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알몸으로 침대 위에 마치 개구리처럼 푹 퍼져 있는 여성. 바들바들 떨리는 엉덩이 사이에선 진득한 정액
이 흘러나와 침대를 더럽히고 있었다. 여유를 잃지 않는 것도 한 서너번 까지었나? 하긴 VIP고객으로 오
는 남자들이 나 같은 육체 강화 초능력자랑 비교되긴 힘들 테니까.
찰싹 소리가 나게 볼기를 한 번 두드렸지만, 입담이 꽤 좋던 이름 모를 여성은 정신을 차릴 기미 따위 없었
다. 입으로 세 번 뽑아줬는데도 몇 번이고 사정을 더 할거라고 예상을 못 했는지 중간부터는 그저 울면서
엉덩이만 씰룩였으니까. 결국 육체 강화 능력자인가 아닌가는 정력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
다.
아직 완전히 만족한 건 아니지만, 기절한 저 여자를 좀 더 쑤셨다가는 정말 망가질 테니까. 지금도 부어올
라서 아파 보이는데. 옷걸이에 걸려 있던 의복을 챙기고 밖으로 나오니 두 명의 양복 여성이 대기하고 있
었다.
“아아, 혼자 돌아갈 테니까 오지 마요.”
“예, 알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더니 검은 리무진이 저 멀리 사라진다. 부슬부슬하게 내리는 미지근한 빗방울을
맞으며 거리를 걷고 있자니 시장 바닥이 매우 소란스럽다.
…비?
지하 도시 환풍 시스템에 세워진 도시에?
“아오, 시발! 가판 치워!”
“화약에 물 안 들어가게 빨리 뚜껑부터 닫아!”
“물건에 이상 있는지 없는지 먼저 확인해라!”
가판을 벌이고 있던 상인들은 화들짝 놀라 물건을 치우고 있었고, 길거리를 걷던 행인들은 이 빗방울이
의심스러웠는지 마치 벌레들이 사람을 피하듯 뿔뿔이 흩어져 건물 속으로 사라졌다. 북적이던 거리가 5
분이 되지 않아 휑하게 비었다.
‘별 거 없는 물방울인데.’
피부를 태우지도 않고, 독성도 없고, 안에 미세한 바이러스나 세균도 없고. 마력이나 신성력 등 다양한 근
원력은 느껴지지도 않는 깨끗한 물. 이 정도면 비가 아니라 누군가 스프링 쿨러를 틀었다고 봐도 되겠는
데.
멍하니 걷다 보니 어느새 옷은 젖었고, 말리는 데 10초도 걸리지 않으니 그대로 걸었다. 젖은 머리카락과
셔츠가 피부에 들러붙었지만 뭔가 신기한 기분이라 즐거워서 놔 둔 상태로. 옷을 입고 깨끗한 물에 적셔
지는 게 마치 물놀이를 하는 것 같아서.
“이, 이 개새끼들이!”
“얌전히 투항해라!”
조용해진 도시 한 구석에서 고함소리가 울려 퍼진다. 내릴 리 없는 소나기에 바삐 도망치는 사람들은 평
범한 일상이거니, 하고 비를 피하러 가지만 나는 다르다. 이미 흥미 위주로 비를 맞으면서 돌아다니는데
이런 흥미로운 사건이 있으면 얼굴을 디밀고 보는게 게이머의 귀감 아닌가.
뭔가 이상한 일이 있으면 이벤트성 퀘스트인가, 싶어 언제 어디에서나 고개를 디미는 것. 그게 게이머의
본능이다. 엮이면 귀찮다고 빠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엮이는게 귀찮으면 이런 게임을 왜 해. 그냥 모
바일 기기로 방치형 게임 하나 받아서 24시간 켜 두고 말지.
“B-2구역, 거수자 확인. 히어로 협회의 끄나풀인가?”
“상대는 화염을 다룬다. 스프링클러의 수압을 높여!”
