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8화 (68/189)

자각

끈적하게 어깨를 물어오는 입맞춤. 소희의 숨결이 점차 거칠어지며 내 쇄골과 가슴께를 핥으니 나 또한

숨이 거칠어진다. 점차 달떠가며 하모니를 이루는 두 심장소리에 기뻐하던 그녀가 살며시 내 옷을 벗긴

다.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 세공을 다루듯.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조금씩 태도가 변하던 소희였지만 지난 빌런 사건으로 완전히 초기화가 된 기분.

아니 오히려 과보호를 하는 모양새가 보인다. 내가 아니라 이 쪽 세상의 평범한 남자가 보면 ‘의처증 초기

증세 아닌가?’ 라고 걱정할 정도로.

“하아… 하늘아, 괜찮지?”

“괜찮다니까…”

온 몸을 어루만지듯 쓰다듬는 그녀의 손길을 밀치고 품 안으로 파고든다. 코 끝을 찌르는 짙은 살 냄새,

그리고 그 너머로 맡아지는 옅은 술 냄새. 충격이 컸는지 요즘 식사 때 술을 마시는 양이 조금씩 늘고 있었

다.

뭐…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사람을 썰고 나라를 무너트리고 용사를 타락시키는 방법은

알아도 첫 살인을 겪은 햇병아리를 달래는 법은 잘 모른다. 노예병사 시절에는 못 이겨낸놈은 자연스럽

게 죽었고, 일반 병사나 기사의 종자일때는 독한 술과 여자를 품었으니까.

독한 술 한 잔보다 좋은 남자는 여기 있지 않은가.

“누나, 자아- 나한테 집중해요.”

“그래, 그래야지…”

멍하니 중얼거리는 소리를 따라서 읊는 그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용사의 방어 본능이 튀어나와

나를 노릇하게 구워 버릴지도 모른다. 내 평온한 미래를 위해 목숨을 걸고 하는 줄타기. 생명을 건 도박이

주는 아찔한 쾌감에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서 자극받던 내 물건이 한층 더 솟아오른다.

성감을 만끽하기 보다는 옆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은지 마치 뱀처럼 휘감아오는 그녀. 뜨겁고 탄탄한

허벅지가 허리를 감고 조여온다. 스윽 귀두 끝자락이 뜨거운 피부에 자극받아 움찔거리지만 그녀는 아랑

곳하지 않고 나를 더욱 껴안아온다.

‘이건 슬슬 귀찮은데…’

끈적하게 들러붙어 오는 감촉은 기쁘지만, 그 후의 일은 귀찮기 그지없다. 나른한 쾌감에 감싸인 그녀가

나를 붙들고 놔주지 않으니까. 거의 인형을 껴안고 자듯 나를 자신의 팔 안에 가두기에 내가 탈출할 방법

이 없다.

B급 육체 강화 능력자에, 용사로 각성한 소희다. 양 팔로 나를 껴안고 있으면 손등의 성흔이 나를 감싸고

있는 모양새. 힘을 줘서 풀자니 깨어날 것이고, 안개로 변하기엔 성흔이 무섭다. 소희가 자고 있는데 성흔

이 무의식적에 반응해서 나를 불태워 버리면 어떻게 해. 이딴 일에 목숨을 걸고 도박하기는 싫으니까.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린 것을 눈치 챘는지 그녀가 내 어깨를 살며시 깨문다. 피부에서 느껴지는 아릿한 통

증에 반격하기 위해 그대로 허리를 쳐 올린다. 눈과 눈이 마주치고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웃음을

터트린다.

“후, 아하핫!”

“아하하, 누나, 왜 그렇게 웃는 거에요?”

“아니 그냥… 별 것 없는 불안감에 너무 휘둘린 것 같아서.”

내 몸을 쓰다듬던 팔이 쭉 뻗어와 어깨와 뒷머리를 감싼다. 마치 어린 아이가 인형을 빼앗기기 싫어하는

모양새로 뺨을 비벼오며 그녀가 작게 중얼거린다. 내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나를 지키지 못할 지도 모른

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을.

그녀는 용사의 힘을 각성했지만 그게 무엇인지 모른다. 다만 다른 사람들과 명백히 다르다는 것을 안다.

초능력자들이 배척당했던 과거가 있는 이 세상에서, 혼자 다르다는 것은 두려울 만하지. 한 사람당 초능

력 하나, 돌연변이의 경우 두 개지만 건강에 위험이 있어 적출 수술을 받지 않으면 초능력을 사용하다 과

부화로 사망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남의 스킬을 베껴오고, 기본 10가지가 넘는 기술을 쓩쓩 난사하며 빛나는 검까지 소환하

니 스스로도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겠는가?

“원래 그렇게 머리가 복잡할 때에는…”

그녀의 품에 안긴 상태로 손을 내려 까슬까슬한 그녀의 비처를 쓰다듬는다. 샤각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

게 문지르니 뜬금없는 자극에 울컥하고 뜨거운 액이 쏟아져 허벅지와 귀두를 적시는 것이 느껴진다.

“역시, 이게 최고죠? 나를 너무 어린애 취급하는 거 같은데.”

“그러네, 뭘 걱정하고 있던거지.”

그녀의 얼굴이 다가와 내 입술을 빨아들인다. 마찬가지로 내 허리를 그녀에게 밀어붙인다. 끈적한 액으

로 적셔진 귀두는 그녀의 꽉 다물린 살집을 무리 없이 파고든다. 어느새 자연스럽게 그녀가 내 몸 위에 올

라타 몸을 웅크리듯 나를 껴안는다.

“그러네, 너는 강한 아이니까…”

“아이는 아닌 것 같은데.”

