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벤트
소희의 바람과는 달리 침대 위에서의 전투는 늘 내가 우위를 점했다. 체력과 정력이 대폭 상승한 용사라
하더라도 테크닉은 다른 이유니까. 아무리 배움이 빠른 용사라 하더라도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에서 무언
가를 깨달을 리는 없고.
‘진짜 침대에서 밤의 깨달음 같은 걸 얻어서 쥐어 짜이는 건 아니겠지?’
문득 든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지금이야 흡혈의 쾌감에 몸부림치는 그녀를 찍어 누른다 해도, 어느
날 갑자기 면역이 생기면 그때부터는 내가 잡아 먹히겠는데.
물론, 오늘은 아니었다.
벌벌 떨리는 손이 등 뒤로 넘어와 깍지를 낀다. 바르르 떨리는 그녀의 발 뒤꿈치가 멋대로 내 종아리를 툭
툭 건드린다. 마치 절벽 끝자락에 매달린 사람처럼 그녀는 나를 붙잡고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순식간에 말이 없어진 그녀의 목덜미에 한층 더 깊숙하게 파고든다. 입 안을 가득 채우고 온 몸을 뜨겁게
달구는 달콤한 피의 향기. 소희도 나도 온 몸에 가득 퍼지는 뜨거운 열기를 만끽하며 가만히 있었다. 목덜
미의 상처에서 조금씩 흘러나오던 피가 몸을 달구다 못해 지져버릴 때까지.
내가 그녀의 피에서 쾌감을 얻듯이, 그녀 또한 나의 흡혈에서 쾌락을 얻고 있었을 것이다. 술 한잔 마셔
알딸딸한 기분을 느끼려면 특별하게 제조된 독주를 마셔야 하는 육체니까, 흡혈이 가져오는 묘한 탈력감
과 쾌감, 나른함이 특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목덜미에서 이를 뽑아내고 두어 번 정도 입을 맞추니 작게 나 있던 상처가 곧바로 아문다. 그제서야 깊은
숨을 몰아쉰 소희가 느릿하게 상체를 다시 일으킨다. 이제 셔츠는 땀에 젖어 제 역할을 못하는 상태. 가슴
의 굴곡 그대로를 드러낸 그 얇은 셔츠 차림에 자연스럽게 손을 내뻗는다.
직접 몸을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내 물건을 삼킨 그녀의 속살만큼은 열렬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가벼운
오르가슴이라도 느낀 것인지 느릿하게 움직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내 물건을 틀어쥐고 빨아 당기는 것이
느껴진다.
출렁하고, 그녀의 가슴이 위 아래로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차마 크게 내리 찧지는 못하겠는지 허
벅지 위에서 땀에 젖은 엉덩이가 눅진하게 비벼지다 살그머니 위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습이 귀엽기 그
지없었다. 조금 감질나는 기분이었지만 밤은 길었기에 나는 가슴을 만지던 손을 내려 소희가 원하는 대
로 움직이도록 배려하며 그대로 내버려둔다.
팔다리에서 힘을 빼고 소희가 엉덩이로 내 허벅지를 콩콩 두드리며 살금살금 움직이는 걸 내버려 두어도
딱히 반응은 없었다. 평소라면 알아차리고 조금 자존심 상해서 거칠게 엉덩이로 나를 내리 찍겠지만, 간
만에 하는 흡혈의 쾌락은 그녀의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쾌락에 몰입된 소희는 딱히 반응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조금씩 더 많은 쾌락을 위하여 엉덩이를 조
금씩 더 높게 들어올리기 시작한다. 찌걱찌걱 음란한 소리를 내며 허벅지 위에서 방아를 찧는 풍만한 엉
덩이. 몸 안 가득 퍼진 나른함을 만끽하며 그 음란한 절경을 말없이 구경한다.
