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남녀 역전 세계.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와 닿는 모드는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게임 세상 속에는 병신과
변태가 넘쳐나고, 가끔 멀티 모드 서버에 들어가면 넘치다 못해 인구의 140%정도는 변태였으니까. 왜
비율이 140%냐면, 밴 당한 놈들이 우회 서버로 들어와서 그렇고.
남자가 바니걸 슈트나 청 숏팬츠를 입는 게 왜? 피부를 파랗게 물들이고 분홍 삼각팬티 차림으로 용을 잡
으러 가는 세상이다. 수염 덥수룩한 대머리 흑인 남성이 흰색 면 팬티 차림으로 캠프파이어를 하면 망사
스타킹 입은 보디빌더들이 그 주변을 빙빙 돌면서 인디언 기우제를 지내며 뽑기를 하는 세상이라고.
남자들의 언동이 여성스러워졌고, 여성들의 언동이 남성스러워졌다지만 그렇게 깊은 관계를 가진 사람
은 없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은 소희인데 소희는 여성스럽다, 남성스럽다 이전에 조금… 어벙하지. 그래
서 귀여운 거고.
이하린은 여성 연예인이지만 남자답고 털털하다, 라고 설명하기 보다는 그냥 전투광. 남성과 여성, 이성
과 섹슈얼에 전혀 관심이 없이 자기 능력인 바람 조작 하나에 미쳐 산다. 이하린의 시선에는 나랑 소희랑
똑같이 ‘아직 못 이기는 대련 상대’ 로 보이겠지.
조희정, 강정태, 김민혁 같은 그나마 가까이 지내는 학생 콤비도 그렇다. 남자와 여자라기 보다는… 그냥
아직 철이 덜 든 조희정을 강정태가 말리고, 김민혁이 받아주는 모양새니까. 그렇게 남녀 역전이라는 게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었지만.
“후우… 참 특이한 손님이시네요.”
“말을 안 하는 교육을 받은 줄 알았는데.”
“에이, 이런 일까지 시키는 손님이 목소리 듣는 걸 싫어할, 리가… 흐으응~”
달짝지근한 교성이 귓가를 울리는 지금만큼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뺨이 홀쭉해지며 얼굴이 좀 추하
게 일그러졌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강렬히 빨아들이는 그녀의 입놀림에 정말 불알 안의 정액까지 빨려 나
가는 기분이었으니까.
자신의 얼굴을 내가 바라보고 있음을 인지했는지, 고개를 깊게 숙여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그녀. 패널 아
래에서 내 허벅지 위에 가볍게 손을 올리고 목구멍 깊숙한 곳까지 내 물건을 집어넣는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처럼 내 물건을 휘감아오는 혀와 꿈틀거리며 압박하는 목구멍의 뜨끈하면서도 축축한 쾌감.
깊숙히 받아들여 쭉쭉 빨아들임에도 고개는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지 육체가 격렬히 움직이지 않는다. 평
온하게 멈춰 있는 그녀의 어깨와, 부드럽게 내 허벅지를 쓸고 있는 그녀의 손바닥만 본다면 이성 친구끼
리 할 수 있는 가벼운 터치로 보일 수준.
하지만 홀로그램 패널 밑에서 올라오는 쾌감은 그렇게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1시간 동안 10개 남짓한
경매 물품이 지나가는 동안 벌써 두 번은 사정했으니까.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감상이지만, 괜히 그녀가
VIP룸에서 고객들을 상대하는 게 아니다 싶었다.
단지 성적인 서비스만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처럼 세 번째 사정을 이끌어 내기 전, 상대 남성이 쾌감을 좋
게 받아들이는지, 피곤하게 느끼는지 홀로그램 패널 너머로 슬쩍 살피는 것은 매우 훌륭해서 다시 한 번
머리를 쓰다듬었지만.
흥미가 없는 물품, 예를 들어 히어로 협회에서 훔쳐온 검, 여성용 정력제, 정체를 알 수 없는 골동품 목걸
이 같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물건이 나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귀신같이 손장난을 치며 말을 걸어온
다. 반대로 내가 도시에 풀었던 미술품, 히어로 협회가 보증한 도청 방지 장비 등 흥미 있는 물건이 올라
오면 다시 조용히 패널 밑으로 내려가 입 안 가득 내 물건을 머금는다.
경매에 흥미를 잃으면 쾌락으로 관심을 끌고, 경매에 집중을 할 때면 느긋하게 정신을 쏟을 수 있게 하는
능력. 중간 중간 우스갯소리로 들었던, 남자 물건 다루는 솜씨로 억대 연봉을 받는 여자 다웠다.
마지막 경매 물품이 누군가에게 넘어가고, 구매 한 강화석이 클럽으로 배달될 거라는 메시지와 함께 홀
로그램 패널의 불이 꺼졌다.
“그래서… 어떻게 할 까요, 고객님?”
새초롬하게 입술을 티슈로 닦으며 웃는 그 모습에 다시 한 번 아랫도리가 요동친다. 역전 세계의 여성이
다 보니 가슴골이나 엉덩이를 보여주며 은밀히 유혹하는 모습은 없었지만, 색정적인 눈웃음 하나만으로
도 흥미가 동했으니까.
“손하고 입 놀림만 프로의 것이고, 허리 놀림이 기대 이하라는 결말이 아니면 좋겠는데.”
“설마요, 그렇게 허술한 여자가 룸 하나를 통째로 맡을 리 없겠죠.”
새까만 이브닝드레스를 추스르며 일어난 그녀가 암막 커튼 뒤에 숨겨져 있던 문을 연다. 경매가 끝나 우
르르 몰려 나가는 일반석의 사람들과는 달리 VIP석의 불은 꺼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은은히 빛나는 조명
아래 실룩거리는 잘록한 허리.
