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189)

히어로의 자택

꾸미는 가구나 화분 없이 삭막했던 집.

언제나 마음에 들지 않던 감옥 같던 집이 오늘은 화사하게 보인다.

B급 히어로라는 족쇄 때문에 철 없는 고등학생 기숙사 경비 일이나 한지 2년.

26살 청춘부터 30살까지 5년이란 기나긴 시간동안 국가를 위해 일을 한다는 게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으… 진짜 왔네. 이제 어쩌지?’

어제까지는.

“그… 여기서 머무르게 해주시는 거, 맞죠?”

주저 앉아 맥주나 마시던 소파에서, 달짝지근한 냄새를 풍기는 코코아를 홀짝거리는 소년이 있었다.

몇번이나 주방을 들어갔다 나와도 여전히 앉아 있는 그. 조금 커다란 교복 셔츠의 소매가 손등을 덮은 것에 계속해서 눈이 간다.

헤진 옷과는 다르게 뽀얀 피부. 잔 상처 하나 없이 고운 살결.

“그래, 약속할게. 상황 설명부터 해 주겠니?”

소년이 코코아를 홀짝거리며 말한 내용은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담담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처절한 내용. 흡혈이라는 초능력까진 괜찮았다.

흡혈의 대상이 쾌락을 느끼는 것이 문제.

중독성도 건강에 차질도 없이, 마약에 가까운 쾌락을 줄 수 있는 남자아이.

2구역 슬럼가에서 손을 뻗지 않을 리 없었다.

착취당하는 남학생들, 감시역인 가출 여학생들. 그리고 괴물의 습격.

‘어… 이걸 신고 할 수도 없고.’

2구역에서 등록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납치당한 그였다. 공권력을 믿을 수 없는 건 당연한 이야기.

학생들 관리에 엄격한 3구역이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과 동시에, 뱃속 깊은 곳이 뜨끈하게 달아오른다.

“괜찮아, 여기서 얼마든지 지내도 된단다.”

“감사합니다.”

갈 곳도, 신원 등록도 만료된 상태로 성적으로 착취당하던 남학생. 힘겨운 생활에도 상하지 않은 미색이 매우 뛰어나다.

처음 도와달라고 왔을 때에는 빌런들의 미인계를 의심했을 정도로.

‘그… 좀 기대해도 되는게 아닐까?’

수건과 커다란 셔츠, 잠옷으로 사용하는 바지를 건내고 욕실로 안내하자 잠시 뒤 물소리가 들린다.

따듯한 물이 기분 좋은지 작게 들리는 흥얼거리는 소리.

온기 하나 없이 차가웠어야 할 거실은 코코아 향기와 함께 정체 모를 온기가 느껴지는 듯 하다.

‘이건 진짜 기대해도 될 것 같은데.’

괜사리 소파를 쓸어본다. 집에 올 사람도 없는데 쓸데 없이 지급된 고급 소파에 처음으로 손님이 앉았다.

처음으로 온 손님, 처음으로 온 학생, 처음으로 온 남자.

산봉우리에서 다른 산봉우리로 마라톤을 뛰어도 거칠어지지 않던 숨이 거칠어진다.

물소리가 멈추고, 흥얼거림이 사라진 적막한 집.

어색함에 괜사리 TV를 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인의 청력은 찰박이는 맨발의 소리를 잡아낸다.

“욕실… 감사합니다.”

커다란 와이셔츠만 입고 나온 소년의 모습에, 그녀는 계속해서 생각했다.

‘진짜 기대해도 되는 거 맞지? 꿈 아니지?’

세상이 뒤집히고 섞이고 박살이 나도, 결국 성욕에 솔직한 사람들은 똑 같은 반응을 보인다.

몇 개의 세상을 돌면서 이성을 꼬시면서 느낀 거다.

‘인중 늘어나는 거 봐라.’

“자, 침대가 좋니 이불이 좋니?”

