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5화 (145/189)

새로운 이벤트

악마가 보내준 과일 막걸리에 푹 꼴아서 주정을 부리는 소희를 달래 주는 것도 잠시. 간만에 빈 시간동안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보았다. 히어로가 아이돌 + 연예인의 위치를 차지한 사회다 보니, 히어로와 관련

된 사이트가 많아도 너무 많아서 문제였기에 소희의 이름을 검색하는 방식으로.

대부분은 호의적인 글이었다. 엄청난 인기를 끌며 열광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속성 초능력자나 드라마에

출연한 초능력자를 언급할 때 꼭 나오는 정도. 비판적인 의견이 있긴 하더라도 대부분 그 빛부격차 밈 때

문에 시달린 배우 겸 초능력자의 팬들이 싫어하는 정도였다.

‘생각보다 흐름이 좋은데...’

기왕 인터넷에 들어온 김에 얼마나 재미 있는 글이 있는지, 막장으로 노는지 호기심이 동해 그대로 사이

트를 쭉 둘러보았다. 점잖은 사이트는 재미가 없으니 인터넷을 검색해서 막장으로 노는 히어로 사이트에

그대로 접속한다. 애당초 캡슐 밖에서도 불법 게임 데이터 때문에 그런 사이트만 사용하기도 했고.

접속 첫 날 데이터를 판매하기 위해 존댓말로 글을 썼다가 일주일동안 글 작성 금지를 당했던 것은 이제

꽤나 옛 추억이 되어버렸지. 사람 사는 곳은 결국 다 똑같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쪽에도 그런 사이트가 있

었다.

백 단위 추천을 받아 인기글이 된 제목만 골라 읽어보더라도 상호간의 네티켓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사이트. 무수히 많은 글들이 작성되고, 호응을 받고 무시당하며 깜빡깜빡 뒤쪽 페이

지로 밀려나고 있었다.

술에 취해 식탁에 고개를 박은 소희를 안방 침대에 대충 던져 놓고 맥주를 한 캔 가져와 그대로 컴퓨터 앞

에 앉는다. 증강현실이 나온 미래 세대인데 어째 컴퓨터의 생김새는 별로 변하지를 않았다.

아니, 당연한 건가? 가상현실 캡슐이 나왔고 팔찌형 증강현실 단말기가 존재하는 세상이니까 컴퓨터가

바뀔 필요가 없겠네.

사실 나는 이쪽 세상의 예능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야 그럴 게, TV 음악 프로에서 4부 반바지를 입은 남자 아이돌의 섹시 어필용 고간 강조 같은 걸 보고

누가 좋아하겠는가? 예능에서 신고식이라고 혀 짧은 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리는 남자, 벌게임으로 물에

젖어서 부끄러운 듯 가슴을 가리는 남자. 수위가 높지 않아서 오히려 진짜 게이처럼 보이는 그런 상황.

그래도 SNS를 통해 소희를 친숙하게 만드는 것과 동시에 인기를 끌고 사람들의 관심을 모아야 하니 인

터넷 사이트를 탐방하기로 했다. 어쩌면 이쪽 세상에서 평생 살아야 하는데 문화 생활 없이 남은 여생 수

십년을 보내는 것은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그러니까 충격요법을 이용하듯, 수위가 더 강한 곳으로 향해 이쪽 세상에 익숙해진 다음, 예능 프로그램

이나 드라마 같은 걸로 수위를 천천히 낮추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뭐, 말은 거창하지만 취향 타는 예능이

나 드라마를 고르느니 인터넷 유행을 알아보는게 더 편하다는 점도 있고.

그래서 들어가 봤는데...

‘...차라리 인터넷이 나은데?’

