서운 것 마냥 꽉 껴안고 놔주지 않는 모습에 마
음이 동한다. 살짝 압박감이 느껴질 정도로 꾹 잡힌 상태로 입맞춤의 세례를 받는다. 쪽쪽 소리가 나게 입
술만 다가오는 가벼운 버드키스. 그 보드라운 감촉 덕에 내 송곳니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흡혈이 싫은 건지, 아니면 그냥 생각도 못하는 건지.
부드럽고 따끈따끈한 여체에 휘감겨서 옴짝달싹 못한 채 가벼운 입맞춤만 계속 당하니 아랫도리가 슬슬
아파올 지경. 우람한 녀석이 허공을 향해 벌떡 일어나려 들지만 이미 부드러운 허벅지에 짓눌려 제 뜻을
펼치지 못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작아졌네...’
마주 껴안으며 세민의 어깨 너머로 보인 내 자그마한 손이, 세민이 나를 휘감았는데, 내 물건이 그녀에게
짓눌려 있는지 알게 해 준다. 여리여리 해 진 수준이 아니라 그냥 몇 살 더 어려졌는데. 다행인 점은 키가
줄어들어 그녀에게 껴안긴 상태라지만 물건은 작아지지 않았다는 점일까.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몸으로 느릿하게 손을 뻗는다. 조금씩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부위가 늘어나
는 걸 보니 본방 시작하고 좀 지나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대로 맡겨 두다 마지막에 뒤집
을 생각을 하며 그대로 몸에서 힘을 뺀다.
진도를 뺄 생각이 없는지 집요한 키스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입술을 가볍게 두드리던 그녀의 입술이 다
른 곳으로 향한다. 이마와 뺨, 콧잔등과 눈꺼풀까지. 마치 화장품을 칠하는 것 마냥 보드라운 입술이 내
얼굴 이곳 저곳을 두드리다 다시 입술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나긴 키스. 입술 너머로 축축하고 따듯한 살덩이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틈을 비집고
들어오려는 모습을 보인다. 마주 껴안은 팔에 힘이 콱 들어가고 머리가 몽롱해 질 정도로 계속 이어지는
키스.
숨이 막혀서 몽롱해지는 머리가 ‘혹시 얘는 야동을 볼 때도 deepthroat만 보나?’ 하는 생각을 떠올릴 수
준으로 입맞춤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제서야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 지는 것을 느낀다.
무의식적으로 움직여진 몸으로 가장 먼저 한 일은 몸을 뒹굴어 위치를 바꾸는 것이었다. 기나긴 키스가
끝나고 숨을 몰아쉬며 키스 따위에 숨이 차서 헉헉거리는 몸을 달랜다. 꿈 속의 육체여서 그런지 김세민
이 생각하는 ‘여린 남성’ 그 자체가 된 것 같은데.
설마 정력도 찍 싸는 그런 남성이 되어버린 것은 아니겠지. 일말의 불안감을 느끼며 그대로 모양 좋게 일
그러지는 가슴을 문지른다.
“가슴이 그렇게 신기해?”
육체를 가늠하며 숨을 돌리기 위해 가슴을 만지작거리니 처음으로 그녀가 입을 연다. 아무리 작고 가볍
다 하지만 남자 한 명이 자기 배 위에 걸터 앉아 있음에도 호흡과 발성에 전혀 불편함이 없어 보이는 모양
새로.
대답은 필요 없다고 느꼈는지 쭉 뻗어온 손이 나를 밀친다. 가벼운 부유감과 함께 몸이 뒤로 넘어진다. 다
시 침대에 눕혀진 상태로, 이제는 그녀가 내 위에서 나를 내려다 본다. 하기야, 삽입을 하려면 이 자세가
편하겠지.
내 배 위에서 살살 뒤로 엉덩이를 빼는 모습이 경험 없는 숫처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거리감도 각
도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눈으로 볼 수도 없으니까 감촉에 의지해서 뒷걸음질을 치는 모습을. 뭐, 배에
서 조금씩 미끄러져 내려가는 따끈따끈하고 부드러운 엉덩이의 감촉이 나쁘지 않아서 손을 놓고 그대로
구경한다.
여자의 자존심 때문인지 조금씩 초조해 하는 것 같다가 겨우 삽입에 성공한다. 따듯하다 못해 뜨겁고 꽉
끼는 속살에 갑작스럽게 이상할 정도의 쾌감이 몰려든다. 순간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슬쩍 접
합부를 바라보니 새하얗고 질척이는 액체가 흘러내린다.
‘애미, 진짜 조루는 아니겠지...’
