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화 (32/189)

떡상

이제 무술에 익숙해져 가는 강정태와, 100년을 싸움으로 꽉 채운 나의 격차는 B급과 C급의 격차라기 보

단 초능력자와 민간인의 격차만큼 벌어져 있었다. 애당초 머리카락을 휘둘러 무기로 삼고 땅을 부수며

허공을 딛는 싸움에 익숙한 나와, 이제 태권도와 킥복싱을 배운 사람이 초인의 싸움을 대등하게 할 리 있

나.

“아 씨발, 뭐야 이건.”

그렇기에 당황했다. C급의 하찮은 능력자에게 한 방 맞았다는 상정 외의 사태에.

강정태는 아무런 대답 없이 자세를 다잡았다. 당황하는 모습 따위는 착각이었다는 것처럼. 굳게 쥔 두 주

먹에 검은 불꽃이 오오라처럼 살그머니 피어오른다. 대련을 이어 나가자는 듯 쓸모 없어진 방어구를 뜯

어내며.

“너, 새로운 능력이 생겼구나? 통하는지 안 통하는지 몰라서 힘 조절 한 거고.”

고개를 살짝 끄덕인 강정태가 기합성 하나 없이 달려든다. 낮게 파고들어 후려치듯 뻗는 다리. 아까와 비

슷한 상황이지만 이번엔 달랐다. 발 등에 피어오른 검은 불꽃. 자신 있게 덤벼오는 그 모습에 감정이 격하

게 출렁인다.

“야, 니가 나를 상대로 최선을 다 하는 것도 아니고 간을 봐?!”

거울에 비친 것처럼 다리를 마주 뻗는다. 다시 한 번 바람이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다리와 다리가 격돌한

다. 강철 방어구는 으스러져 튕겨 나가고, 검은 불꽃이 나와 강정태의 다리를 휘감는다. 검은 불꽃에 휩싸

인 종아리에 기분 나쁜 따끔함에 지속된다.

이어서 반대쪽 다리로 돌려차기. 태권도에 익숙한 강정태 답게 모범적인 자세였다. 영상 자료로 써도 될

정도로 깔끔한 하단차기 이후 곧바로 중단 차기. 상대가 내가 아니라 다른 학생이었다면 깔끔하게 목을

가격당해 기절했겠지. 나만 아니었다면.

뻗어진 다리를 회수한 강정태와 다르게 발차기의 축이 된 다리에 힘을 줘 앞으로 박차고 나갔다. 발차기

를 뻗은 자세 그대로 앞으로 뛰어 다리가 벌어진 흉한 자세였지만 상관없었다. 자세가 마치 장애물 넘기

를 하는 사람 마냥 다리가 시옷자 모양으로 쭉 벌어져 있으면 뭐 어떤가.

“무술에 집착하지 말라고 말했더니 누가 방심하냐!”

“이것도 안 먹히네?!”

거기에 담긴 것은 B급 능력자의 근력인데. 어정쩡한 자세 그대로 달려든다. 기울어진 몸 위로 파공성을

내며 지나가는 발차기. 곧바로 강정태의 허리를 붙잡는다. 맞닿은 피부에 다시 검은 불꽃이 주는 불쾌함

이 스멀스멀 올라오지만“하, 항복!”

“시끄러!”

지옥불을 사용할 줄 알게 되어 한 방 먹이고 싶었나. 허리를 잡은 그대로 땅에 메다 꽃아 버린다. 콰앙 소

리와 함께 머리부터 폐 건물 바닥에 처박힌 강정태. 맨날 훈수만 듣고 한 번도 이기질 못하니 새 능력을 얻

고 기회라고 생각했나?

“으극… 살살 좀 해…”

“사람 몸에다 불질러 놓고 할 말이냐?”

찌그러진 헤드 기어를 떨리는 손으로 벗어낸 강정태가 건물 파편에 드러 눕는다. 생각해보니 화가 덜 풀

린 것 같은데 한 대 더 때릴까. 주먹을 쥐고 고민을 하고 있자니 양 손을 들고 항복 포즈로 아예 드러눕는

다.