치골과 허벅지 안 쪽을 뭉개던 풍만한 엉덩이가 살그머니 들어 올려지니 땀에 젖은 피부에 서늘한 가을
바람이 기분 좋게 스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그 것도 잠시, 다시 골반을 흔들며 내려 앉은 소희에 의해 뜨
거운 살결이 나를 내리 누른다.
M자 개각이라 부르던가,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는 불편한 자세로 서서히 엉덩이를 들어올리자 결합부의
끈적한 액체가 주륵 흘러내려 나와 침대 이불보를 더럽힌다. 고작해야 뿌리만 보일 정도로 살금살금 올
라가던 엉덩이가 조금씩 더 높게 올라가다 쿵 내리 찍힌다.
철퍽하고 물에 젖은 음탕한 살소리와 너머로 흡 하고 급히 들이마시는 숨소리가 들려온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다리가 내 다리를 으스러져라 조이기 시작한다. 뜨거운 열기 가득한 여체의 통발 속에 칭칭 휘감
긴 기분으로 그녀가 호흡을 고르는 것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아니, 진짜로?’
흐리멍덩하게 흐려졌던 눈동자에 총기가 몰려들고, 바르르 떨리던 몸이 점차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그렇
다고 해서 육체를 가득 채운 열기가 사라진 것은 아닌지라 나를 휘감아 오는 소희의 뜨거운 체온에 나 또
한 달아오르고 있었다.
“저기, 누나?”
“음, 하늘아, 왜?”
사근사근 대답하는 모습에 절로 목이 메여서 침을 꿀꺽 삼켰다. 미동도 없이 내 위에 올라타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데, 어째서인지 그녀의 속살이 정말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꿀렁꿀렁 나를 조여 오기 시작했기
에.
그녀가 겪은 첫 번째 시련은 테러리스트, 다수를 효율적으로 상대하는 법이었다. 두 번째 시련은 대등한
상대인 분노의 악마이자 S급 초능력자 이사벨라와 전력으로 싸우는 것이었고.
그리고 소희의 세 번째 시련은 내가 되었다.
아마 정신계나 매혹에 관련되어 각성을 한 것 같은데. 위기를 넘기면 강해지는 용사 답게, 소희는 또렷해
진 정신으로 골반을 살살 돌리기 시작한다. 이러면 나쁜 일은 아닌데 어째 이상한 기분이 들어... 소희에
게 있어 낮져밤이는 용사의 각성을 끌어 올릴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나?
애인에게 침대에서 지기 싫다는 마음으로 각성을 한 용사라니, 이게 정말 내 제국을 무너트리고 마왕 모
가지를 썰고 다니는 괴물 NPC란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다 눈 앞에 번쩍! 하고 별이 보인다. 귀두 끝자락
이 보일 정도로 엉덩이를 높게 들어 올린 소희가 그대로 요분질을 시작했기 때문에.
“누, 누나? 설마 용사의 힘을 쓰는 건 아니지? 이런 일에?”
대답은 없었다. 다만 쾌락에 젖어 엉덩이만 겨우 흔들던 소희가 이제는 골반을 맷돌처럼 돌리며 내 위에
서 팡팡 날뛰기 시작했을 뿐. 땀에 젖은 피부 들러붙던 추접한 소리가, 이제 경쾌하게 팡팡 살가죽 부딪히
는 소리로 변했다.
익숙치 않은 쾌감에 윽, 하고 신음 소리가 절로 나왔다. 체중을 실어서 그녀의 엉덩이가 퉁퉁 치골을 내리
찧을 때 마다 절로 박자를 맞춰 숨이 끊어서 쉬어 진다. 침대에서 진화라는 당황스러운 사건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그 반응을 본 소희가 기회를 잡은 것 마냥 숨가쁘게 오르내린다.
“누나, 잠, 잠깐만?”
여전히 대답은 없었고, 소희의 각성에 내가 들이 마신 피가 반응이라도 하는지 몸을 들끓게 만든다. 눈을
감으니 눈꺼풀 너머로 번쩍번쩍 백색 별들이 보이고, 귀두가 뽑혀 나갈 것처럼 그녀의 속살이 조여와 자
연스럽게 엉덩이와 발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위 아래는 물론 속까지 정신이 없는 상황임에도 가슴 한 편에서 오기가 솟아오른다.
