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 커피
요 근래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았고, 그 많은 일이 대부분 남자 놈에 관한 거라 기분이 조금 더러웠지만 지
금만큼은 마음이 풀렸다. 심지어 내가 수영복이랍시고 여성용 수영복 같이 탱크탑으로 가슴을 가리고 다
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도.
“음, 수영복이 좀 불편해?”
“아뇨, 수영장은 너무 오랜만에 온 것 같아서.”
그 말을 들은 소희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지는 걸 보니, 내 2구역에서의 생활을 멋대로 상상하는 것
같지만 그냥 놔 두었다. 마법서도 찾았고, 소희도 새카만 비키니를 입고 있었고.
“그나저나 잘 어울려요.”
“네가 골라줬잖아.”
육체 강화 능력이 생기기 전 적당히 태운 구릿빛 피부와 육체 강화 능력자가 되어 얻은 식스팩과 실전 근
육이 꽉 들어찬 쎄끈한 몸매. 한 손으로 잡기 힘든 D컵이라는 큰 가슴과 그걸 꽉 잡아주는 새카만 비키니.
힘을 주면 단단하게 부풀어 오를 허벅지와 그와 반대로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 사이를 가려주는 자그마한
삼각형 수영복.
원래 세계에서 몸매 좋은 남성이 달라붙은 수영복 바지를 자신감 있게 입는 것 마냥, 전소희 역시 몸매에
비해 면적이 좁은 비키니를 건네 줬음에도 별 불평 없이 그대로 입었다.
“그래서, 다른 애들은?”
“셋이서 자리 잡고 놀겠죠, 뭐.”
“같이 왔는데 그래도 괜찮겠어?”
그 말에 시력을 집중해 탈의실 앞 광장을 바라보았다. 프릴 달린 투피스 수영복을 입어 정말 어린애처럼
보이는 조희정과 그 옆에서 무늬 없는 밋밋하고 수수한 수영복을 입은 두 사람이 역시나 티격 대고 있었
다. 오늘 벌어질 일은 상상도 못한 상태로.
그 외에도 몸매가 박살 났는데 일단 비키니를 입은 여성이라던가, 수줍다는 듯 가슴을 가리고 다니는 남
성들이 눈에 들어와 얼른 눈을 돌렸다. 수영장에 오면 눈 호강을 할 줄 알았는데, 역시 이쪽 세상이나 저
쪽 세상이나 미녀는 많지 않았다.
“데이트가 우선인데… 왜, 싫어요?”
직접 입으니 더욱 병신 같다고 느껴지는 배꼽이 드러나는 탱크탑 수영복을 슬그머니 팔뚝에 들이대자 허
리에 탄탄한 손이 감겨온다. 몸매 좋은 남녀가 물 밖에서 끈적하게 밀착하자 슬쩍 시선이 모이지만 대놓
고 바라볼 용기는 없었는지 금세 흩어지는 시선.
하긴 평범한 세상이라면 몸매 좋은 사람들은 그냥 운동남 운동녀겠지만, 이 세상에선 초능력자일 가능성
이 있으니 괜히 시비 걸릴까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노출된 등허리로 느껴지는 소희의 매끈한 팔뚝을 느
끼며 근처의 유수풀로 슬그머니 들어갔다.
“그래서, 오늘 일정은?”
“저녁까진 수영장에서 먹고, 밤에 붙어 있는 놀이공원에서 퍼레이드 보다 근처 호텔에서 자고 가게요. 수
영장, 놀이공원, 호텔 셋이 같은 회사라 그런지 그렇게 패키지로 팔더라구요.”
“방은?”
“두 개요. 나랑 누나랑, 그리고 쟤들 셋.”
“어휴, 진짜.”