“침대에서 잘게요.”

어차피 좀 있으면 같이 쓸 텐데. 나는 푹신해 보이는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가 눈 아래까지 극세사 이불을 끌어올렸다.

이불 참 좋은 거 쓰네. B급이라 그런가.

얼굴을 다 가리고 그녀를 올려다보니 커다란 가슴 때문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보이는 것은 가슴 아래에 생긴 그림자와 헐렁하 실내복 사이로 보이는 선명한 복근.

예민해진 후각에서는 그녀의 몸에서 나는 달아오른 여성의 냄새까지 맡아진다.

“불 끌게, 잘 자렴.”

천장의 전등이 꺼졌지만 우리는 서로를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내가 본다고 생각 못하겠지만.

침대에서 몸을 살짝 돌려 이불에 누운 그녀를 내려다본다.

무서울 정도로 핏발 선 눈으로 천장을 노려보다, 나에게 등을 돌린다.

‘바로 들어갈까, 조금 애를 태울까.’

원래는 불을 끄면 살그머니 가려고 했는데, 턱 힘줄이 나올 정도로 힘을 준 것을 보니 장난기가 동한다.

리얼 월드 불법 배율로 하는 새끼들 중 관심종자 아닌 놈은 없고, 장난치고 남 엿 멕이는거 싫어하는 놈도 없으니까.

슬그머니 침대에서 벗어나 그녀의 얼굴을 내려 본다. 그녀가 얼굴을 움찔거리는게 보인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 주방에서 물 한잔 따라 마시고 다시 침대에 눕는다.

머리 속에선 내가 도둑질을 할지, 아니면 음흉한 짓을 할지 열이 날 정도로 팽팽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물을 한 잔, 한 시간 정도 흐르고 화장실에 한 번.

소변 누는 물소리에 갈색 피부가 붉게 달아오른 게 보인다.

아니, 이성이 오줌 누는 소리에도 흥분 할 정도면 성욕이 어느 정도지.

11시에 불을 껐는데 2시까지 거의 3시간동안 한 자세로 굳어 있는 그녀.

‘슬슬 그만 놀릴까. 내일 출근도 할 텐데.’

평범한 여자라면 몸살을 핑계로 내일 하루종일 떡방아를 치겠지만, 그녀는 육체 강화 B급 히어로다.

누누히 말했지만 100m를 2초에 돌파하고, 점프 한 번에 아파트 4층 높이로 올라가고, 내뻗어진 주먹이 권총 총알보다 빠른.

그런 초인이 감기 몸살에 걸렸다고?

전염병 아니냐고 난리가 나서 의료부대가 출동할거나, 개소리 집어치우라고 경고가 날아오거나 둘 중 하나지.

슬그머니,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다. 바스락하고 이불 치우는 소리에 그녀가 움찔하는게 보인다.

조금 거칠어지는 숨, 꼴깍 침 넘기는 소리. 나는 이번에도 주방으로 향해 물을 한 잔 마셨다.

내 발걸음이 그녀의 이불을 지나치자 작게 내쉬는 한숨 소리가 들린다.

물을 마시고, 이불 속으로 기어든다. 물론 이번에는 침대가 아니라 그녀가 있는 이불 속이다.

육체 능력이뛰어나서 체온이 오른 건지, 아니면 그냥 달아 오른 건지 뜨끈한 이불과 매끈한 살갗이 나를 반긴다.

“…안 주무시죠?”

잠에 들지 않은거 다 아는데 대답은 없었다. 아마 머릿속으로 애국가 따위나 부르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살그머니 그녀의 옷 속으로 손을 뻗는다.

남녀역전 세상의 남성이 하는 역할은 잘 모르지만, 슬럼가에서 백 단위로 먹어 치운 기억은 어떤 식으로 애무를 해야 할 지 힌트 정도는 주었다.

뒷골목 범죄자들이 창녀…

아니 창놈이랑 인연이 없을 리 있나.

