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4화 (114/189)

새로운 이벤트

히어로는 관심을 먹으며 산다.

아이돌 겸 연예인 겸 배우 겸 히어로가 짬뽕처럼 뒤섞여 연예계에 ‘비능력자 아이돌’ ‘초능력자 배우’ 같

은 명칭이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세상이니까.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히어로 활동이야 말로 성공한 활동

이고, 그 때문에 실전에는 별 쓸모는 없지만 눈에는 확 띄는 요란한 커스텀 슈츠를 입고 다니는 놈들도 존

재하는 게 아니겠는가.

일전 아파트 단지에 습격자들이 몰려 왔을 때 다른 초능력과 편리한 마법 다 놔두고 궂이 그림자 늑대를

부른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어중이 떠중이들은 자신의 초능력을 뚜렷한 형상으로 만들지 못

하니까, 그림자를 완벽한 늑대의 모양으로 만드는 것만 해도 유명세를 얻을 수 있었다.

[본인 방금 사이드 킥 납치해서 히어로 방해하는 상상함 ㅋㅋ 하지만 어림도 없지. 식칼이나 들고 다니는

인신매매범들 ㅋㅋㅋ 우선 빛의 날개 쫙 펼치고 날아가서 폭격, 아 시발 벌써 끝났자너 ㅋㅋㅋㅋㅋㅋ]

[ㄹㅇ 히어로가 힘을 숨김이냐? 근데 숨긴지 1달이 안 되어서 바로 들통났쥬? 숨기기엔 너무 강했쥬?]

[사이드 킥 밀어주려고 맨몸으로 싸우는 히어로 센세... 우애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물론, 이번 일 때문에 나는 완벽히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버렸다. 일단 인신매매범이 흉악 범죄자임

에도 불구하고 멍청함이 부각되는 모습으로 묘사되었다는 점도 있고 뉴스 기사에 ‘식칼과 삼단봉으로 무

장한 흉악범들’ 이라는 문구가, ‘현역 B급 사이드 킥’을 습격했다 라는 문구가 있었으니까.

권총, 소총도 아니고 기관총을 들고 와서 따발로 갈겨야 죽일 수 있는 B급 히어로를 식칼 들고 습격하는

인신매매범이 있다? 그 것도 2주 전 40명의 습격자를 둘이서 박살낸 유명 인사를? 익명 뒤에 숨어 있는

네티즌들이 인신매매범을 가만히 놔둘 리 있나.

엎친데 덮친 식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글 하나 때문에 소희의 유명세가 생겨 내가 더욱 더 묻힌 감도 있었

다.

운동부 출신으로 10년간 입 다물고 히어로 공익 활동이나 하던 얌전한 초능력자가, 갑자기 연하의 애인

이 사이드 킥으로 등록하자 본인도 히어로가 된 다음 도심 중심부에서 외곽까지 날아가 빛의 폭격으로 물

류 창고를 폭격한 상황. 심지어 초능력자 학교 이사 겸 협회의 높은 분이고 희귀한 공간 능력자에 작년 테

러 사건을 단신으로 제압해버린 전희민의 손녀라는게 밝혀졌으니.

[와 ㅋㅋ 저 정도 초능력이면 숨기고 사는 맛도 있겠는데? 다른 어중이 떠중이처럼 막 드러내고 외치고

시그니쳐 기술 만들 이유도 없고.]

[옆동네 빛렁뱅이는 광선검도 못 만들어서 쩔쩔매는데 이 쪽은 날개에 검에 레이저 빔까지 세트메뉴네

ㅋㅋㅋㅋㅋ 빛부격차 오져따리~]

‘아오 씨발, 테러라도 한 번 더 진압해야 하나.’

인터넷의 화력이 조금이라도 덜 했다면 빛 속성 히어로, 어둠 속성 사이드 킥이라는 전형적인 빛둠 콤비

같은 식으로 인터넷 밈을 만들려고 주작을 했겠지만, 너무 난리가 나서 통하지도 않는다.

