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8화 (38/189)

약팔이

바닥을 기는 남학생들과, 그 위를 덮치는 여학생들. 저리 꺼지라고 비명을 지르지만 여학생들은 눈도 깜

빡하지 않고 그들의 교복을 찢는다. 눈도 깜빡하지 않고. 다만 눈물을 줄줄 흘리며.

“자 봐, 내가 도와줄 수 있다니까?”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이름도 모르는 남학생.

“너를 깔보던 녀석들을 네 마음대로 하는 것. 즐거울 것 같지 않아?”

반항조차 하지 못하는 일진 남자애들은 이 남학생이 그림자로 옭아 맨 상태. 그 위를 덮치는 여학생들은

내가 홀려 둔 상황. 그 장면을 끝까지 보겠다는 듯 나의 귀중한 두 번째 코인은 내 말에 대답조차 하지 않

고 그 광경을 노려보고 있었다.

“자 자, 여자애들 답게 힘내라. 관객이 이렇게 많으니까.”

짝짝, 흐느끼는 소리가 잦아든 골목 속 내 박수 소리만 작게 울린다.

박수소리에 맞춰 와이셔츠를 찢어내고, 바지의 지퍼를 뜯어낸다. 공포에 움츠러든 볼품없는 남성기들을

여학생들이 강제로 빨기 시작한다. 남학생들의 끅끅거리는 비명, 흐느끼는 소리. 그리고 슬슬 욕망에 몸

을 맡기는 여학생들.

이제는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제 멋대로 남학생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고 엉덩

이를 주무르며 자신의 팬티를 벗어 내리는 여학생들.

“저거 봐, 너는 느낄 수 있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지들끼리 움직이기 시작하네?”

공포로 물건에 힘이 들어가질 않는 남학생들에겐 내 피를 한 방울을 떨어트린다. 발작하듯 몸을 떠는 녀

석들. 성비가 맞지 않아 남자 하나에 여자 둘이 들러붙은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간단한 건데, 왜 그렇게 고생했나 싶지?”

목에 새겨진 희미한 멍자국을 쓰다듬는 두 번째 코인의 귓가에 속삭인다. 이 녀석이라면 된다. 계획과 능

력이 딱 어울리는 녀석. 강정태처럼 정신이 굳건하지도, 본체의 능력이 뛰어나지도, 정의감이 넘치지도

않은데다 능력 또한 매혹을 이겨 낼 방법이 없다.

일진들의 행위는 이제 성희롱을 넘어 성폭행의 단계로 넘어갔다. 남자 하나를 바닥에 강제로 눕히고, 자

신의 살집 속으로 남자를 삼키거나 팬티를 벋고 스커트 안에 남학생의 얼굴을 처박아 뭉개거나.

“어때, 이대로 아무 간섭 없이 학교 생활을 할 거야, 아니면 복수를 좀 더 할거야?”

“복수…”

“맞아, 이건 복수야.”

복수라는 단어에 그의 고개가 드디어 움직인다. 남자도 여자도 이젠 쾌락에 몸을 맡기고 제 멋대로 허리

를 흔드는 음탕한 장면에서부터.

“여자는 말이야, 정말 쉬운 생물이야. 사람은 정말 멍청한 동물이고. 그토록 무서워 보이던 녀석들이 저

렇게 짐승처럼 허덕이는 걸 봐. 이게 다 네 능력이라고.”

“내, 능력.”

골목길 가득하던 담배 쩐내는 온데간데없이 남녀의 음란한 페로몬이 골목을 가득 채운다. 양아치 하나의

피를 흡혈했는데 나의 소중한 두 번째 코인의 정보를 대부분 알 수 있었다. 신고 당할까 자신의 대타까지

세워 두다니, 저 녀석도 빌런에 가깝네.

바닥에 깔린 남학생 셋을 여학생 다섯이 강간한다. 내가 보기엔 남자보다 여자가 많은 흐믓한 Teen’s

Gang Bang 야동. 하지만 우리 코인, 김민혁에겐 꿈과 같은 광경일 것이다.

담뱃불로 지지고, 목을 조르며 성희롱까지 일삼던 일진 패거리가 울부짖으며 범해지고 범하는 광경. 꿈

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녀석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살며시 잡아 끈다. 피부에 손이 닿자 마자 과하게 움찔

거리는 민혁.

어깨를 상냥히 토닥이며 이끈다. 등 뒤로 들려오는 비명소리는 어느새 달콤한 허덕임으로 변한다. 음, 피

는 좀 과한 조치였나? 뭐 어때.

“자자, 표정 풀고 이야기나 좀 더 해보자고.”

피는 충분히 마셨으니 그대로 허리를 껴안고 담벼락을 뛰어넘는다. 지나가던 자동차 한 대가 교복 차림

의 두 소년이 10m는 되어 보이는 벽 너머에서 날아오자 깜짝 놀라 잠시 비틀거렸지만 사고 없이 무사히

지나간다.

“뭐해, 가자.”

허리에서 손을 풀고 어깨를 툭 치자 멍한 얼굴로 따라온다. 아마 이 비정상적인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은데. 앞장서서 걷자 비틀거리며 따라온다. 홀딱 젖은 교복 차림이 불쌍해 보여 손가락을 튕겨 깔끔하

게 만들어준다.

“너, 너는 육체 강화 능력자잖아?”

딱 소리와 함께 손 끝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구정물을 지운다. 좀 더 마법의 레벨이 높았다면 멍과 상처도

지워줬겠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김민혁에겐 충분히 놀라웠나 보다. B급의 능력을 믿고 선

배를 박살낸 유명한 양아치가 두 개의 초능력을 사용하니까.