미약에 절여진 여성이 삽입 직후 절정에 도달하는 꼴은 봐 왔지만, 남자로서 삽입하자 마자 찍 싸본 경험
은 없었는데. 인생에 별 도움 안되는 경험 하나를 축적하고 오묘한 기분으로 쾌감을 추스르고 있으니 다
시 물건이 불끈 솟아오른다.
다행스럽게도, 이 꿈의 주인인 김세민이 삽입만으로 연인을 절정에 이르게 하는 판타지만 있는 것은 아
니었나 보다. 정력이 강한 연인에 대한 섹스 판타지도 있으면 좋겠다.
아니, 생각해 보면 이쪽 세상의 조루는 잘 느끼는 남자로 인기가 있을까? 아니면 반대로 여성을 즐겁게
못 해줘서 인기가 없을까. 원래 세상 대로라면 민감해서 질질 싸는 여성은 꽤나 인기가 있을텐디. 그러니
까 시호후키니 오르가즘이니 하는 야동 장르가 당당하게 버티고 있었겠지.
자신의 안에서 다시 굳건하게 솟아오른 내 물건을 느꼈는지, 달뜬 얼굴로 세민이 허리를 움직인다. 어떠
한 기교도 없이 단순 무식하게 위 아래로 엉덩이를 움직이는 불편한 모양새였지만, 꿈 속 육체의 체력이
받쳐 주는지 떡방아를 찧는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엉성한 허리 놀림이지만 기분은 이상할 정도로 좋았다. 김세민의 무의식이 자신이 기분 좋아지는 것 보
다, 남자를 기분 좋게 만들고 싶다는 여성의 자부심이 강력하게 박혀 있는 걸까. 정작 본인은 엉성한 자세
로 낑낑대고 있는 걸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느낄 건 제대로 느끼고 있는지, 안 그래도 엉거주춤한 자세로 뻣뻣하게 굳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허리가 움찔거리고 배가 오목하게 들어가며 주저 앉듯이 삽입하는 모양새에 인내심의 한계를 맞이했다.
아무리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기분이 좋다 하더라도, 손 하나 옴짝달싹 못하고 밑에 깔리는 것은 취향
이 아니니까. 삽입 한 그대로 상체만 일으켜 그녀를 껴안는다. 이쪽 세상에서 가장 노멀한 대면자위 자세
인지라 꿈 속의 세민도 딱히 거부감은 없이 받아들인다.
잘록한 골반에 손을 올리고 매끈한 허벅지를 두어번 쓸어내린다. 각선미가 매력 포인트인데 이쪽 세상에
서는 여자 다리가 예뻐도 그걸 감상할 만한 자세가 거의 없단 말이지. 원래 세상에서도 여자가 남자 종아
리를 관찰하는 자세가 거의 없는 거랑 마찬가지라 봐야 할까.
어쩌면 있는데 내가 모르는 걸지도 모르고.
그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을 머리 한 구석으로 치우고 그대로 그녀를 잡아 당겨 꾹 누른다. 연약해진 몸으
로 그녀의 허리를 잡고 흔들기 힘드니까 예민한 곳을 찾아 꾹꾹 누르며 느긋하게 즐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남자를 기분 좋게 해준다는 무의식 너머에서, 자신도 기분이 좋게 된다는 생각이 드디어 떠올랐는지 마
주 끌어 안은 손이 풀어지고 허우적거리기 시작한다. 그녀가 점점 쾌락을 느낄 수록, 점점 내 몸에는 힘이
들어온다.
꾹꾹, 맷돌을 돌리듯 허리만 돌리다가 조금씩 힘이 돌아오는 팔을 이용해 그녀를 살금살금 들어올린다.
맷돌 돌리듯 살금살금 돌아가던 허리가 푹 하고 찔러오는 살덩이에 화들짝 놀랐는지 가슴이 덜렁거릴 정
도로 흠칫 몸을 떤다.
그 모습에 보드라운 가슴을 입에 한 가득 집어 넣고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춘다.
이제서야, 그녀의 꿈은 나의 것이 되었다.
[작품후기]
할머니 댁 청소랑 가구 옮기기를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무개념 이웃 썰은 인터넷에서만 보는 줄 알았는데 현실에도 있네요
할머니 윗집이 누수 터졌는데 그 집 할매가 '기도를 해 줄 테니 아랫집 돈으로 우리집 공사를 해 줘라. 물
이 새도 아래로 가니까 너네가 불편하지 내가 불편하냐?' 라고 버티길래 그 집 딸내미 찾아가고 난리도
아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