[캬, 빛부격차 입에 딱딱 달라 붙네. C급따리 쉑 뻗어나가는 빛을 묶어 두는건 힘들다고 광선검도 못 만드

는데 동네 공익 센세는 날개부터 만들었쮸? 이게 C와 A의 차이인가?]

하필이면 사건이 일어나기 몇일 전, 빛을 다루는 C급 히어로 여배우가 드라마 인터뷰를 하다 말한 발언이

있어 가지고. 빛 속성 히어로는 희귀한 게 맞고, 실전에 투입 될 정도로 강력한 열(화력)을 발휘하고 제어

하는 것은 더욱 더 희귀하고 힘든 게 맞다. 하필 그녀의 인터뷰 장면이 나올 때 뉴스 속보로 소희 이야기가

나가서 그렇지.

[아니 우리 누나도 C급 중에서는 강하거든요?]

[C급따리 C급따~]

[지들은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우리 누나 욕한대?]

그 덕에 소희 VS 여배우의 비교 싸움은, 히어로 사이트의 악질 오타쿠 vs 여배우 빠돌이들의 인터넷 혈전

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도덕성이 중요시 되는 사회라 해도, 익명으로 날뛸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키

보드 배틀은 전혀 다른 이야기니까.

“하늘아, 또 뉴스 기사 보고 있어?”

“누나 이야긴데 내가 챙겨 봐야지~”

내가 인터넷 상에서 쩌리로 전락한 것과는 다르게 그녀는 이 관심을 조금 부담스러워 하고 있어 조금씩

놀려주는 것으로 화풀이를 하고 있긴 하지만 이런 상황은 달갑지 않았다. 히어로 보다 강한 사이드 킥, 용

사의 첫 번째 동료 포지션을 선점해야 하는데 일이 이상하게 꼬이고 있으니. 뭐, 소희도 그렇게까지 유명

세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빠르게 끓어오르고 금새 식어버리는 냄비의 민족성과,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는 히어로 관련 사건 사

고 때문일까. 소희에게 집중되어 있던 시선은 1달이 채 지나 봄이 오기도 전에 식어서 사그라든 상태..

[속보] 1구역 관공서에 대형 화재, 1구역도 안전하지 않은가?

[김의정의 히어로 다시보기] 습격 당하는 순찰 히어로, 이대로 괜찮을까?

[연합담론] 연이은 화재, 정말 협회만을 노린 걸까

내가 소희에게 묻혔듯이, 소희 또한 테러리스트들에게 묻혀버린 것이다.

‘진짜 귀찮은 새끼들이네...’

점조직이다 보니 붙잡아도 다른 테러범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없는 거 빼곤 다 있다는 지하 도시에도 정

보가 없을 정도. 심지어 자기가 조직에 속했다는 것도 모르는 녀석들이 돈을 받고 불을 지른 적도 있다고

하니.

‘다른 짓거리는 하지도 않고... 뭐 때문이지?’

A급 히어로가 된 유명 인사 소희의 단말기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니 답답함이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순찰하는 히어로를 습격한 것은 동네 양아치일 뿐이고, 테러 단체는 여전히 방화를 하고 다닌

다는 정보 밖에 없었다.

내가 있던 건물, 2구역 정보 처리 사무실을 시작으로 1구역, 3구역까지 뻗어 나가 다양한 건물에 불을 지

른다. 정보 처리 사무실을 집중적으로 노린 것도 아니다. 보급 물자가 있는 창고, 폐기물 보관소 등 불을

질러도 피해가 없는 수준의 위치까지 노리고 있으니.

직접 가서 정보를 얻자니 2구역에 묶여 있고, 피를 빨아도 나오는 정보가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건물 하나 하나 불타 오르는 게 거슬릴 지경. 사실 순찰 업무로 전환 되었으니 별 상관은 없지만 사람의 심

보가 그렇다.

