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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라는 단어가 편해서 사용하는 거지, 정확히 말하자면 격이 높아지는 것이다. 죽은 시체에 정령이 깃
든 상태인 구울, 굴라들은 죽었지만 흡혈귀가 피의 마법으로 생명만 붙여 두고 있는 상태. 한 번 죽은 시
체가 근육이 늘어나고 뼈가 자라는 둥 성장할 리 없다.
구울과 굴라가 이루는 성장은 결국 시체에 영혼을 붙들고 있는, 흡혈귀가 준 피가 늘어나고 질이 좋아지
며 일어나는 변화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진화한다고 얘들도 같이 진화를 하냐고 물어본다면 당
연히 아니다.
자른 머리카락, 깎은 손톱이 시간이 흐른다고 성장할 리 있나?
구울과 굴라를 진화시키기 위해서 특별한 무언가를 먹이는 이유는 그들의 몸 안에 있는 흡혈귀의 혈액을
진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흡혈귀로부터 떨어져 나왔으니 따로 경험치가 될 만한 것을 먹여 줘야지 진화
가 가능한 것이다.
결국 그녀들의 몸 속에 있는 내 혈액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간 상태인데 무슨 공명 현상도 아니고 지 멋대
로 변할 리가 없는 것이니까. 사람들이 헌혈을 한 다음에 병에 걸린다고 혈액 팩 속에 있는 혈액을 폐기하
는 일이 존재하겠는가?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방치한 부하들이 진화했다. 내 몸에서 떨어트려 둔 혈액이 변화했다. 심지어 진화 방향도 조금 이상한 방
향. 육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거나, 사용 못하던 마법을 사용하고 초능력이 깨어난 것도 아니다.
외모가 아름다워지고, 성적 민감도가 늘어났다.
‘빼박 야겜이자너, 씨발...’
성별이 다르다지만 남녀 역전 세계에 있는 이상 ‘정력’이 이 시대의 남성, 아니 여성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뼈저리게 안다. 지금 그녀들의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재앙과도 같은 상황. 어느 날 악마가 나
타나 속삭이는 것과 같다.
- 미남이 되는 대신 조루가 될 테냐?
누가 미쳤다고 YES를 외칠까?
하지만 악마는 이름값을 하겠다는 것 마냥 이미 이목구비를 보정해 주고 피부를 곱게 만들어 주고 가슴
크기도 키워준 다음 조루로 만들고 후다닥 튀어 버린 상황. 가슴이 풍만해지고 각선미가 매끈하게 빠지
면 뭐하겠는가. 20대 초반 청년이 평범남에서 훈남이 되는 댓가로 X뚜기 3분컷이 된 상황인데.
“아니 무슨... 진화 맞아요? 퇴화지.”
먼저 정신을 차린 김세민이 서글프게 중얼거린다. 이유는 몰라도 과정은 알 것 같아서 달래 줄 방법이 없
는 게 미안할 정도. 중간에 정신을 차리고 마사지를 핑계로 빠져나간 김세민 대신 거진 2시간을 쑤셔진
이소정은 소파에서 허리를 움찔거리며 자빠진 상태.
“니들 주인인 내가 남자라서, 나한테 맞게 진화하는 것 같은데.”
서글픈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는 김세민이지만 이건 어찌 할 방법이 없다. 남녀 역전 모드와 19금 모드의
충돌과도 같은 것이니까. Tag : Femdom이 취향인 남자가 아니라면 강한 여성한테 쥐어짜이는 것 보단
아랫도리로 여자를 뿅가게 하는 것을 좋아하겠지.
남녀 역전 세상은 떡타지에 나온 설정 중 하나였다. 그 말의 뜻은 19금 모드가 상위 호환에 있으니, 그녀
들의 진화는 성인용 게임에 맞게 따라 간다는 것이다. 다른 남자들이랑 할 때는 어떨 지 모르지만... 주인
이 된 나한테는 철저하게 범해지는 몸으로.