담벼락을 딛고 허공을 박차 날아간다. 물안개 속에서 굳이 하늘도 아니고 어두컴컴한 지하 도시의 하수
도 천장을 바라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마음껏 날개를 펼쳤다. 평범한 흡혈귀의 것보다 두 배가량 두껍
고 커다란 날개가 옅은 물방울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펄럭이자 달리는 것 이상의 속도로 날아갈 수 있었
다.
‘날개빨 쥑이네.’
솔직히 흡혈귀의 박쥐 날개는 전투적인 비행에는 어울리지 않는 얇고 하늘하늘한 아바타 날개라서 조금
불편했었는데, 소희의 피를 빨아먹으니 육체 자체가 전투에 어울리도록 점점 변하는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이건 이거.
“수압, 수압 더 올려! 미친, 습도가 95%인데 화력을 뽑는다고?”
치이익 소리와 고함 소리가 함께 울려 퍼지는 곳에 도착하니 그때 그 양복 입은 여성들이 잔뜩. 내가 사건
을 일으켰을 때와 같이 지하 도시의 중심부에서 파견 나온 요원 비슷한 녀석들인지 무전기에 대고 열심히
소리를 치고 있었다.
분무기로 뿌리는 정도의 이슬비는 이제 툭 투둑 소리가 날 정도의 장대비가 되었고… 아니, 무전에 대고
고함치는 걸 들어 봐서는 지하 도시 화재 진압용 스프링클러가 맞겠구나. 아무튼 그런 물줄기 속에서 붉
은 머리의 여성은 온 몸으로 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야, 빨간 머리는 또 처음 보네.”
학원물 배경에, 정조 역전 세상에, 히어로에 천사 악마 용사 마왕이 전부 있는 뒤죽박죽 스까무라 세계관
이지만, 결국 배경은 통일 한반도. 현실성을 반영한 모드라 그런지 아무리 초능력자에 마법사라 해도 한
국인이라면 검은 머리에 검갈색 눈동자였는데.
“누, 누구냐!?”
“음, 무슨 남학생이…?”
양복 입은 인물들의 눈동자들과 새빨간 눈동자가 동시에 이 쪽으로 향한다. 그래도 이 지하 도시에서 선
글라스를 끼고 다니지는 않네. 시답잖은 감상을 하며 내리 앉자 침 삼키는 소리가 슬며시 들려온다.
그러고보니 지금, 셔츠 한 장에 젖은 상태라 살이 좀 비춰 보이나.
“하던 거 계속 해 봐. 궁금해서 왔으니까.”
“저희 일에 끼어들지 말고 돌아가시죠.”
“어라, 이런 상황이면 보면 안될 걸 봤다고 살인멸구를 시도하지 않나?”
슬그머니 끼어들자 무전기를 쥐고 있던 양복녀 하나가 슬그머니 내 쪽으로 와서 몸으로 시야를 가린다.
하지만 위압적인 행동과는 달리 말투는 정중 그 자체. 하긴, 바깥 세상도 아니고 지하 도시에 얇게 입은
미소년이 비를 맞으면서 날아 다니면 둘 중 하나겠지.
높으신 분의 애첩이거나, 스스로가 능력자거나.
날개를 봤으니 평범한 남자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테니 정중하게 구는 건가. 지하 도시의 불량배 따
까리 주제에 교육 하나는 잘 받았네. 생긴 것도 그렇고, 우락부락한 몸에 검은 정장도 그렇고 다짜고짜 덤
벼들 것 같이 생겼으면서.
“그런데… 나 한테 한눈 팔 때가 아닌 것 같은데.”
가려진 시야 뒤에서 뿌옇게 올라오는 증기가 늘어나더니, 이내 콰아앙-하는 굉음이 귓가를 때린다. 황급
히 뒤돌아 뛰쳐나가는 여성 덕에 시야가 트인다. 마치 온천이라도 터진 것처럼 뭉게뭉게 올라오는 증기
구름과 이리 저리 나뒹구는 양복 여성들.