‘이 개새끼들, 날 잡고 밟아 놔야 하는데.’

나한테 피해를 준 놈들이 제 멋대로 설치고 다니는 것을 기분 좋게 바라볼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 새끼

들 때문에 했던 서류 업무를 다시 하느라 마신 아메리카노가 몇 잔이고. 차라리 목숨을 걸고 싸우다가 팔

다리가 날아가는게 낫지, 미터 단위로 쌓인 서류를 나눠 가지는 것은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다.

“어우, 왜 또 그렇게 인상을 쓰고 있어?”

“아니, 얘들 좀 잡았으면 하는데...”

단말기를 노려보고 있으니 등 뒤에서 누군가 머리를 쓰다듬는게 느껴진다. 뭐, 나 모르게 다가올 수 있는

건 소희밖에 없지만. 존재만으로 흡혈귀를 태워 죽이는 오오라를 지녔지만, 기감을 완벽히 감추고 돌아

다니는 걸 보면 참 이게 게임이 맞나 싶기도 하고.

“그때 그 방화범들? 특이한 놈들이긴 하지. 사람은 안 건드리고 인적 없는 건물에 불만 지르고 도망치잖

아?”

“...그러네, 인명 피해는 전혀 없구나. 부상자 조차 없어.”

“그래, 너무 신경 쓰지는 마. 오늘은 하린이가 안 온다니까 우리끼리 오붓하게 저녁이나 먹자. 지난번에

가보고 싶은 생선구이 집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옆에서 소희가 재잘대는 것을 배경음 삼아 잘 굴러가지 않는 머리를 굴린다. 음모를 꾸미는 놈이 있으면

목을 베고, 머리를 써야 할 일이 있으면 참모를 구해 게임을 하던 것이 이런 곳에서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구나.

자꾸 테러, 테러 하니까 시선이 그 쪽으로 쏠렸던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처음부터 히어로가 목표가 아니라

재산이 목표였을지도 모르지. 그렇다고 해도 목적을 알아낼 수는 없지만. 역시 머리를 쓰는 것은 나 말고

다른 녀석에게 맡겨야 한다.

“그래서, 왜 또 온겁니까... 안 그래도 지금 금괴 처리때문에 죽을 것 같은데.”

“야, 누가 너네 조직을 공격하는데 애들은 안 건드리고 물건만 부수고 튀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골치아프다는 듯 이마를 부여 잡고 끙끙거리는 모습에, 준비해 둔 주머니를 꺼냈다. 이번에는 금괴가 아

니라 보석이라 처리하기 더욱 어려울 걸. 잘그락거리는 소리에 시선이 몰리자 슬쩍 주머니의 끈을 풀어

내용물을 보여준다. 손톱만한 다이아몬드, 손가락 마디 만한 사파이어, 사람 눈동자 크기의 루비.

“아오 씨... 재산만 노린 거라면 뭐,”

“그거 우리 애들이 물건 팔 때 쓰는 방식 아니야?”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백정아 대신, 근육질의 여학생이 대신 대답한다.

“물건 팔이?”

“영업장 가서 기물만 부수고 튄 다음에, 수리하는 사람이나 물건 파는 사람을 연결시키는 방식.”

[작품후기]

설날 잘 보내셨습니까. 제 핸드폰 액정과 노트북이랑 USB는 잘 보내지 못했읍니다.

핸드폰은 주머니에서 떨어졌는데 잘못 떨여졌는지 금이 갔고

노트북은 한 번 퍼져서 수리받고 왔네요.

USB도 고장나서 노트북 수리하는 김에 새로 샀습니다

새해 액땜 제대로 했네요. 집에 일이 많아서 메이플 아델도 이제 고작 170이고 몬헌 아이스본은 스토리

절반도 진행 못한 상태. 아 꼐임하고싶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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