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화 (100/189)

새로운 이벤트

과거를 떠오르게 하는 최면 마법 몇 개에, 매혹 페로몬 때문에 몸이 달아오른 그녀와 골목에서 질펀하게

뒹구는 일은 없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한 모드의 주인공급 인물이라 그런지 3년이란 시간동안 꽤 발전한

것 같으니까.

‘서리? 열기를 뿜어내는 게 아니라 에너지로 온도를 조절하는 건가.’

“후우... 같잖은 수, 집어 치우고. 무슨 속셈인지 말해.”

크게 숨을 내쉬는 그녀의 입가에서 새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워오르다 얼음 알갱이가 되어 톡톡 바닥에

떨어진다. 몸에서 흐르던 땀도, 대기중에 떠돌던 증기도 전부 그녀의 주변 서리 안개에 닿아 바닥에 자욱

히 깔린다.

‘이야... 고작해야 두 번 봤는데 이게 안 먹히네?’

그녀가 마법을 접한 것은 두 번. 3년간 나 말고 다른 마법사들이랑 줄창 싸워왔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

면 그녀는 고작 CC기에 두 번 걸렸다고 완전면역 상태가 된 것이다. 나처럼 각종 CC기와 메즈기로 먹고

사는 직업 입장에서는 피눈물이 흐를 지경.

흡혈귀의 마법이란 미지의 주술보다는 화학 작용에 가깝다. 피, 페로몬, 영혼과 마나에 담긴 입자로 대상

의 영혼과 뇌를 뒤흔드는 것. 과거를 미화시켜 떠오르게 하고, 신경을 건드려 쾌감을 되풀이하고, 두뇌를

건드려 이성을 흐릿하게 만드는 것. 쇠사슬에 묶여 폭력으로 강간당했음에도 뇌리에 남은 것은 고통이

아닌 쾌락, 두려움이 아닌 그리움.

그것을 고작해야 의지로 이겨낸 것이다.

물론, 이런 불합리한 씹쌔끼들은 NPC나 유저를 포함해 무수히 많이 만나보아서 익숙하다. 나는 목창 하

나 든 노예병 상태로 용병 세 명을 동시에 상대 못하는데, 어떤 놈은 맨손에 팬티 차림의 영양실조 걸린 고

아 캐릭터로 용병단을 몰살시키는게 이 동네니까.

“누나, 너무 성급하면 남자들이 싫어해~?”

너스레를 떨어보지만 도발에 걸려들지는 않는다. 사람이 체온이 낮아진다고 성격도 냉정해지지는 않는

게 당연하지만 뭐, 어느 정도는 게임 스킬이니까 그럴 수 있지.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던 망나니는 온데

간데 없고 서리바람으로 슬금슬금 영역을 넓히며 이쪽의 간격을 재는 노련한 전사가 하나.

“왜, 고작해야 그런 푼돈 가지고 그래.”

그렇다면 이야기를 조금 바꿔야지. 평정심을 흔드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푼돈? 네가 준 돈이 푼돈이라고?”

“그럼, 푼돈이지. 그 아이들이 넘긴 물건이 뭔지 알 거 아니야? 지하도시에서 유출된 폭탄이라니, 그게 지

상에서, 그것도 히어로 협회 옆에서 터졌다고 생각해 봐. 뒷수습 비용이 얼마나 될 거 같아? 지하 도시가

히어로 협회에 사람을 박아 넣기 위해 사용했던 돈과 높으신 분들의 화를 잠재우기 위해 사용해야 할 돈

을 생각해 봐.”

으드득, 작게 이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역시, 그녀는 3년동안 잠적한 게 아니라 히어로 협회의 더러운 부

분을 파고들고 있었나. 나야 이 모드 저 모드 하면서 정의로운 조직 = 100% 암부가 있음 공식을 알고 있

지만, 그녀에게는 이 세상이 전부다.