유수풀에서 물 흐르는 방향 따라 걷는 소희의 팔뚝을 잡고 몸에서 힘을 풀어 몸을 띄웠다. 내 양 손을 마주
잡고 다른 사람과 충돌하지 않게 나를 이리 저리 밀어주는 소희. 미지근한 물 따라 둥실 떠올라 흘러가며
머리로 느껴지는 풍만한 가슴을 느끼니 편안하기 그지없었다.
“너무 그러면 참기 힘든데.”
“왜요오~ 몰래 화장실이라도 같이 들어가게요?”
왕파도풀에 들어가서는 구명조끼 사이로 손을 넣어 가슴을 슬그머니 주물럭거렸고, 휴식을 위해 타코야
끼와 핫도그를 사서 들어간 오두막 안에서는 문을 닫고 허벅지에 뺨을 비볐다.
“너는 또 밖에서 그런 말을…”
“얼굴 새빨갛게 변한 것 좀 봐. 호텔 갈 때 까진 참아요.”
키득대며 허벅지에 뺨을 비비며 맨 발목을 주물러주자 그대로 손을 배로 뻗어와 쓰다듬는 그녀. 내 입장
에서는 엄마 손은 약손을 당하는 기분이라 아무렇지도 안았지만, 그녀는 노출된 내 배를 만지는 것에 큰
만족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였다. 음, 내가 복근을 만질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별 건 아닌데 따끈따끈한
기분.
그렇게 꽁냥거림과 섹슈얼한 긴장감 사이에 정신이 팔린 소희는 다행스럽게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면 이제 변수가 될 수 있는 건 같은 호텔에 능력이 엄청 좋은 초능력자가 머물다 난입해 오는 걸까?
“자, 아앙.”
“너, 너는 진짜…”
“왜요, 맨날 이런 만화 보면서. 지난번에 내가 사온 만화책에도 이런 내용 있었고.”
“어으, 그걸 괜히 들켜서는!”
못 이기는 척 다 식은 타코야끼를 꿀떡 삼킨 소희가 맛이 좀 별로라며 입맛을 쩝쩝 다실 때 갑작스럽게 입
을 맞췄다. 혓바닥으로 느껴지는 눅진한 밀가루 반죽과 데리야끼 소스의 맛, 그리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약
품의 미세한 향.
‘이걸 또 눈치채네, 감도 좋아.’
음식을 먹여주자 어색하게 허공을 놀던 손이 등허리를 감아온다. 그대로 눈을 감고 몸을 맡기니 자연스
럽게 끌어 안겨져 입술을 빼앗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음식에는 관심도 없이 그녀의 혀는 열렬하게 내
입 안을 누볐다. 거기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는 이 게임에 빠삭함과 동시에 조금 지쳐 있었다. 별의 별 이벤트가 자꾸 터지니까.
그러니까 내가 못 다루는 핵폭탄보단, 내가 확실히 다룰 수 있는 손 안의 수류탄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제어 못할 위험은 언제 어떻게 나를 엿 먹일지 모르니까.
“그, 정말 덮쳐도 되는 거 맞아?”
“와, 너 대단하네! 돈 때문에 친구를 팔아먹고.”
조희정과 전소희에겐 남자들만의 시간을 잠시 달라고 다른 방으로 보내 둔 상황. 호텔 안에 있는 두 개의
침대 위에는 강정태와 김민혁이 누워 있었다. 마법서를 찾은 지 1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이
두 명은 벌써 내가 손대기에 아슬아슬한 경지까지 올라 있었다.
그래, 아슬아슬한.
“마음대로 해도 괜찮다니까? 그렇다고 나한테 헤벌레 하다가는 두 명이랑도 못 즐기게 되니 알아서 하
고.”
경고의 의미로 페인트 통을 그대로 우그러트려 주먹만 한 금속 구체로 만들자 허리를 움찔거리는 여성
들. 놀이 공원의 야간 퍼레이드를 보다 우리 셋에게 헌팅을 하려던 여성들은 그대로 매혹에 걸려 호텔에
서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아 씨, 진짜 튼튼하네.”