“몸 관리도 철저히 하나 봐?”
“남성 고객님들의 니즈를 맞춰 주기 위해서라고 해 두죠. 몸 좋은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는 없으니까요.”
사브작거리는 이브닝 드레스의 밑단을 걷어 자연스레 손을 넣는다. 부드러운 속옷 너머로 이미 촉촉히
젖은 그녀의 비부. 침대에 누워 자연스레 그녀의 물건을 쓰다듬자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눈동자가 동그
랗게 커진다.
“아직 손 밖에 안 댔는데 뭐 그리 놀라실까?”
“아뇨 뭐… 생긴 건 재벌 2세같이 생긴 도련님이 하는 행동은 놀 대로 놀아본 아저씨 같아 서요.”
“뭐… 놀 대로 놀아 본 건 맞지.”
이전 게임의 성행위를 전부 떠올려본다면, 나는 아마 세계 최강의 창놈 아닐까? 몸을 섞어본 여인이 몇이
고 겪어본 체위와 페티쉬가 몇 개인데. 능글맞게 먼저 애무해주는 내 모습에 놀란 것도 잠시, 그녀는 여지
없이 프로 정신을 발휘했다.
새카만 드레스가 사락 소리를 내며 침대 밑으로 흘러내린다. 보라색 레이스의 야시시한 브래지어로 가려
지지 않는 가슴의 존재감. 그 밑에 쭉 뻗어진 11자 복근, 비부만 아슬아슬하게 가린 팬티. 장난을 치듯 손
가락으로 근육을 살살 간질이니 침대에 몸을 뉘인 그녀가 슬그머니 복근과 가슴을 강조하며 상체에 힘을
준다.
“정말, 근육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취향이 꽤 올드하시네요.”
“이제는 말에 거침이 없네?”
“행동에 거침이 없는 고객님이, 말 몇 마디에 고까워 하시겠어요?”
그건 그렇지. 작게 웃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녀가 편하게 몸을 늘어트린다. 자연산 가슴인지 그녀가 브
래지어를 벗자 가슴이 옆으로 살며시 흘러내려 보기 좋은 장관을 만든다. 초능력자는 아닌지 커다란 가
슴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옆으로 늘어지는 보기 좋은 모습.
그대로 아랫배의 복근에 입을 맞추며 치골을 살살 어루만지니 달뜬 숨을 내쉬며 팔다리를 쭉 뻗고 침대
위에 늘어진다. 마치 마음대로 가지고 놀라는 것처럼. 팬티 하나 걸친 반라의 여성이 자신을 마음대로 다
루라는 데, 가만히 있을 남성이 있을까? 더군다나 그 것이 건강미가 넘치는 미모의 여성이라면 더더욱.
아랫배에 입을 맞추며 점점 아래로 내려간다. 피부에 은은한 향을 발랐는지 살짝 미끈거리는 느낌이 났
지만 역하진 않아 참을 만했다. 턱 아래에 그녀의 속옷이 느껴질 때 그대로 멈춰 입술을 깊숙이 누른다.
“흐으응- 취향, 이 조금 독특하시네요…”
기운이 빠졌지만 색기는 그득한 목소리. 입술을 쭉 내밀어 아랫배를 꾹꾹 누르며 손으로는 엉덩이를 주
무른다. 소희가 가진 초능력자의 탄탄한 엉덩이와는 조금 다른, 민간인이 오직 노력만으로 단련한 말캉
함. 소희의 몸의 마치 기분 좋은 고무 탱탱볼 같았는데 침대에 누운 여성의 몸은 거대한 밀가루 반죽 덩어
리 같았다. 찰지고 단단해서 손가락이 잘 파고들지 않는, 하지만 주물럭거릴수록 기분 좋은 그런 육체.
“어, 언제까지…”
그대로 그녀를 껴안는다. 왼 손으로 오른쪽 볼기를 주무르고, 오른 손으로 그녀의 등허리를 쓰다듬는다.
장난 삼아 아랫 배에 입을 맞춘 상태로 계속 혀를 할짝이자 당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은지 점차 등허리
가 바르르 떨리는게 느껴진다.
슬쩍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다. 양 옆으로 슬며시 늘어진 커다란 가슴 사이로 보이는 당황한 얼굴. 몸 가지
고 힘 좀 쓰라며 성희롱 하는 아저씨와, 새침하게 누워서 몸을 맡기는 도련님만 상대해서 그런 걸까?
하기야, 지금 내가 하는 행위는 거의 사창가 남성이 여성에게 해 주는 행위인데. VIP손님이 접대를 위해
준비된 창부에게 입으로 진득하게 서비스를 할 리 있나.
하지만 내가 하는 건 서비스 따위가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코 끝으로 맡아지는 진한 살 내음에 계속 자극만 받았던 내 물건이 다시 빳빳하게 서버린다. 다시 입술을
위로, 위로 올려 커다란 가슴을 한 입 깨물자 그게 방아쇠가 되었는지 등허리를 들어올리며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는 그녀.
그 모습에 자극을 받아 축축히 젖어 잘 벗겨지지 않는 보라색 속옷을 찢듯이 벗겨버리고, 우뚝 솟은 물건
을 그대로 살집 사이에 박아 넣었다.
“자, 잠깐- 흐으윽?!”
“봉사한다며? 최대한 참고 조여봐.”
잘록한 허리를 잡고 마치 오나홀을 쓰듯 허리를 흔들어 퍽퍽 박아 넣는다. 과연 초능력자가 아닌 민간인
여성은 이 폭력적인 쾌감을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작품후기]
왜 다시 더운겁니까.
안그래도 고양이도 뜨거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