성매매하던 가출 고삐리부터 전문 호스트까지 다양하게 즐겼는데.

“히어로는… 공무원이니까. 내일이라도 신고하는게 두려워요.”

그녀의 등에 밀착해 오밀조밀 잘 쪼개진 복근을 쓰다듬는다. 매끈하면서도 탄탄한 신기한 감촉.

11자 복근이 있던 연예인들과는 다른 느낌. 손 끝에 살며시 힘을 줘도 잘 들어가지 않고 마치 고무공 같은 탄력을 보인다.

“나, 17살이니까… 누나가 나 건드리면 아청법인데.”

흐읍, 하고 숨 들이 마시는 소리가 들린다. 훔쳐 봤을 때 그녀가 27살이었나.

그래서 딱 10살 차이로 신분을 지어냈다. 점차 빨라지는 숨 소리.

복근을 만지던 두 손이 점차 거리를 벌린다.

하나는 위로, 하나는 아래로.

“그러니까 공범이 되면… 누나가 나 안 버리겠죠?”

거의 180은 되어 보이는 그녀의 신장과, 170 언저리가 안될 것 같은 내 신장의 차이로 인해 귓가가 아니라 그녀의 어깨뼈에 대고 말하는 꼴이 되었지만.

“그… 아니 그게, 신고 할 생각은 없어.”

쉰 목소리로 그녀가 대답한다. 그녀의 등에 입을 맞추듯 중얼거린 이후 나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천천히,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그녀의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손이 내 손등 위에 올라왔지만 뜨거운 체온만 느끼게 해 주고 나를 멈추지는 못 했다.

‘여기서 멈추면 진짜 고자, 아니 여자는 뭐지? 석녀?’

왼 손에 탄탄한 가슴이 느껴진다. 한 손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가슴. D컵 정도 되는 걸까.

복근처럼 탄탄하지만 조금은 부드러운 감촉이 든다.

음, 복근이 속이 꽉 찬 고무 탱탱볼이라면, 가슴은 속에 바람이 있는 고무 공이라는 기분.

가슴을 살살 어루만지며 오른 손은 점차 아래로 내린다.

땀에 젖어가는 매끈한 복근을 손바닥으로 살살 문지르다 그대로 바지 속으로.

헐렁한 고무줄 바지는 내 손이 손쉽게 파고들 수 있었다.

그녀가 움찔거리며 몸을 움직인다.

그녀가 왼 쪽으로 돌아 누웠기에 그녀의 가슴을 만지는 손이 그녀의 몸 아래로 파고 들었으니까.

만지기 편하도록 슬그머니 몸을 일으킨다. 팔꿈치의 힘만으로 몸을 살짝 들어올리고도 힘든 기색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손목에 까슬한 음모가 닿는게 느껴진다.

손 끝으로 그녀의 사타구니를 쓰다듬는다. 매끈하면서도 끈적한 감촉.

이것은 땀일까, 다른 무언가일까.

“그러니까 누나… 누나가 나 건드려도 참을 거니까, 나 좀 키워줘요.”

그녀가 슬그머니 들어올린 몸 아래에서 손을 빼내고, 이불 속으로 완전하게 파고든다.

흐트러진 면 잠옷 바지가 흘러내리자 탄탄한 허벅지와 젖어가는 이불이 보인다.

좀 더 애를 태우기 위해 옆구리에도 선명한 복근에 입을 맞추며 허벅지를 쓰다듬는다.

그녀를 등 뒤에서부터 껴안는다. 온 몸에 느껴지는 듬직하면서도 달짝지근한 여체의 향기.

사정 없이 발기한 내 물건이 그녀의 엉밑살에 문질러진다.

그녀의 척추쪽에 입술을 딱 붙여 숨을 내 쉴때마다 바르르 떨리는게 느껴진다.

오늘은 내가 먼저 움직일 생각은 없다.

그녀의 양심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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