이미 주스에 든 약품에 취해 깊이 잠든 김민혁과 달리, 아직 몽롱하게나마 정신이 남아 있는 강정태의 목
덜미에 그대로 이를 박아 넣었다. 사내 놈이 물건을 발딱 세우는 것을 보는 취미는 없지만 입 안 가득 느껴
지는 농밀한 혈향은 남자의 몸도 참아내게 만들었다.
강정태의 목덜미에서 기억을 완전히 빨아내고, 잠든 김민혁의 목덜미에서도 피를 한껏 빨아들였다. 새하
얀 피부가 창백해질 때까지.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여기서 다른 일을 하지 않는다면 능력이 점점 발전
한 두 명이 온전히 기억을 되찾아 나를 갈기발기 찢어버리겠지.
“내가 먼저야!”
“아 씨, 거슬리니까 빨리 벗겨!”
하지만 이미 침대 위는 광기로 가득 차 있었다. 흡혈귀의 향에 발정이 난 여성들이 알몸이 되어 그들의 옷
을 벗겨가고 있었으니까. 자신들이 올라간 침대 매트리스에 붉은 페인트로 이상한 문양이 잔뜩 그려져
있는데도.
‘그래도 약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세이브 하긴 했네.’
처음 보는 남자에게 헌팅을 걸 정도로 외모에는 꽤나 자신감 있는 여성들이어서 보기에는 꽤 좋았다. 잠
든 남학생 위에서 필사적으로 허리를 놀리는 다양한 외모의 불량한 미녀들. 이미 청바지나 멋낸 셔츠는
저 멀리 방구석에 처박혀 있었고 둘 밖에 없는 남자의 물건을 탐내느라 대부분 스스로의 손으로 자신의
음부를 쑤시고 있었다.
‘강정태가 더 약품 내성이 강하니까 먼저 해야겠다.’
누가 먼저 삽입하는지 별 거 아닌 것으로 싸우려 드는 두 여성 중 가까이 있는 여성의 목덜미를 잡아 대충
던져버리고, 다른 한 명의 머리채를 잡아 얼굴을 강정태의 사타구니에 처박았다.
“아 씨바, 난교는 취향이 아닌데.”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야겜 모드의 흡혈귀라 동성의 캐릭터에겐 효율이 낮으니까. 남자 엉덩이에 박는 것
보단 백배 천배 낫지 않은가?
피와 약품을 섞은 페인트가 침대에서 은은히 빛나기 시작했고, 던져져서 눈에 핏발을 세운 여성과 나머
지 게스트도 눈에서 힘이 풀린 상태로 멍하니 침대를 포위한 상태로 천천히 자위를 시작했다. 잠들어 있
음에도 위로 솟은 강정태의 물건을 여성이 입 안 가득 문다.
“음… 이러면 얘들은 죽겠는데. CCTV 없는 곳을 찾아 놔서 다행이지.”
침대 옆에서 기괴한 자세로 허리를 숙여 강정태와 맞닿은 여성의 속옷을 그대로 내렸다. 능력자는 아니
지만 꽤나 단련하고 있는지 탄탄한 엉덩이가 강조되는 자세.
‘소희 생각을 하면 앞으로 2시간인가, 좀 빡세네.’
젖어 있지도 않은 음부에 그대로 물건을 박아 넣었다. 무언가 찢어지는 감촉과 함께 피가 흘러나와 마룻
바닥에 방울 방울 떨어졌지만 핏방울은 그대로 구슬 굴러가듯 움직여 침대에 흡수된다.
“소희가 좋아하겠네.”
열 명 정도면 충분히 능력을 빨아먹을 수 있겠지. 소희에게도 충분히 나눠 줄 수 있을 정도로.
[작품후기]
와 의식의 흐름!
머리통 텅 비우고 글을 쓰면 빨리 써지는데 뭘 쓰는지 모르겠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