“저기 그러면 저희는 계속...?”
“음, 그래도 정력이 약해진다고 쾌감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괜찮지 않을까?”
“여기서 괜찮다고 말하면 여성의 무언가가 무너지는데요...”
3분 안에 찍 싸도 기분만 좋으면 괜찮지 않냐는 질문과 다를 바 없는 내 말에 김세민의 얼굴은 펴질 줄을
몰랐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뭘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게 없는데. 소희와 몸과 혈액을 섞으면서 내가 변이
를 일으켰고, 그 결과로 그녀들의 몸 안에 있는 내 혈액이 공명해서 변화를 일으킨 것 같으니까. 물론 확
실하지는 않고 게임 경력으로 뇌피셜을 짜 본 것이다.
내가 소희와 헤어지지 않는 이상, 그녀들은 점점 음란한 몸으로 변해 갈 것이다.
그녀들의 입장에서는 정력 감퇴라는 고개 숙인 여성의 꼴이지만.
“뭐 어쩌겠어. 잘 정리하고 돌아가. 다음 번에도 또 이렇게 변할 것 같으면 충동적으로 달려들지 말고 최
대한 기록이라도 해 봐.”
짝 소리가 나게 소파에 엎어진 이소정의 엉덩이를 두드리자 소파를 적시며 다시 한 번 끄으윽~ 소리를 내
며 허리를 들썩인다. 그 모습에 무심코 엉덩이를 몇 번 더 두드리지만, 옆에서 느껴지는 서글픈 시선에 자
연스럽게 손을 멈췄다.
슬픈 눈으로 친구의 엉덩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백합 전개 보다는, ‘이제는 엉덩이만 맞아도 찍 싸는
조루가 되었구나...’ 와 같은 느낌을 담고 있었으니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그대로 룸을 빠져나왔
다.
예쁜 누님이 엉덩이를 찰싹 두드렸다고 그대로 사정하는 건 오네쇼타 같은 특수 상황에서도 보기 힘든 조
루가 아닐까? 워낙 민감하게 발달한 몸에,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서 무심코 괴롭혀 버렸더니 저 꼴. 정말
나와의 섹스만을 위해 진화 한 육체와 같았다.
‘아이 씨, 저걸 어쩌지?’
아무튼 현자타임이 오니 나름 부하 1호 2호인데 심리적으로 케어를 해 주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녀
역전 세계여서 맘 편히 섹스를 했다지만 저 둘은 첫 부하들. 부하 1호 2호가 20대 초반부터 정력에 문제
가 생겨 고개 숙인 여성의 대표로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으니까.
그래도 다른 게임이랑 비교하면 개국 공신이라 재상과 대장군 감투는 씌워 줄 애들인데 불쌍하잖아.
‘이쪽 세상도 정력제랍시고 뭘 먹나?’
룸 앞을 지키고 있는 가드들에게 니들은 정력제로 뭘 먹니? 라고 물어보려다 그만두었다. 룸 안에는 두
명의 여성 부하들이 있는데 그걸 물어본다면 마치 안의 두 명이 정력을 보충해야 해서 보스인 내가 마음
을 쓰고 있다는 것을 만 천하에 드러내는 꼴이니까.
“일은 잘 해결되었습니까?”
계단을 내려가니 공손히 서 있는 김한나와 졸개들이 보인다. 흔치 않은 광경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지
만 클럽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 광란의 약쟁이들과 매춘부들은 내 얼굴이 익숙한지 멍 하니 이쪽을 바
라보는 얼치기들의 가방에 손을 슬쩍 집어넣는 상황.
“그래, 생각보다 별 거 없더라. 아, 너네 요리사 여자한테 좋은 요리도 잘 만드냐? 우리 마누라한테 먹여
주고 싶은데.”
“여자한테 좋은 음식이라... 뭐, 보양식은 꽤 잘 만드는 편이죠. 오리를 메인으로 한 코스 요리를 준비시킬
까요?”