“맷집이 좋아졌네? 그거… 뭐 어떻게 된 거야?”

“맷집만 좋아진 게 아니야. 좀 있다 샤워할 때 보여 줄게.”

-거기 17조! 대련 끝났으면 방어구 반납하고 먼저 올라가도 좋다!

마이크를 타고 교사의 목소리가 웅웅 울리더니 이내 주변을 둘러싼 폐건물들이 사라진다. 나름 B급에게

주어지는 특권 같은 것이다. 애당초 교사진도 대부분 C급이니 당연한 이야기였다.

‘생각해보면 교사에 A급 한 명은 있을 법하지 않나? 진짜 다 어디로 갔지.’

찌그러진 헤드기어와 움푹 패인 흉갑 보호구를 따로 반납한 강정태와 나란히 운동장을 걷는다. 마치 벌

집처럼 격벽으로 만들어진 미로 안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을 학생들을 살며시 비웃으며. 그래도 1시간 30

분짜리 수업 10분만에 끝내면 좋은 게 좋은 거지.

운동장이 넓다 보니 운동장에서 학교 건물로 들어가는 것도 한세월이었다. 쿵쿵 울리는 진동을 따라 말

없이 걷고 있자니 침묵을 깨고 강정태가 먼저 말을 걸어온다. 지나다니는 사람 하나 없는 학교 복도는 오

직 대련의 소음만 아스라히 품고 있었다.

“그, 지난번에 말이야.”

“음, 지난주에 너 눈동자?”

다시 침묵을 유지하던 강정태는 탈의실에 도착해 학생증을 찍을 때쯤 다시 입을 열었다. 부끄럽다는 듯

살며시 열리는 와이셔츠의 가슴 부분. 사내놈이 고개를 살풋 돌리고 얌전히 윗가슴을 노출하는 장면이

이토록 짜증이 날 줄 몰랐는데.

“그때 생긴 건데… 흉터 같은데 모습이 막 변해.”

그 말에 나는 화들짝 놀라 와이셔츠를 잡아당길 수밖에 없었다. 꺄악, 같은 기분 나쁜 비명 따위는 무시하

고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검붉은 흉터는 정말 조금 변해 있었다. 원 안에 육망성만 있는 간단한 모습에서,

육망성의 각 모서리마다 자그마한 문자가 하나씩 새겨진 것이다.

‘와, 미친. 이걸 흡수했다고?’

“그 이후로 능력이 생겼어. 검은 불꽃인데… 몸에 두를 수 있고 밖으로 뿜어내진 못해.”

가슴의 문양이 꿈틀거리고 온 몸으로 검은 불꽃이 퍼져 나간다. 그 모습에 나는 머리가 멍하니 비어 버리

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얘가 이 기술을 왜 쓰는 건데?

‘이 씨발 재능충 새끼.’

“처음에는 제어가 힘들어서 화상도 좀 입고 그랬어. 다행이 육체 강화 능력자여서 안 들킨 거지.”

‘그걸 일주일만에 익혔다고? 뭐, 화상을 조금 입어?’

“잠자는 시간도 줄여서 연습한 건데… 역시 B급한테는 안 통하나 보네. 역시 급이 다른 건가.”

‘내가 지옥 마법에 익숙해지는데 게임 시간으로 1년 반이 걸렸는데?’

순진하게 웃는 모습에 손에서 힘이 탁 풀린다. 내가 이 게임을 시작할 때와 비교를 하게 된다. 남의 데이

터를 구매해 와서 사용해보고 익히는데 걸린 시간이 1년 반이다. 근데 그걸 1주일동안 고생했다고 헤헤

웃고 있네?

‘역겹다, 진짜 역겨울 정도야.’