“그거까지 포함해서 설명해 줄게. 따라와.”

등을 돌려 다시 길을 걷는다. 대낮의 거리는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이 거리는 학생들을 노린 대학로 비슷

한 거리. 점심 시간도 지나지 않은 이 시간엔 학생들은 전부 학교에 처박혀 있을 테니까. 사람이 거의 없

는 거리를 걸어 유명한 패스트푸드점으로 향한다. 생각해보니 소희에게 도시락을 만들어 주느라 군것질

을 안 한지 꽤 되었네.

무인 결제기에 뒷골목에서 빼앗아 온 카드 하나를 대충 꽃아 넣고 늘 먹던 세트 메뉴를 누른다. 현대 배경

일 땐 이런 식도락이 참 좋지. MSG 없는 중세의 요리는 솔직히 먹기가 힘들어서 시대가 다르면 대부분

요리 관련된 모드를 달고 다니니까.

“넌 뭐 먹을래?”

“가, 같은 걸로.”

원래 말을 더듬는 건지, 아니면 B급 능력자에 양아치 위의 깡패 새끼에 듀얼 능력자인 내가 무서운 건지.

세트 메뉴 두 개가 적힌 영수증이 기계음과 같이 나온다. 점심 시간이여도 손님 하나 없는 2층으로 올라

가 멋대로 자리를 잡자 얌전히 따라와 내 반대편에 앉는다. 말은 잘 들어서 좋네. 셔틀의 삶에 익숙해졌는

지 영수증에 찍힌 번호가 전광판에 나오자 말없이 가서 가져온다. 아니, 그냥 얻어먹는 사람의 예의인가?

“그, 뭘 도와준다고…”

“식으면 맛없는데, 먹고 말하죠?”

오래간만에 입에 담는 햄버거는 그 특유의 맛이 잘 재현되어 있었다. 혀 끝에 닿는 니끼한 치즈의 맛부터

독특한 소고기 패티의 맛과 입을 가득 채우는 소스의 맛까지. 햄버거를 가득 베어 물고 씹어 넘긴 다음 콜

라를 쭉쭉 들이켜고 있으니 햄버거를 든 채로 멈춰 있는 모습이 안쓰러운 수준.

“다 먹으면 말해줄 테니 천천히 먹어요.”

어떻게 꼬셔야 할까? 아까의 그 발작 같은 분노가 식으니 원판의 소심한 성격이 다시 나온 것 같 같은데.

아까 팔뚝을 뜯어버린 양아치의 기억에 따르면, 눈 앞의 두 번째 코인은 2학년이다. 이름표가 뜯어져서

눈치를 채지 못했을 뿐이지.

나는 1학년 전학생, 얘는 2학년. 체육 계열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영웅 고등학교의 학생이라면 내가 굽신

거리고 쟤가 나를 부려먹어야 하지만, 특유의 소심한 성격이 어디에 가질 않는 것 같았다. 내 명찰을 보고

반말을 들어도 조용한 걸 봐선.

‘강정태한테 쓰려던 걸 쓸까?’

흡혈귀의 피로 매력을 올려주고, 바로 이전의 연예인 플레이에서 배운 연예인 패션으로 옷 좀 다듬어주

고. 저주 계열이니 마녀… 아니 마남이라 해야 하나 마법사라 해야 하나. Witch랑 Wizard는 뭔가 느낌

부터 다르지 않나? 마법사는 멀린이 떠오르고, 마녀는 막 고깔모자 쓴 악당이 떠오르잖아.

“천천히 먹어요, 체하겠네.”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입에 우겨 넣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십만 단위로 생매장을 지시하는

놈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뭐 어쩌겠는가? 나중에 끝까지 성장만 하면 손가락질 하나로 한반도를 지울

수 있는 NPC가 지금은 동급생 양아치한테 성희롱이나 당하고, 후배가 사준 햄버거를 허겁지겁 먹다 체

하게 생겼는데.

‘뭐… 방과 후 섹스 클럽이라도 만들게 해 두지 뭐.’

목표는 대충 정해졌다. 강정태는 내가 격투 1:1 교육을 해 준다는 핑계로 파스 테이프를 붙여버리면 되

고. 얘는 좀 꾸며준 다음 굴라들이랑 놀아나게 만들어서 여자를 홀릴 수 있는 제비로 만들어야지. 마침 저

주 계열이니 인큐버스랑 계약을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마왕급 말고 적당한 중급, 상급 악마랑 계약시켜 두면, 1년 안에 혼자서 잡아먹지 않을까?

“저기… 너 이게 뭔지 아는구나?”

그 짧은 시간 안에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작은 입에 우겨 넣은 그의 그림자는, 마치 일렁이는 아지랑이처

럼 솟아올라 햄버거 쓰레기를 잡아먹고 있었다.

‘…아니 씨발, 오늘 처음이잖아요. 1년이 뭐야, 중급이면 반 년 안에 잡아 먹히겠네.’

양아치의 기억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지만, 그녀가 마약성 테이프를 우리 소중한 코인의 등에 붙인 게 오

늘 아침이었다. 등교하자 마자 교실에서 와이셔츠를 벗기고 파스를 붙여주며 성희롱. 그리고 3교시 끝날

때 담배를 피울 겸 데리고 나와서 때리다가 각성.

“네, 뭔지 잘 알죠.”

알긴 알아도 너보다는 못하겠지만.

[작품후기]

4월 8일 12시 7분 예약으로 잘못 눌러두니 안올라가네요?

근데 상식적으로 이미 지난 시간은 예약 못하는게 맞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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