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5화 (85/189)

휴식

푹신푹신한 침대, 뜨겁게 달아오른 피부, 몸 구석 구석을 핥아가는 뜨거운 숨결. 매혹적인 갈색 피부 위를

매끄럽게 헤엄치던 땀방울이 똑 떨어져 내 피부에 닿는다. 고작해야 한 방울이지만 예민하게 증폭된 감

각은 그 뜨거운 느낌까지 잡아낸다.

‘아… 이건 부작용인가?’

“후우… 괜찮아?”

귓가에 속살거리는 목소리부터 땀에 끈적하게 젖어 맞닿은 피부까지 어느 하나 쾌락이 부족한 게 없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역시 의심이 가는 것은 소희가 용사로 각성한 것. 전투 관련

된 부분은 각성하자 마자 괴물이 되더니, 침대 위의 전투는 이제야 익숙하게 되었나?

가장 큰 원인은, 데이트랍시고 히어로 협회에 가서 신성력이 있는 음식을 먹여서 그런 걸지도.

용사와 천사가 게임 모드가 다르다 해도 일단 ‘선’ 진영이니까 좋은 시너지가 있을 지도 모르지. 간만에

느껴지는 나른한 무기력함에 온 몸에서 힘을 풀고 침대에 몸을 뉘였다. 쯉쯥 소리가 나게 내 목덜미에 입

을 맞추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얼굴과 어깨를 간질인다.

딱히 대화는 없었다. 이 침대 위에서 몸을 섞은 횟수가 백 단위에 가까워질 무렵인데. 그저 양 팔을 뻗어

내 위에 반쯤 드러누운 소희를 끌어안았다. 느긋한 쾌락도 좋다 생각했는지 그녀 또한 나를 껴안으며 내

위에 몸을 뉘였다.

가슴에 비벼지는 탄탄한 가슴의 감촉과, 살살 내 피부를 긁는 단단하게 선 유두의 감촉. 목덜미를 쓰다듬

으며 머리카락을 살살 만져주는 손가락이 부드러워 눈을 지긋이 감자 입술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진다.

에너지 팩 옮기기 따위, 초능력을 사용하면 1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나는 학교의 징계 사안으로 나왔고

소희는 나의 보호자 겸 조력자로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학교의 오후 수업을 땡땡이 치는 모양새가 되었

다. 봉사 끝나고 학교로 오라는 말이 없었으니 알아서 하겠지.

사그락 거리는 이불소리와 우리 둘의 숨소리만이 방을 가득 채웠다.

새하얀 피부는 마치 눈 같았다. 눈 보다는 빙수라 해야 할까. 침대에 드러 누워 나른하게 늘어진 소년의

나체를 보면 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른 편이지만 날씬하게 잘 빠진 근육과 햇빛 한 번 받아본 적 없는

것 같은 새하얀 피부. 둘의 조합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는 경탄을 자아내게 했다.

“후우… 괜찮아?”

작게 속삭여도 대답은 없었다. 문득 목소리가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를 조용히 끌어안는 그 나

긋한 손짓에 나도 내 밑에 깔린 그 탄탄한 육체를 껴안았다. 건장한 성인 여성이 위에서부터 짓누르며 껴

안았지만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평온한 얼굴. 새삼 같은 능력자 라는 사실이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애인이 생기고 몇몇 친구들, 혹은 학교 가드들과 이야기를 할 때 가끔 나오는 주제가 민간인과 능력자의

성 관계 문제였으니까. 여자가 능력자면 남자가 성욕을 버티질 못하고, 반대로 남자가 능력자면 여자가

몸이 상할 수 있다니까.

잠시 딴 생각을 하자 알아차렸는지 두 눈이 조용히 나를 바라본다. 새카맣지만 어째서인지 새빨갛다고

생각이 드는 맑은 눈동자. 흡혈귀의 특성 때문일까? 빛 한점 없어 보이는 새카만 눈동자와 새카만 머리카

락은 하얀 피부와 대비되어 가끔 사람이 아니라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흡혈귀면 사람이 아닌 게 맞나? 어… 이종간?

마주보며 껴안은 팔에 힘을 줘서 몸을 비빈다. 나체의 소년 위에 올라타 위 아래로 알몸을 비비다니 어째

서인지 너무나 변태 같고 도착적인 행위 같지만 온 몸으로 느껴지는 만족감이 그런 생각을 즉시 몰아낸

다. 직접적으로 삽입은 하지 않았지만 온 몸으로 이 서늘한 피부를 즐기기 위해서. 사그락 거리는 이불 소

리와 거칠어지는 숨결 소리만 방을 가득 채운다.

마주 껴안고 깊게 숨을 들이쉰다. 마치 깊은 물 속에 빠져드는 사람들처럼. 두피가 시원하다고 좋아하는

쿨 샴푸의 냄새, 서늘한 피부에서 나는 은은한 달짝지근한 냄새, 그리고 껴안고 있으면 어느 순간 몸 안에

불을 붙여버리는 것 같은 냄새.

‘달콤한 냄새.’

껴안고 목덜미에 숨을 들이쉬며 이런 생각을 하는 걸 알면 변태라고 생각할까? 지금까지 해 온 걸 봐선 조

용히 웃으면서 껴안아 줄 것 같긴 한데. 나른한 표정으로 눈을 감는 모습에 참지 못하고 그대로 입을 맞춘

다. 피부처럼 서늘한, 그러면서 부드럽고 달콤한 입술.

편안해 보이는 표정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아 짧게 쪼듯이 입을 맞췄다. 쪽 쪽 소리가 나도록 입술로부터

갸름한 턱, 오목한 쇄골까지. 입술도 피부도 땀으로 젖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단 맛이 나는 것 같았다.