퉁, 하고 허리를 쳐 올린다. 용사가 되며 정력도 강해졌는지 그녀의 살 주름이 나를 쥐어 짜는 기분이 든

다. 육체는 내가 주는 쾌락에 은근 슬쩍 허리를 흔들지만, 울상이 된 그녀의 얼굴은 펴질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 아이는… 흐읏, 아니지.”

쾌락에 달뜬 신음성을 내뱉으며 음탕하게 허리를 휘젓는 그녀. 몇 번이고 내 얼굴에 버드 키스를 하며 매

달리는 그녀지만 눈망울에 맺힌 슬픔은 사라지질 않는다. 그녀는 강한 척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나도 사랑스러워서.

‘아… 이건 안되겠는데.’

용사로 각성해서 인류 최강이 될 준비를 마쳤으면서. 나 같은 건 1초만에 불태울 수 있으면서. 지금 당장

대한민국의 모든 히어로와 빌런이 그녀를 죽이기 위해 달려든다 해도 역경을 돌파하여 끝끝내 복수할 수

있을 강력한 힘을 가졌으면서.

그녀는 겁에 질려서 내게 매달리고 있었다.

전에도 느꼈던 감각. 우월한 성별, 우월한 능력, 태생부터 차이가 나는 급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어린아이처럼 겁먹어서 부모를 찾는 어린아이처럼 울먹거리면서도.

“그래, 내가 너를 지켜 줄게.”

연상이니까, 애인이니까, 여자니까. 온갖 이유에 매달려서 그 겁먹은 심정을 숨기고 나를 달래 주려고 아

둥바둥대는 그 목소리가 내가 아니라 소희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 같아서.

“누가 나를 지켜요? 누나가? 나를?”

그대로 손을 뻗어 침대에 눕히고 깔아 뭉갠다. 어리둥절한 눈동자 너머로 겁에 질린 여자아이가 보인다.

남녀 역전이고 뭐고 무슨 상관일까? 이렇게 꼴릿한데. 강한 여성을 깔아 뭉개서 그 연약한 모습을 끄집어

내는 그 기분. 나보다 뛰어난 여성이 필사적으로 내게 의존한다는 상황. 그렇게 몰려오는 정신적 쾌감에

등이 간질간질하다.

겁에 질린 눈망울의 혼란으로 가득 찬다. 머리 속이 복잡하겠지.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허리

를 놀린다. 양 종아리를 잡힌 상태로, 이쪽 세상 여자에겐 부끄러운 자세를 한 그녀가 상황 파악도 채 하

지 못한 상태로 쾌락에 휩쓸린다.

“누나… 못 참으면 나 죽어?”

엎드려 그녀의 목덜미에 다가간다. 등골이 오싹하는 감각. 침대를 그러쥔 그녀의 손등이 밝게 빛난다. 빛

줄기가 새어 나와 잠시 몸을 뒤로 뺀다. 소희가 자신의 손 등을 가리려고 애쓰지만 손가락 사이로 튀어나

온 얕은 한 줄기 빛에 내 팔뚝이 치이익 소리를 내며 지져진다.

“하, 하늘아! 이게 왜 이래, 씨발!”

화들짝 놀란 그녀가 침대 위에서 자신의 손등을 감싼 모양새로 엎드린다. 무심코 수류탄을 감싸 안는 병

사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킥킥 새어 나온다.

“하늘아, 괜, 괜찮아? 무슨 일이야 이게?!”

화들짝 놀란 모습도 귀엽다.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게임 속 NPC라는 생각은 머리에서 사라졌다. 단지 초

능력자 겸 용사라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어리숙하고 어벙한 아가씨로 보일 뿐. 그리고 또 하나.

“아이, 괜찮다니까요. 손등만 잘 가려줘요. 능력 제어 잘 해주고.”

나는 생각보다 폐품녀가 취향이었나 보다.

웅크린 그녀의 허리를 잡고 내려다본다. 잘록한 허리, 풍만한 엉덩이. 땀에 젖어 벌벌 떨리는 갈색 피부가

나를 유혹한다. 그대로 허리를 밀어 넣어 성기를 삽입하자 어느 정도 메말라버린 그녀의 살주름이 침입

을 방어한다.

“으, 아흑, 아악”!

뻑뻑한 감촉을 뚫고 그대로 삽입한다. 꽉 조이다 못하 물건을 비트는 것 같은 감각. 번쩍거리는 손등을 필

사적으로 껴안느라 등 뒤에서 강제적으로 삽입하는 감촉에 몸조차 움찔거리지 못하고 필사적으로 버티

는 그 모습.

그녀가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나는 죽겠지. 정말로 생명을 걸고 하는 섹스. 등허리를 짜르르 울리는 쾌감

은 여지껏 해 왔던 그 어떠한 경험보다 짜릿했다. 뻑뻑함이 축축함으로 변하고 그녀의 비명이 교성으로

변할쯤, 나는 그대로 그녀의 등 위에 포개져 목덜미를 물었다.

내 밑에 깔려 바르르 떨며 발작하듯 쾌락에 휩쓸리는 그녀를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목구멍을 타고 불

덩이가 넘어오는 감촉. 뱃 속 깊숙한 곳에 불에 달궈진 쇳덩이가 꿀렁거리는 고통. 고통과 쾌락 속에서 우

리는 미쳐버린 사람들처럼 허리를 들썩이고 교성을 내질렀다.

간질거리던 등 뒤에서 까드득 소리가 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손등에서 번쩍거리던 빛이 사라지며 시

야가 검게 변한다.

[작품후기]

노트북 블루스크린과 함께 자료 날아가서 USB 사왔습니다.

헤헤 비축분이 없어서 다행... 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