생각하지 못하던 부분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추천수가 독보적으로 높은 게시글이었다. 다른 추천 게시글은 좋아요가 많

아봐야 200 언저리였는데, 이 게시글 하나만 혼자 1100의 좋아요를 받은 것이다. 제목을 보고 낚시글이

라 생각해서 들어갔더니[99.9%확률로 레즈보빔야짤]

0.1%에 거냐? 이러니까 개돼지 취급당하지 ㅉㅉ

└ 아 이게 안되네;;

└ 알바 머하는데 진짜 ㅆㅂ

└오

└ 얘도 나랑 같은 한 표냐?

금발 벽안의 미녀와 흑발 라틴계의 미녀가 서로 끌어안고 가슴을 비비고 있었다.

여성 특유의 자세로 주저 앉아 있어서 풍만한 엉덩이가 더욱 더 강조되어 있었고, 라틴 미녀의 잘록한 허

리에 새하얀 여성의 손이 올라가 색의 대비가 되니 눈길을 한층 더 끌어들인다. 현실 미녀가 아니라 게임

캐릭터라서 아름답다 해도 믿을 정도로 매혹적인 모습이지만 수백개의 댓글은 나만 볼 수 없다며 무서운

속도로 추천을 누르고 있었다.

분석하는 기분으로 댓글들을 천천히 읽어보았다. 내용이 담기지 않은 욕설을 제외한다면 새삼스럽게 이

글이 고도로 계산된 어그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성 배우 둘은 그쪽 업계에서 유명한 동성애자 포르

노 배우.

풍만한 엉덩이 골짜기 위에 붉고 검은색 실오라기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아래 속옷은 입었는데, 어깨와

등에 끈이 없었다. 하지만 팬티바람이라고 문제가 될 건 없었다. 풍만한 가슴과 가슴이 짓눌려 가려야 할

끝자락은 가려져 있었고, 그 얇은 실오라기가 아래쪽의 가려야 할 부분은 전부 가렸으니까.

결국 알몸의 여성 둘이 끌어안고 몸을 비비고 있지만 살결이 드러난 부분은 옆 가슴과 등, 엉덩이밖에 없

기 때문에 사이트 이용 규정에 따라 글이 잘리지를 않는 것이다. 그걸 아는 녀석들이 자기만 볼 수 없다고

추천을 누르는 거고.

그 외에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많고 이마를 탁 치게 만드는 게시글도 가끔 있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은 대부분 이쪽 세상의 유행과 연관된 것이다. 프로 게이머 복장 같은 것을 입

은 여자들을 모아두고 치는 드립이라던가, 드라마인지 영화인지 모를 장면에 엉성하게 사람 얼굴을 합성

한 개그들.

반대로 이쪽 세상 유행을 몰라도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원초적인 글들이었다.

[흉근 vs 둔근]

이 정도면 황밸이냐?

└ 닥전

└ 모솔쉑들 닥후지 ㅋㅋ

└ ㅇㅈ 만질 땐 엉덩이지

└ 백날 골라봐라 병신들 ㅋㅋㅋㅋㅋ

[운동 2년차 근육 평가좀]

언니들 어깨 집중적으로 조졌습니다. 각 좀 예쁘게 잡혔나요?

└ 인생이 불공평하네 십

└ 제발 가슴에 뽕 제발 가슴에 뽕 제발 가슴에 뽕 제발 가슴에 뽕

└ 씨발 히어로들 뭐하냐고

어느새 완벽히 적응을 한 상태로 소희의 인체공학 마우스 휠을 굴려 화면을 내린다. 컴퓨터는 멋지게 디

자인된 최첨단인데, 게임을 하지 않는 소희의 성격상 마우스가 게이밍 마우스 대신 조금 기괴하게 생긴

인체 공학형 마우스였다.

드르륵, 드르륵. 히어로 게시판의 무수히 많은 게시글 중 추천글만 골라서 읽는다. 사회 전반에 히어로가

깊게 침투해서 그런지 히어로 게시판에 히어로 내용이 없는 것이 대다수. 히어로가 연예인을 겸업하니

비 히어로인 동료 연예인이 나오고, 가수가 나오고, 영화가 나오고, 드라마와 게임이 언급되고.