오감 중 만족되지 않는 것이 없음에도 아랫배가 불만으로 조금씩 뜨거워지는 기분이 든다.

흡혈귀가 되면 체향도 체액도 달짝지근해지는 것일까?

하지만 누구에게 물어보랴. 지금 여기서 몸을 내게 맡긴 이 소년의 육체는 온전히 나의 것인데. 가슴 한

구석에서 올라오는 음습한 독점욕이 기쁘게 춤을 춘다. 버드 키스를 계속 하니 간지럽다는 듯 배시시 웃

는 모습에 결국 아랫배 깊숙한 곳에 커다란 불이 붙는다.

“오늘은… 그냥 가만히 있어 볼까?”

귓가에 속삭여오는 한 줄기 문장이 벼락처럼 뇌리에 새겨진다.

“아… 그런 말 들으면 여자의 자존심이 가만히 못 있지.”

포옹을 살며시 풀고 상체를 세워 탄탄하고 매끈한 육체 위에 다시 앉는다. 그 와중에 출렁이는 가슴을 보

고 톡톡 건드리다 마는 하늘이의 모습을 보니, 오늘은 정말 가만히 있을 모양인가 보다. 베란다에서는 아

직 대낮의 햇빛이 방 안을 환히 비추고 열기로 가득한 방은 마치 사우나처럼 느껴진다.

엉덩이 아래로 느껴지는 잘 빠진 소년의 육체. 골반을 살살 흔들어 조금씩 내려가자 까끌한 감촉이 느껴

진다. 서늘한 피부와 대비되는 뜨겁디 뜨거운 살기둥이 엉덩이 아래에서 이리 저리 휘어진다.

“오늘은 껴안고 하자…”

문득 재미가 들려 엉덩이를 이리 저리 흔들고 있다 나른하게 속삭여오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다시 상체

를 숙였다. 아기가 응석을 부리듯 가슴팍을 파고 들어와 뺨을 부비는 그 감촉에 어쩔 수 없이 양 손으로 부

드러운 머리카락을 껴안는다. 가슴 골 사이를 간질이는 깊은 숨결.

얼굴은 보이지 않아 아쉽지만 양 팔을 붙잡고 키득거리는 숨결이 느껴진다. 침대 위에서 행해지는 약간

짓궂은 장난. 하지만 한 두 번도 아니고 이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 익숙해진 상황. 그렇다고 해서 질

리는 건 아니지만.

골반을 살살 흔들었다. 이게 뭐더라, 스마타였나? 예전에 어디 야동에서 보고 할 거면 그냥 삽입하지 왜

저러고 있나 싶었는데. 뜨거운 살기둥이 이리저리 부벼 지는 것이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다. 그대로 골반

을 앞으로 밀고 와 허리를 살짝 들어올린다.

“…너무 능숙한데.”

“네 덕분이지.”

불만스럽다는 듯 가슴을 살짝 깨물어오는 하늘이었지만, 딱히 제지는 하지 않았다. 허리를 빙글빙글 돌

리다 그대로 위로 올리자 스프링이 튕기듯 딱딱하게 솟아오른 살기둥이 엉덩이 밑에서 튀어나와 나의 볼

기를 때린다.

‘참… 언제나 생각하지만 커다랗단 말이지.’

뿌리를 깔고 앉았는데 귀두가 엉덩이를 쿡쿡 찔러 올 정도라니 얼마나 빳빳하고 단단하게 서 있는 건지.

당장이라도 고개를 돌려 그 우람한 자태를 바라보고 싶었지만, 가슴에 매달린 소년의 응석은 끝을 모른

다.

‘그리고 가슴을 왜 좋아하는 걸까.’

물컹거려서 베개에 얼굴을 묻는 기분인 걸까? 엉덩이살을 찔러오는 살기둥이었지만, 이 자세로 삽입은

힘들겠는데. 가슴에서 얼굴을 떼어낼 생각이 없는 그의 얼굴을 껴안고 그대로 살며시 상체를 세웠다.

햇빛이 밝게 빛나는 대낮, 침대 위에서 나체의 소년과 마주본 상태로 그 나체 위에 올라탄 여성이라니. 자

세가 자세인지라 껴안고 누워 있는 거 보다 훨씬 야시시하게 느껴진다. 왼 손으로 하늘이의 뒷머리를 받

쳐주고, 오른손을 뒤로 뻗어 뜨거운 불기둥을 잡는다.

조금 창피할 정도로 젖은 살틈 사이로, 뜨겁고 흉악한 귀두가 파고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천천히 허리

를 내리자 느긋이 파고드는 침입자의 느낌 때문에 질 내부가 완전히 느껴진다. 마치 뜨겁고 매운 음식을

먹으면 목구멍에서 위까지 움직이는 것이 느껴지는 것처럼.

‘…이 자세에서는 뭘 좋아하더라?’

“후아… 안 움직여줄 거야?”

가슴 골 사이에서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와 골반을 살살 돌렸다. 이리저리 짓눌리면서도 굳게 서서

중심을 유지하는 소년의 뜨거움이 뱃속 깊은 곳에서 계속해서 느껴진다. 하긴 언제 약점을 공략해서 먼

저 보내 버렸다고. 여자와 연상 모두의 자존심이 조금 깎이는 것 같지만, 함께 쾌락의 절정에 다다르는 것

은 나쁘지 않으니까.

문득 벗어 둔 기계에 눈이 돌아갔다. 아직도 오후 2시.

시간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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