자연스럽게 김한나에게 툭 질문을 던졌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평범한 건강 식단뿐. 생각해보니 고개 숙인
남성은 체력을 기른다지만 예민한 여성을 위한 음식이 존재할 수 있나? 남자의 정력은 체력을 보충해서
혈액 순환을 시키는 건데, 잘 느끼는 여성은 뭐...
‘아니 시벌, 최음제로 여자를 발정 나게 만들어 본 적은 많아도 못 느끼는 석녀로 만들어 본 적이 없는데.’
두 명이 있는 방에 들어가지 말라고 전해준 다음, 나는 소득 없이 클럽을 나섰다. 보양식이 아니라 감각을
차단하는 마법을 개량해서 걸어줘야 하나? 다음 진화 때 저거보다 더 민감해지면 진짜 마법 술식과 씨름
을 하게 생겼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지하 도시의 골목을 거쳐 지상으로 나가려는 찰나.
“쉿, 소리 지르지 말고 조용히 따라와.”
어설프게 골목길에 숨어 있기에 내 얼굴을 알아보고 조용히 쭈그러든 녀석들인 줄 알았는데 옆구리에 서
늘한 감각이 느껴진다. 처음 보는 여자들이 코트 자락 속에서 칼날을 겨누고 나를 슬그머니 이끌고 있었
다.
B급 육체 강화 능력자를, 식칼로 위협하면서.
‘뭐지 이 병신년들은? 자살 마렵나?’
이 지하도시에 나를 모르는 녀석은 없다. 2명의 부하를 이끌고 중견 조직 하나를 박살내는 것으로 시작해
서, 도시에 금괴를 풀고 중앙의 가드들과 대립한 다음 지하 도시 최대 규모의 경매장을 무력으로 접수한
위험 인물이니까.
반 년도 안 된 기간동안 열 개가 넘는 조직을 맨몸으로 박살내더니 경매장에 눌러 앉아 성접대를 받는 미
소년의 얼굴을 모를 정도로 어리숙한 동네가 아니란 소리다. 애초에 이 동네 녀석이 아니라는 것은 무기
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날카롭게 벼린 회칼, 청테이프 감은 식칼. 허리춤에 숨겨둔 스턴 건과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아 보이는 삼단
봉. 불룩한 주머니에 플라스틱 총이 있는데 화약 냄새는 나지 않는 걸 봐선 테이저 건 같은데.
동네 슈퍼 마켓에서 대전차용 경기관총을 판매하기 위해 총알을 떨이 세일하는 동네에서 총 한 자루 없이
사람을 납치하려 든다? 오 만원만 쥐어 주면 권총 한 자루를 탄창 서비스를 받고 마약 샘플까지 받는 동네
에서?
지금 김한나의 클럽에만 가도 몸 파는 동네 창남들 허리춤에 있는 권총이 몇 자루인데.
‘햐, 유입 새끼들이 있네.’
혹시라도 소희가 지하 도시에 강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림자 박쥐를 한 마리 집으로 보낸 다음, 나를 거
칠게 이끄는 여성들의 안내를 받아 그대로 따라갔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만 더 못 생겼거나 냄새가 났으
면 전부 죽였을 텐데.
[작품후기]
남녀역전물에서 남주인공에게 허덕이는 여자들이 많죠. 생각해보면 그거 서큐버스한테 1분컷 찍 싸는
남자들이랑 다른 게 없네. 그러면 남주인공한테 반하는 게 아니라 자괴감에 찌들겠고. 아마하라가 묘사
한 게 의외로 정석적이군.
2019년 연말을 야설집필로 보내는 내가 레전드. 이런거 나중에 읽고 연말엔 나가서 놀아요. 저는 친구도
거의 없는데 친구들이 허리 다치고 눈 다치는 둥 다양하게 반 병신 상태로 약먹고 있어서 술 마실 사람이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