현실의 다른 게이머던, 리얼 월드의 NPC던 이름 좀 날린 녀석들은 대부분 재능이 엄청나다. 단신으로 무

림을 정복한 천마 같은 NPC나, 500명의 군사로 1만명을 몰살시킨 전쟁 사령관 같은 녀석들.

물론 다른 게이머들은 나를 그 재능충의 일원으로 생각했겠지. 현실의 다른 게이머와 배울 점을 찾기 위

해 데이터를 교환하고, 강한 NPC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꺾고 나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래, 재능충을 보

는 것은 익숙하다.

물론, 완성된 재능충에 익숙하다는 소리였다.

천 명의 화경 고수로 검림을 이루었더니 맨손으로 내 부하를 다 때려죽인 고금제일인 천마라던가, 기갑

강습병 2만명을 식민지에 보냈더니 권총 한 자루로 기지를 돌파해 식민지 감독관을 암살하는 사이보그

용병이라던가.

그런 개발자 모친이 혹시 좋은 곳에 가셨는지 묻게 되는 밸런스의 NPC들을 보고 ‘이게 게임이냐?’ 라고

울부짖은 상황은 참 많았지. 그런 재능충 NPC가 성장하는 모습을 옆에서 본 게 처음이고.

‘이게 게임이냐?’

PVP 대회에서 1등을 먹고, 데이터 팔이로 이름을 날린 내가 1년 반 걸렸다. 익숙해지지 못하는 놈들은

시스템 백업을 받아도 못 쓰는 게 지옥 마법인데. 얘는 1주일만에 본능적으로 처먹었네? 그것도 재물 없

이.

“왜, 왜 그렇게 심각한 표정이야?”

흐릿해지는 시야 너머로 내 기억이 펼쳐진다. 200만원짜리 지옥 마법 교육용 데이터. 마력을 몸 안에 돌

린다는 기초 교육을 위해 낭비한 1년. 마력을 마법으로 변환시키는데 걸린 반 년. 현실에서 20일, 게임 시

간으로 대충 500일. 정확한 날짜는 세지 않았지만 아무튼 그쯤 걸렸었다.

“아니, 아니야…”

수건으로 자신의 대물을 수줍게 가린 녀석이 샤워실로 쏙 들어간다. 실룩거리는 남성의 단단한 엉덩이를

보니 머리가 차갑게 식으며 이성이 돌아오는 게 느껴진다. 샤워실로 따라 들어가 냉수로 머리를 식히니

상황이 조금 냉정하게 파악된다.

‘좋아, 저런 개씹사기 캐릭터를 방과 후 성매매 클럽에나 써먹을 뻔했네.’

생각해보면 매우 좋은 일이다. 우호 관계를 가진 NPC가 세계관에서 손 꼽힐 재능충이라는 사실과, 그 재

능을 일깨운 것이 나라는 사실. 데이터팔이의 입장으로 말하자면 거의 500만원짜리 대박이 터졌다.

‘잘하면 얘가 소희보다 빨리 A급이 되겠는데.’

문제가 있다면 얘는 남자고, 나는 남자의 엉덩이를 뚫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어색하게 가슴의 문양을

만지작거리던 강정태가 먼저 나가고 뒤늦게 대련을 끝낸 다른 학생들이 샤워실에 올라올 때까지 냉수를

맞았다.

‘근데 저걸 어떻게 써먹지?’

C급 중 상위권에 위치하는 강력한 육체 강화 능력만으로도 흡혈귀의 매혹 능력이 부족했는데 이젠 지옥

마법까지 스스로 깨달은 강정태다. 코인이 떡상하긴 했는데 탑승할 방법이 없는 상황. 성장 방향이 흡혈

귀의 잡다한 능력에 면역력을 가지는 방법으로 잡혀 버린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작품후기]

생각 없이 쓰다보니 남녀 역전이 거의 없음

어디갔누 씨발

금공강에 느긋히 침대에서 뒹굴면서 떡씬이나 쓰렵니다

누구를 쓸까요

1. 소희랑 알콩달콩

2. 여고딩 굴라와 3P

3. 윗집 여자 개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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