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대
몸에서 힘을 빼고 있자 바지가 스르륵 내려간다. 엉덩이를 들어 올려줄 필요도 없이, 팔을 주무르던 흑발
이 내 벨트를 풀며 허리를 살며시 올리고 발을 주무르던 단발이 그대로 바지를 벗겨 곱게 정리한다.
이름을 소개한 것 같지만 딱히 상관없었다. 하룻밤 보고 말 접대부니 금발 흑발 단발이면 충분하지 않을
까. 부드러운 가슴의 끝자락이 점차 단단하게 변해 내 뺨을 간질인다. 닳고 닳은 접대부여도 상급 흡혈귀
의 육체 앞에서 흥분을 진정시키긴 어려운 것 같다.
어쩌면 향수에 섞인 미약한 약 성분 때문일지도 모르지.
“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부드러운 손이 내 물건을 감싸 쥔다. 남녀 역전 세계인지라 여성의 손이 이토록 고운 것은 쉽지 않은데.
역시 지하 도시의 에이스라고 해야 할까. 정액을 갈취하듯 쥐어 짜는 게 아닌 마사지를 진행하는 것처럼
부드러운 손길이 반쯤 발기한 내 물건을 부드럽게 감싼다.
‘나른하네… 진짜 마사지인가.’
대딸을 받아본 적은 많지만, 거시기를 마사지 받는 건 처음 같은데. 이런 식으로 대접을 받을 때쯤이면 후
손을 욕심내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니까. 슬그머니 눈을 감고 몸을 기대니 금발이 단발에게 뭔가 신호를
주는 게 느껴진다. 대충 감이 잡히는데.
‘금발이랑 흑발이 이 가게 에이스고… 단발은 루키 정도려나? 교육 자료가 된 기분인데.’
화려하면서도 약간 날라리처럼 보이는 금발 태닝녀, 무뚝뚝한 인상의 청초한 검은 생머리, 약간 어벙하
고 백치미 있는 단발녀. 속성별로 잘 골라서 묶어 놨다고 봐야 할까. 여유가 넘치는 두 명과 달리, 단발은
긴장되는지 아까부터 침을 계속 삼키고 있었다.
“괜찮으니까, 그대로 계속 해…”
솔직히 말해서 지금 여성들의 마사지는 그닥 관심이 가지 않았다. 아까 구워 준 스테이크와 소고기 특별
부위가 너무 맛있었으니까. 배도 부르지, 술도 맛있어서 그런지 몸도 따끈하지. 바지를 벗기고 다시 제 자
리로 돌아온 흑발녀가 내 팔을 들어올려 마사지를 다시 시작하니 나른해서 졸리다. 성욕, 수면욕, 식욕.
인간의 3대 욕구를 한 번에 채워주는 접대.
기분 좋은 나른함에 얼굴을 흔들어 뺨을 부빈다. 물티슈로 채 지워지지 않은 독한 술냄새가 코 끝을 파고
든다. 뺨에 닿아 이리저리 일그러지는 모양 좋은 가슴과 입술에 와 닿는 딱딱하게 솟은 유두. 장난삼아 입
술로 깨물자 눈가에 뜨끈한 살갗이 와 닿는다.
슬그머니 눈을 떠 보니 마치 모유를 수유하듯 다른 쪽 가슴을 제 손으로 들어 내 얼굴을 덮는다. 불쾌하지
않을 정도의 체온이 얼굴을 부드럽게 가린다. 그리고 느껴지는 미세한 초능력의 잔향. 피부에 와 닿는 달
큰한 냄새는 여자의 살 냄새나 향수 향기와는 조금 다른, 흡혈귀만이 느낄 수 있는 향이었다.
“너네… 체온까지 관리하는 거냐?”
“아, 네… 조금 뜨겁나요?”
“아냐… 딱 좋네. 이런 것도 경매장에서 구해 왔나?”
“네… 온도 관련된 물건들은 꽤 흔한 편이니까요.”
고개를 위로 올리니 가슴에 닿는 머리카락이 간지러운지 키득 웃는 금발녀의 귀에는 특이하게 생긴 귀걸
이가 달려 있었다. 화려함이나 아름답지는 않고, 그냥 커다란 보석을 투박하게 고정시킨 것처럼 생긴 귀
걸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리니 팔을 주무르는 흑발녀의 귀에도, 열심히 내 물건을 주물럭 거리는 단발녀
의 귀에도 같은 제품이 달려 있었다.
뭔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마사지는 이제 끝이라는 듯 엄지와 검지로 고리를 만들어 귀두를 훑어내는 단
발녀의 공격에 말문이 막혔다. 다시 늘어져 자연스럽게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이제 말을 하는 것조차 까
먹고 내 물건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인다.
‘…여고생이 다리 벌리고 봉사 하라고 하면 저런 표정일까.’
쟤들 입장에서는 자기 가게 사장이 갑자기 전화로 버럭 버럭 소리를 질러서 모았을 텐데. 아까 클럽을 대
충 스캔했을 때 본 것 같지도 않고. 대충 불려와서 자기보다 어려 보이는 녀석에게 반말 들으면서 마사지
를 하고 있는데 불쾌감 따위는 보이질 않는다.
‘얘는 진짜… 교육받는 애 맞는 거 같은데.’
방긋방긋 웃는 표정으로 나를 토닥이며 가슴으로 껴안는 금발녀나, 표정 변화 없이 왼 팔에 이어 오른팔
까지 주무르는 흑발녀는 상관없는데, 단발머리 얘는 진짜…
“그, 그에속 하겠습니다…”
눈이 마주치자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는다. 굳이 스타일로 따지자면 백치미에 부성애를 건드는 스타일이
라고 해야 할까? 접대 받는 위치라면 제 잘난 맛에 살 수 있으니까… 뭐 애완 동물 기르듯 이성을 다루고
싶은 사람에겐 인기 있겠네.