장기 기증한 시체 빼돌려서 푸줏간에 걸어 두는 새끼들이 마약 팔아서 번 돈을 뇌물이라고 바치니까 좋다

고 받아 먹는 새끼들이 상사랍시고 엣헴거리는데, 저 불 붙은 들소가 들이 박지 않는 것이 이상하겠지. 아

니, 이걸 소희가 알면 소희도 같이 엎어버리려 할 것이다.

“일단... 나는 누나의 적이 아니란 것만 알아 두면 되는데. 이야, 히어로로 등록했더니 무슨 서류 업무가

너무 많더라구요. 그래서 누가 이 조직 부숴줬으면 하는데.”

“개소리 집어 치우고.”

“혼자 조직을 상대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할텐데. 히어로 월급이 꽤 된다지만 히어로 협회의 정보를 구매

하는 건 어지간한 돈으로 안되거든. 지하 도시의 클럽에 가서 내 이름 대고 정보를 구매하고 싶다고 말하

면 되는데.”

“...무슨 의미야?”

“비밀~ 비밀은 남자를 아름답게 한다, 였나?”

아공간에서 물건을 꺼내 휙 소리가 나게 그녀에게 던진다. 그녀 주변을 맴돌던 서리 바람이 휘몰아치며

내가 던진 물건을 요격한다. 바사삭 소리가 나며 바닥에 떨어져 깨지는 돈 다발. 금괴는 다 써서 좀 모양

이 빠지네.

“지하 도시가 별 병신같은 물건들을 팔지만, 정보도 꽤나 잘 취급하더라구요.”

천리안이나 도청, 사이코메트리 같은 등록 안 하면 불법인 초능력으로 이득 좀 보겠다고 지하 도시로 기

어 들어온 애들이 만든 정보 길드가 있으니까.

“무슨 뜻이야!”

“힘 내서, 썩어 빠진 히어로 협회를 뒤집어 엎어주세요~ 라는 뜻!”

와장창 소리가 날 정도로 지폐 다발을 흩뿌려버린 뒤 안개로 변해 날아오른다. 그녀가 슬금슬금 간을 보

느라 몰랐지만, 안개로 변한 상태에서 얼면 HP가 훅 날아가니까. 높게 날아올라 그녀를 내려다 보니 두

리번 거리던 그녀가 지폐를 주섬 주섬 주워 담는 모습이 보인다.

욕실을 가득 채운 수증기와 몽글몽글 올라오는 거품. 손 끝에서 느껴지는 탄탄한 감촉을 만끽하며 열심

히 손을 움직인다. 갈색 거유가 푸릉푸릉 흔들리며 거품 방울을 만들어낸다. 어깨에서 쇄골로, 쇄골에서

가슴으로.

“후우... 무슨 일 있어?”

“음... 재능충은 무섭구나?”

“뭐야, 또 PC방 갔다가 게임 털리고 온 거야?”

히쭉 웃은 그녀가 거품 묻은 손으로 내 등을 어루만진다. 욕실에서 김이 모락 모락 나오는 욕조는 방치한

상태로 우리는 서로에게 거품을 문지르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소희의 얼굴이 점점

앳되지는 것 같은데.

“누나, 육체 강화 되면서 어려지는 것 같은데.”

“어... 그렇게 철 없는 발언이었나?”

“아니, 얼굴이 정말 어려졌다고.”

육체 강화 초능력에 용사의 신성력 보정을 받은 그녀의 피부야 언제나 맨들맨들 하고 탱글탱글 했다. 건

조한 겨울에 로션 따위 바르지 않아도 튼 살은 없었고, 오래 걷는다고 발 뒷꿈치가 갈라지거나 팔꿈치가

검게 되는 착색 현상 따위는 없다. 긴 머리를 대충 말려도 두피가 상하지 않으니 비듬이 없고 피부 세포가

늙어 죽는 일이 없으니 때를 박박 밀어도 때가 나올 일이 없는 것이 그녀의 육체.