나는 그래도 침대 위에서는 함께 즐겨야 한다는 마인드로 그녀를 기절시키거나 정신없이 몰아친 적 없이
충분히 배려를 해 왔다고 생각하는데, 이길 기회가 보이자 마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어 떡방아를 찧어
버리는 모습은 너무하지 않은가?
“누나아, 손, 손잡아줘...”
침대보를 그러모으던 손을 슬그머니 소희에게 뻗는다. 강렬한 쾌감에 등골이 뻣뻣해지고 사정감이 몰려
오지만 이대로 낮져밤이의 소희를 만들어 주고 싶지는 않아 급격히 몰린 혈류를 조금 느리게 만들며 버티
기까지 하면서.
“하아, 하늘아, 기분 좋, 아아아?”
느끼지도 못했건만 내 가슴 위를 오가던 소희의 양 손이 내 손으로 다가와 깍지를 낀다. 그 것이 자신을 옭
아매는 덫이라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그대로 허리를 튕겨 올리며 상체를 휙 세운다. 눈 앞으로 다가오
는 땀내 훅 풍기는 셔츠에 그대로 얼굴을 묻어버리며.
그리고, 그대로 송곳니를 부드러운 가슴에 박아 넣는다. 흡혈귀가 목만 물 이유는 없으니까.
한층 더 강렬해진 소희의 피가 혀 끝을 적신다. 이제는 달콤하다 못해 혀가 아려 오는 수준을 넘어, 정말
로 입 천장이 살짝 따끔따끔하게 데이고 있었다. 강렬한 혈 향에 소희의 체취가 묻혀버리고, 입을 따끔하
게 만들던 피를 꿀꺽 삼키니 마치 끓는 물을 삼킨 것처럼 목구멍부터 위장까지 천천히 흘러내려가는 것이
파악된다.
“아, 아으, 하늘아? 너무, 너무 많이 빠는 것 같은데에?”
배려 따위는 없이 음료를 빠는 것처럼 피를 쭉쭉 빨아들이니 평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쾌감에 소희가 한
층 더 몸부림친다. 풍만한 가슴골에 얼굴을 처박았는데 가슴이 아니라 번쩍번쩍 명멸하는 별무리가 보일
정도로.
느긋하게 즐기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질퍽한 진흙탕 싸움만이 남아 있었다.
둘 중 하나는 쾌락에 지쳐 탈진할 것이다.
아마, 승자는 없겠지. 차오르는 사정감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희가 깊게 내리 찍는 타이밍에 맞춰 그대
로 싸지른다. 평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양의 정액이 꿀렁꿀렁 발사되듯 치솟아 그녀의 가장 깊은 곳으
로 파고든다.
“하, 하아... 평소보다 빨리 갔네?”
흡혈과 사정의 쾌감 때문인지 벌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품 안에서 떨어지
지는 않았지만. 얼떨결에 마주보고 앉게 된 자세로 그대로 가슴을 즐긴다. 목이 따갑다 못해 뜨겁고 속이
뒤집어 질 것 같지만 이 황홀한 기분 때문에 입을 뗄 수 없었다. 거의 헌혈을 한 수준으로 흡혈을 했지만
용사의 육체는 고작 그 정도로 패배하지 않을 테니까.
“계속, 하고 싶은 거지?”
내 머리를 마주 껴안은 소희가 살그머니 내 등골을 쓰다듬는다. 흡혈이 멈추지 않았고 용사의 각성도 끝
나지 않은 걸 그녀도 나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내가 가슴을 깨문 상태로 입술로 우물거리는 걸 신호로
다시 한 번 그녀가 천천히 엉덩이만 흔들기 시작한다.
열병이 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우리의 밤은 뜨겁게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