솔직히 여기 게시글의 주제를 정리하자면 거의 잡탕찌개와 다를 바 없었다. 그것도 육해공 재료를 대충

처박고도 부족해서 슈퍼에 있는 모든 재료를 처박은 암흑 전골 같은 느낌. 그래서 그런지 이 혼란스러운

맛에 계속해서 보게 된다.

남자 성기 크기가 대놓고 여자 가슴 크기랑 마찬가지로 바뀐 것 같았다. 여성 보디빌더의 경우 가슴이 물

방울처럼 부드럽게 커지는게 아니라 대흉근이 발달해 남자의 가슴처럼 넙데데하게 바뀌는데 그걸 보고

약물 때문에 가슴을 희생 시키느니 내추럴로 운동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또 그 가슴 크기에 대한 유별난 반응으로 타고난 몸매로 별로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 모델처럼 11자 복근

이 쭉 빠지는 걸 보고 가슴은 뽕을 넣었을 거라고 기도하는 댓글도 웃겼다.

트월킹이라며 고간 불룩한 흑형이 아나콘다를 위아래로 덜렁거리는 짤방이 순식간에 삭제되는 것을 보

았고 가슴을 하나도 가리지 않은 여성의 토플리스(Topless) 사진에 그래도 팬티는 입었다 vs 여자 반나

체를 왜 봐야하냐? 하고 사이트 규칙으로 토론하는 것을 보았다.

‘아이 씨, 이게 뭔데 재밌냐.’

그러는 와중에 히어로 게시판이라는 본분은 잊지 않았는지 다음 게시글을 누를 때 마다 심심치 않게 아는

얼굴이 튀어나오기도 했다. 학교에서 본 적 있는 교수들의 얼굴이라던가, 소희와 이하린의 대련 영상 같

은 것들.

아무리 일상 생활에서 똥멍청이처럼 노는 이하린이지만 그래도 히어로 겸 연예인 생활을 거의 10년간 해

왔던 년이라서 그런지 슬금슬금 이야기가 나왔다. D나 C등급은 거의 동네 파출소 취급이라 언급되지 않

고 B급 이상들만 말하다 보니 소희도 낑겨서 언급되는 것 같고.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아는 사람들 중 소희가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었다. 운동부 출신으로 운동만 하며

살다가 히어로 공익 테크를 타고, 소집 해제가 될 때쯤 자기보다 10살 어린 애인과 히어로 & 사이드 킥으

로 돌아왔으니까.

전에도 나왔던 빛부격차 밈 이외에도 고위 등급 초능력자가 사실 공익으로 버티던 건 고딩을 낚기 위한

큰 그림이었다, 10년짜리 인생 재테크 존버편, 10살 어린 학생을 따먹은 범죄자 히어로 같은 식으로 관심

이 표출되고 있었다.

뭐 욕설 같이 들리지만 사람을 구하고 폭동을 막은 좋은 이미지에 덧씌워진 개그성 타박이라 진심으로 욕

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지만.

[10년 공익하기 vs 10살 어린 애인 만들기]

대충 A급 초능력자가 존버하는 이야기

└ 뭔 10년이야 5년 조금 못 채웠던데

└ 공익으로 버텨서 애인이 생긴거 아니냐? vs 이 지랄 ㅋㅋ

└ ㅋㅋ 나도 니 애인 지나간다는 소리 존나 들었는데

└ 이 새낀 찐이다;;

└ 아니 씨발 이 짧은 글에 맞는 말이 하나가 없네

악의... 없는 게 맞겠지?

[작품후기]

전공 과목 이름이 데이터 저널리즘인데

왜 저널리즘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과 파이썬을 배우는 걸까요

와 씨 ㅋㅋㅋ 엑셀 함수도 다 까먹었는데 파이썬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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