언제 껴안아도 매혹적인 몸이야 둘째 치고 얼굴이 점점 어려지고 있었다. 안좋은 방향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뭐라 해야 하지, 얼굴의 미모는 유지하되 점차 내 또래로 변하는 기분. 30살 미녀와 20살 미녀

는 느낌이 다르지 않은가.

미녀 배우에서 아이돌로 변했다, 같은 느낌.

“어휴,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아니이, 빤히 보이는 칭찬이 아니라 진짜라고.”

눈매가 살짝 올라가고, 입가가 살짝 움직이고, 콧볼이 아주 약간 날렵해지는 수준. 남녀 역전 세계인지라

자기 외모 관리에 관심이 없는 소희는 대충 세수를 하고 넘어가느라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지만, 이렇게 코

앞에서 얼굴을 맞대는 나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캐릭터 커스터 마이징 시간만 따져도 주 단위로 정산할 수 있는 빠요엔이 사람 얼굴을 못 알아 볼까.

“그래? 뭐, 초능력 등급이 오르면서 또 교정되나.”

자신의 외모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듯, 등에서 거품을 내던 손이 슬금 슬금 엉덩이로 내려온다. 부드럽

게 쓸어내리는 손길과, 맨 가슴끼리 마주 닿는 감촉에 물건에 힘이 단단하게 들어간다. 우뚝 솟은 내 아랫

도리를 흐뭇하게 바라보더니 그대로 샤워기를 내게 향한다.

“뜨겁지는 않지?”

“응, 딱 좋네.”

목덜미에 쏟아지는 뜨듯한 온수가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며 온 몸의 거품을 씻어낸다. 거품을 전부 씻어

낸 다음 자연스럽게 샤워기를 받아 목 아래부터 천천히 소희의 몸을 씻어준다. 긴 생머리가 물을 먹은 상

태로 어깨에 걸쳐져 바디 워시 거품을 잔뜩 머금지만, 신성력으로 보호 받는 머릿결은 고작 그 정도에 상

하지 않는다.

‘머릿결은 안 상하는데 왜 탈모는 고쳐지지 않는 걸까.’

생각해보면 성기사나 사제들 또는 육체 강화 능력자들은 머릿결이 좋거나 머리카락이 없거나 극단적인

양자택일이네. 그런 시답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다가 갑작스런 자극에 허리를 움찔거렸다. 다른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 처럼 그녀가 뜨거운 손으로 내 물건을 쥐어온다.

“누나? 나가서 하기로 했잖아.”

“그래, 하는 건 나가서 할게. 어서 씻겨줘.”

뜨거운 물로 거품을 씻어내고, 서로를 수건으로 닦아준다. 바싹 독이 오른 내 물건을 허리를 숙여 살살 수

건으로 비벼주는 그녀. 그대로 이마에 입을 맞추자 배시시 웃더니 나를 안아 올린다. 음, 여자에게 리드를

당하는 것도, 그녀가 나를 챙겨주고 보호하려는 것도 익숙하지만 공주님 안기를 당하는 것은 적응이 되

지를 않네.

침대 위에 풀썩 던져진 상태로 그녀를 바라본다. 미처 닦아내지 못한 물방울이 탄력적인 그녀의 가슴 위

를 또르르 굴러간다. 씨익, 멋들어진 미소를 보여준 그녀가 침대 위에 올라와서 나를 내리 누르며 위에 올

라탄다. 중력에도 불구하고 처지지 않는 탄탄한 가슴이 얼굴 위에서 푸릉푸릉 흔들린다.

역시, 이렇게 깔리면 뭔가 묘한 기분이야.

[작품후기]

다음주면 기말고사네요. 맞춤법 검사도 안하고 일단 올립니다.

손으로 실험 보고서 쓰는 친구가 1학년 이냐구요?

3학년인데 손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해하긴 참 힘든 교수

군필복학생 아저씨 셋이서 카페에 머리 모으고 손으로 깜지 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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