“개- 새끼들아!”
그리고 중앙에서 서류 하나를 껴안고 미친 개 마냥 날뛰는 붉은 머리 여성. 새하얀 피부와 대비되게 머리
카락도 붉고, 눈동자도 붉다. 자연적인 빨간색 보다는 능력이 올라와서 정말 루비처럼 붉게 변한 것 같은
데. 증기 구름 속에서 움직이니 빨간색 레이저포인트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처럼 안광도 밝게 빛나고
있고.
눈에 마력을 돌리지 않으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짙은 증기. 그 안에서 붉은 빛 두개가 미친 것 움직이
면, 윽 크엑! 하는 여성들의 비명이 들리며 증기 밖으로 양복녀들이 팔 다리가 꺾인 상태로 날아간다.
증기가 사라지고 스프링클러의 물줄기도 그쳐갈 무렵, 축축하게 젖은 골목에는 후끈한 공기와 함께 허덕
이는 붉은 여성만이 제 발로 서 있었다. 끽 소리도 못 내고 기절한 여성들의 틈사이에서 나는 그녀에게 말
을 걸었다.
“이야… 결국 다 이겼네?”
짝짝, 장난 삼아 박수를 치니 이를 갈며 골목에 몸을 기대는 여성. 머리 위부터 아래까지 쭉 살펴보니 견
적이 나온다. 몸에 쫙 달라붙어 머리통만 한 가슴을 보여주는 보디 슈트, 품에 귀하게 껴안고 있는 서류
철, 손목에 있는 특제 스마트 기어. 귓가에는 고장 난 걸로 보이는 인 이어가 껴 있어 거칠게 빼 버리는 모
습.
“그래서, 이 지하 도시에 왜 히어로 님이 계실까?”
그 음란한 자태에 아직 욕구 불만인 아랫도리가 껄떡이는 게 느껴진다. 이쪽 히어로들의 입장에서는 흔
들리는 거유를 꽉 눌러주는 히어로 슈트는 거동이 편안하게 느껴질 뿐, 별다른 수치심 따 따위 없겠지
만… 내 입장에서는 유두까지 보일 수준의 보디 슈트는 야동에서도 보기 힘든 음란한 모습이니까.
“너, 너는 누구…”
골목 벽에 기대서 다리를 절뚝이던 여성이 삐빅 거리는 기계음과 함께 바닥에 주저 앉는다. 붉게 빛나던
눈동자에서 불빛이 사라지고 눈꺼풀이 내려온다. 푸쉭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깨 갑주나 정강이의 부츠가
퍼지 되고 전깃불이 튀어 슈트 위에서 옅은 연기를 내는 상황.
바닥에는 팔 다리가 꺾인 도시 중심부의 부하 여성들이, 눈 앞에는 지쳐 기절한 히어로 여성이, 그리고 그
거대한 가슴 사이에는 애지중지하며 노림 받는 중요해 보이는 서류가 있다. 골목 벽에 기대 주저 앉아 기
절했음에도 꽉 조이는 바디 슈트 때문인지 그 거대한 가슴은 형태를 일그러트리지 않고 허공에 떠오른 공
처럼 출렁이고 있었다.
정말 잘 차려진 진수성찬이네.
나는 차려진 밥상을 마다하는 멍청이가 아니었다. 주면 먹어야지, 안 그래?
[작품후기]
워드 맞춤법 검사기가 조금 이상한 것 같음
'처럼'을 '{처럼' 으로 바꾸려 들지 않나
'스프링쿨러'를 'spri_ing 뭐시기' 로 강제 영어+언더바로 바꾸려 들지 않나
검사기도 속 편히 못돌립니다 진짜.
빌런을 빌라로 바꾸려 들고 에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