새빨갛게 달아오른 새하얀 피부, 어쩔 줄 몰라 하는 귀여운 얼굴. 아담한 키와 어울리지 않는 풍만한 가
슴. 정말 특정 취향에게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어 보이는 여자였다. 물론 그 어벙한 표정과 태도와는 달리
손 놀림은 현란하기 그지없었다.
“이거… 연습도 따로 하나 봐?”
암기한 것을 떠올리듯 인상을 찡그리고 내 물건을 어루만지는 손놀림. 작게 중얼중얼 거리는 것은 마음
을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실수하면 안된다는 자기 암시 아닐까.
“아…. 네, 그 모형으로…”
달아오른 얼굴이 저러다 폭발하는 게 아닐 까 싶을 정도로 벌겋게 변한다. 그게 그렇게 부끄러운 말인가?
싶었지만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곧바로 든다. 호스트가 되어서 예쁘고 어린 여자한테 봉사하는 것은
뭐… 남자로서의 기쁨이 느껴지겠지만, 그 여자애가 ‘능숙한데 오나홀 가지고 노니?’ 라는 소리를 듣는
건 기분이 이상하겠지.
“세영아, 쓸데없는 소리를 하니까 손이 멈춘다.”
딜도를 가지고 연습을 한다는 말은 정말 불필요한 사족이라고 느꼈는지, 양 팔 마사지를 끝내고 단발 머
리 옆으로 온 흑발이 핀잔을 줬다.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들이 다시 내 물건을 감싼다. 네 개의 손이 빈틈
없이 내 물건을 감싼다. 그와 동시에 가슴골에 내 뒤통수가 뉘여지며 자연스레 가슴이 귀를 가린다.
“손에서 힘 좀더 빼고. 날계란? 누가 그래, 미쳤어? 날계란은 껍질이라도 있지, 남자 물건은 그냥 살 덩어
리야. 비눗방울 쥔다고 생각하고 잡아.”
“네, 네. 그런데 너무 약하게 잡는 거 아닌가요?”
“누가 니 젖탱이 쎄게 쥐면 기분 좋냐?”
“아…”
하지만 귀를 가린 것 만으로는 둘의 대화를 숨길 수 없었다. 성능 좋은 귀마개를 껴도 모자랄 판에. 이미
지를 확 깨는 저렴한 단어에 웃음이 절로 나와 쿡쿡 웃으니 나를 가슴으로 껴안은 금발녀가 한숨을 폭 쉬
고 두 명을 노려본다.
“…배운 대로 하란 말이야.”
두 명이 말없이 내 물건을 다시 감싸 쥐는 걸 느끼며 나는 눈을 감고 몸에서 힘을 풀었다. 누군가 내 단추
를 몇 개 풀어 헤치는 게 느껴진다. 아마 금발녀가 뒤에서 껴안은 상태로 편하게 해 주려는 것이겠지.
“그 아래, 핏줄 있는 곳. 거기를 부드럽게 감싸 쥐고 어루 만져. 움찔거리는 반응이 올 테니까 알기 쉬울
거야.”
손가락 고리가 귀두를 조이고, 부드러운 손바닥이 살 기둥을 만지작거린다. 다른 손들은 귀중한 물건을
어루만지듯 불알을 주무른다. 마사지를 받는 것처럼 부드러운 쾌감으로 시작해서, 점차 귀두 끝으로 갈
수록 손놀림이 강렬히 느껴진다. 딱히 사정감을 참을 필요도 없이 늘어져 있으니 요도를 타고 뿜어져 나
가는 짜릿한 쾌감이 느껴진다.
“끝까지 해.”
흡혈귀의 정액에서 나는 향에 당황했는지 두 명의 손이 완전히 멈췄다.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새하얀 두
손을 타고 흘러내리는 새하얀 백탁액. 물티슈로 자신들의 손을 닦고 내 물건까지 닦아낸 두 명이 머뭇거
리며 서로 눈을 마주치는 걸 보고 다시 눈을 감았다.
사르르, 누군가 치마를 벗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단발이겠지. 등 뒤에서 뻗어온 손이 셔츠를 완전히 벗겨
내자 맨 살에 느껴지는 사람의 체온과 등허리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체모. 어느새 모두가 알몸이 되어 있
었다.
‘탈의의 프로네.’
단지 몸에서 힘만 빼고 있었는데 어느새 알몸이 되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나를 몸 위에 올리고 소파에 드
러 누워 있던 금발녀까지. 단발이나 흑발은 서 있었으니 스스로 벗었겠지만… 얘는 옷 벗는 초능력이라
도 있는 걸까?
그런 멍청한 망상은 귀두 끝에 느껴지는 차갑고 끈적한 감촉에 사라졌다. 젤을 바르는 건가? 차갑고 서늘
한 감촉에 힘을 잃으려는 물건을 곧바로 집어 삼키는 찐득한 뜨거움. 귓가에 느껴지는 거친 숨소리.
‘어째 내가 생체 딜도가 된 기분인데…’
뭐 어떠랴, 기분은 좋은데. 슬그머니 내 가슴으로 올라오는 따듯한 손바닥을 만끽하며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아래에는 제 선배가 깔려 있고, 위치는 소파에 드러 누운 상태. 이 불편한 자세를 어벙한 단발녀
가 어떻게 해쳐 나갈까 궁금하기도 했고.
[작품후기]
맞춤법 검사를 돌려도 유두를 우두라고 잘못 친건 못잡네요. 맞는 단어라고 표시도 안 해주니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